고비 넘긴 김영란법…일부 조항 조정 이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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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 넘긴 김영란법…일부 조항 조정 이뤄지나
  • 김영목 기자
  • 승인 2016.07.2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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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김영목 기자] 헌법재판소가 28일 위헌 논란이 제기된 '김영란법' 조항들을 모두합헌 결정하면서 법 시행을 위한 큰 고비를 모두 넘겼다.

헌재는 쟁점 조항 모두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공직 사회의 부정부패 척결 필요성과 이를 위한 방편으로 제정된 김영란법의 당위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일부 조항에서는 과잉입법이라는 지적이 헌재 내부에서도 제기돼 추후 법 개정 작업을 통해 조정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실제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법 적용대상에 포함한 조항에 대해서 김창종·조용호 재판관은 "과도한 국가 형벌권의 행사"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민간 영역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자율적 규제와 자정기능을 무시한다는 지적이다.

두 재판관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부조리에 국가가 전면 개입해 부패행위를 일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뿐 아니라 부패행위 근절을 이유로 사회의 모든 영역을 국가 감시망 아래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진지한 논의없이 여론에 떠밀려 졸속으로 입법된 것으로 보인다"며 입법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배우자가 뇌물을 받았거나 받기로 약속받은 사실을 알았을 때 이를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하도록 한 제재 조항도 아슬아슬하게 합헌이 났다.

이정미·김이수·김창종·안창호 재판관은 이 조항이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공직자가 직접 금품을 받은 경우와 배우자의 금품수수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경우를 같은 법정형으로 처벌하도록 한 것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 '불고지죄'를 처벌하는 경우는 국가보안법 외에 우리 형사법체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입법 형태라며, 책임에 맞지 않는 형벌을 부과해 과잉입법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들 재판관은 공직자가 배우자를 통해 금품을 우회적으로 수수하는 통로를 차단하는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수단은 해당 배우자를 '직접 처벌'하는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들 재판관은 "배우자를 처벌하는 대신 그런 사실을 알게 된 공직자가 이를 신고할 경우 배우자의 형을 감경·면제해 주는 식으로 입법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향후 법 개정 작업에서 이 부분에 대한 추가 조항이 신설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수가 허용되는 금품의 액수를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에 대해서도 재판관들 사이에 의견이 팽팽히 갈렸다.

이 조항에도 재판관 4명(이정미·김이수·안창호·김창종)이나 반대 의견을 냈다. 법률 유보 원칙과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뜻이다.

재판관들은 "헌법상 기본권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이나 본질적인 내용에 대한 정책 형성 기능만큼은 선출된 대표자들로 구성된 입법부가 담당해야지, 행정부나 사법부에 그 기능을 넘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 재판관은 "김영란법의 적용대상 기관이 4만 개에 이르고 배우자까지 적용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모든 국민이 그 적용을 받는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입법자는 다수 국민의 이해관계를 충분히 고려해 구체적인 가액 기준을 직접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입법권을 쥔 국회에 적극적인 권한 행사를 주문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창종 재판관은 위임 조항이 포괄 위임금지 원칙을 위배해 공직자 등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수수가 허용되는 금품 등의 가액이나 외부강의 등 사례금 상한액, 범위가 어느 수준으로 대통령령에 규정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날 제시된 재판관들의 반대 의견은 어떤 식으로든 국회의 법 개정 과정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회에는 김영란법 개정안이 4건이나 발의돼 있다.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던 대한변협도 헌재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앞으로 국회가 법 개정을 통해 김영란법의 반민주적이고 반인륜적인 요소를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합헌 결정은 환영하면서도 "공권력의 남용 가능성을 방지할 수 있도록 법령 보완이나 후속 입법 작업의 과제가 충실히 이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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