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에르도안 정상회담, 양국 관계 전면 복원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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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에르도안 정상회담, 양국 관계 전면 복원하기로
  • 김형대 기자
  • 승인 2016.08.1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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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키 에르도안, 러시아 푸틴과 극적 화해러시아를 방문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오른쪽)이 9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스탄틴 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군부의 쿠데타 시도 이후 첫 외국 방문지로 러시아를 선택한 에르도안은 이날 푸틴과 정상회담을 하고 지난해 터키 전투기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 사건으로 훼손됐던 양국 관계를 전면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코리아포스트 김형대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해 터키 전투기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 사건으로 훼손됐던 양국 관계를 전면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푸틴은 터키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해 나가겠다고 밝혔고, 에르도안은 에너지 분야 양국 협력 프로젝트 이행을 가속하겠다고 화답했다.

지난해 11월 터키 전투기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 사건으로 양국 관계가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한 지 8개월여 만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발생한 자국 군부의 쿠데타 시도 이후 첫 외국 방문지로 러시아를 선택해 푸틴과 극적인 화해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

푸틴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스탄틴 궁에서 3시간 이상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의 정상적이고 전면적인 관계 복원을 위한 모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했으며 러시아는 그러한 일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에르도안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위기 이전 수준은 물론 그보다 더 진전된 높은 수준으로 올려놓길 원하며 터키는 이를 위한 정치적 의지가 있다"고 화답했다. 푸틴은 이어 "전폭기 피격 사건 이후 터키에 취한 경제 제재를 점진적으로 해제해 나갈 것"이라면서 "터키로의 전세기 운항을 조만간 재개하고 러시아 내 터키 기업 및 터키인들의 노동 활동에 대한 제한도 가까운 시일 내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9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러시아는 전폭기 피격 사건 이후 자국민의 터키 관광과 전세기 운항을 중단시키고 터키산 농산물과 일부 공산품 수입을 금지하는 한편 러시아 내 터키 기업들의 활동도 중단시키는 강도 높은 경제 제재를 취했었다.

양측은 이날 회담에서 전폭기 피격 사건으로 잠정 중단됐던 러시아의 터키 내 '아쿠유' 원자력발전 건설 사업과 2014년부터 추진해오던 양국 연결 가스관 '터키 스트림' 건설 사업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에르도안은 터키 스트림 프로젝트 추진을 가속하고 아쿠유 프로젝트엔 전략적 투자 지위를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러시아는 유럽으로의 가스 수출에서 최악의 갈등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편으로 터키 스트림 가스관 건설을 추진해왔다.

자국 남부에서 흑해 해저를 통해 터키 서부 지역으로 약 1천100km 길이의 터키 스트림 가스관을 부설하고 터키와 그리스 국경 지역에 유럽 국가 공급용 가스 허브를 건설한 뒤 이후부턴 수입자인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직접 자국으로 이어지는 가스관을 건설하도록 하는 사업 구상이다.

러시아가 2010년 터키와 합의한 아쿠유 원전 건설 프로젝트는 터키 남부 메르신주 아쿠유에 원자로 4기를 갖춘 터키 최초의 원전을 건설하는 것으로 투자비만 200억 달러(약 22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다.

러시아 전폭기 피격 사건 뒤 러시아가 터키에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하면서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했던 양국 관계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사망한 러시아 전폭기 조종사 유족에 대한 애도의 뜻과 피해보상 의사를 담은 서한을 지난 6월 말 푸틴 대통령에게 보내면서 화해의 계기가 마련됐다.

이날 정상회담은 양국 간 관계 회복이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양국 지도부의 판단에 따라 성사된 것으로 분석된다. 난민 문제, EU 가입 문제 등으로 유럽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던 터키는 쿠데타 관련 세력에 대한 초강경 대응으로 EU와 마찰을 빚고 있다.

미국과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숙적으로 터키가 쿠데타 배후로 지목한 펫훌라흐 귈렌의 송환 문제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시리아 군사개입 등으로 서방과 '제2의 냉전'을 방불케 하는 갈등을 겪고 있다.

러시아와 터키는 양국 관계 복원을 통해 각자 서방을 압박하려는 공통의 목적을 가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9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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