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만 놓고 무더위 쉼터?…쉼터 곳곳 에어컨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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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만 놓고 무더위 쉼터?…쉼터 곳곳 에어컨 없어
  • 김영목 기자
  • 승인 2016.08.1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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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김영목 기자] 경기도 가평군 상면의 한 마을. 이 마을에는 2개의 경로당이 있다.

숨쉬기조차 힘든 폭염이 계속되면서 요즘 고령의 마을 주민들이 늘 10여명씩 이곳에서 낮 시간을 보낸다.     

이곳은 그동안 무더위 쉼터로 지정돼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는 선풍기만 있을 뿐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이달 초 2곳 모두 무더위 쉼터 지정이 취소됐다.

이 마을 이장은 "에어컨은 없지만 그래도 집보다는 시원하니까 노인분들이 낮에 항상 모여 계신다"며 "군청에 에어컨 설치를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가평군은 지난달 12일 이 경로당 2곳을 포함해 162곳의 경로당을 무더위 쉼터로 지정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33곳에 에어컨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3곳은 선풍기조차 한 대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4곳은 에어컨이 고장이 났거나 이용객이 전혀 없었다.

군은 이에 따라 이달 4일 에어컨이 없거나 이용자가 없는 무더위 쉼터 36곳을 지정 취소했다.

군은 "에어컨이 없는 군내 경로당에 에어컨을 설치하기 위해 구매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파주시 금촌1동 관내에 지정된 19곳의 무더위 쉼터 가운데 3곳에도 에어컨이 없이 선풍기만 비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시청 재난담당 부서 관계자는 "시내 297곳 무더위 쉼터 가운데 에어컨이 없는 곳은 한 곳도 없다"고 밝혔다.

이같이 지자체들이 무더위 쉼터를 주먹구구식으로 지정하거나 운영 현황을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에어컨이 없는 무더위 쉼터에 에어컨을 설치하기보다는 지정을 취소해 안일하게 행정을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지자체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상급 기관에서 무더위 쉼터를 지정하라고만 하지 별다른 지원은 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한 주민센터 공무원은 "시에서 무더위 쉼터를 지정하라고 해서 경로당을 지정했더니 선풍기 한 대와 물베개 2개만 줬다"고 말했다.

도 재난안전본부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서 에어컨이 없는 시설을 무더위 쉼터로 지정한 사례가 있어 현재 시군을 통해 모든 무더위 쉼터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를 토대로 무더위 쉼터를 대대적으로 정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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