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호세프 탄핵 확정 …남미 좌파벨트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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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호세프 탄핵 확정 …남미 좌파벨트 '흔들'
  • 피터조기자
  • 승인 2016.09.01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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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퇴조 도미노 위기감 확산…좌파정권, 탄핵 강경대응으로 결집
▲ 호세프 "쿠데타 정부, 강력한 야당 저항 직면할 것" (브라질리아 AP=연합뉴스)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상원 전체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탄핵안이 통과된 후 '의회 쿠데타'라고 비판하며 "미셰우 테메르 정부에 강력하게 맞서겠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호세프는 대통령관저인 브라질리아의 알보라다궁에서 발표한 이 성명에서 "그들은 우리에게 이겼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착각"이라면서 "쿠데타 정부는 지칠 줄 모르는 강한 야당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리아포스트 피처조기자]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탄핵으로 대통령에서 물러남에 따라 남미 좌파가 다시 한 번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브라질 상원은 31일(현지시간) 전체회의를 열어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61표, 반대 20표로 통과시켰다. 

젊은 시절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무장 게릴라 활동을 펼쳤던 호세프는 '남미 좌파의 아이콘'인 노동자당(PT)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다.

남미 좌파 블록의 맏형 역할을 해온 브라질 좌파 정권이 우파 성향으로 교체됐다는 것은 그만큼 역내 정치 판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일각에선 호세프의 퇴진을 계기로 한때 남미를 물들였던 '핑크 타이드'(Pink Tide·온건한 사회주의 성향의 좌파 물결) 시대가 끝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에콰도르, 볼리비아 등이 호세프 탄핵에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서며 결집하는 것은 좌파 퇴조 바람이 도미노처럼 확산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바탕에 깔렸다.

남미에서 온건 사회주의 좌파 물결이 강하게 일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다.

1999년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의 전 대통령의 당선을 시작으로 브라질(2002년), 아르헨티나(2003년), 우루과이(2004년), 칠레·볼리비아(2006년) 등에서 좌파가 줄줄이 정권을 잡았다.

남미 좌파는 2010년을 전후로 세력이 약해졌지만 같은 해 10월 브라질을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페루, 베네수엘라 등의 대선에서 좌파 후보가 당선돼 건재함을 보여줬다.

그러나 2010년 이후 불어닥친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과 과도한 복지 재정 지출 등으로 경제위기가 불거졌다. 여기에 장기 집권에 따른 부패 스캔들은 좌파국가 국민에게 피로감을 안겨줬다.

이에 따라 작년 말부터 남미 좌파 블록을 흔드는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친(親) 기업 성향의 우파 정치인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해 12년간 지속된 '좌파 부부 대통령' 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어 12월에 치러진 베네수엘라 총선에서는 중도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야권 연대 민주연합회의(MUD)가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해 17년 만에 처음으로 집권 통합사회주의당(PSUV)에 압승을 거뒀다.

특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저유가로 촉발된 경제난 탓에 국민소환 투표 위기에 몰렸고, 일각에서는 쿠데타설도 제기되고 있다.

다음 달 1일 국민소환 투표의 조속한 진행을 요구하는 야권의 대규모 시위가 예고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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