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도시들, 트럼프에 맞서 불법체류자 보호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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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도시들, 트럼프에 맞서 불법체류자 보호 나선다
  • 김형대 기자
  • 승인 2016.11.1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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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김형대 기자]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초강경 반(反) 이민정책에 맞서 '불법체류자를 보호하겠다'고 나서는 대도시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른바 '불체자 보호 도시'(Sanctuary city)를 표방하고 나선 곳은 뉴욕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LA),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 대도시들이다. 이 대도시들은 민주당 성향이 강하며, 시장이 모두 민주당 출신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 1기 첫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냈던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은 1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법적 신분과 관계없이 모든 시민에게 공평한 공적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고 시카고 트리뷴이 전했다.

그는 "서류 미비자라고 해서 감옥에 가거나 추방당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들은 모두 안전하게 보호받을 것이며 시카고는 이들을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찰리 벡 LA 경찰국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불법 이민자 무관용' 방침에도 불법체류자 단속에 나서지 않는다는 원칙을 계속 고수하겠다고 밝혔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보도했다.

벡 국장은 "우리 LA 경찰은 특정인의 체류 신분을 둘러싸고 법 집행에 나서지 않을 것이며, 국토안보부와 함께 불법체류자 추방에도 간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사진=에릭 가세티 LA 시장(오른쪽)과 찰리 벡 LA경찰국장.(연합뉴스 제공)

에릭 가세티 LA 시장은 지난 11일 LA 이민자 인권 단체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LA 시는 트럼프 당선인의 이민정책과는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 불체자 보호에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적대적인 이민정책을 강행한다면 이는 우리 시와 시민, 시 경제에는 해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에 맞서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당선인이 뉴욕시의 불법체류자나 건강보험·여성인권 등의 정책에 간섭하려 한다면 정면으로 부딪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우리와 함께 사는 50만 명의 불체자들을 희생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을 가족과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대선 직후 "트럼프 당선인과 협력하겠다"면서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지만, 하루 만에 강경한 자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정식 취임하면 이들 대도시와 불법체류자 처리를 놓고 '전면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언론들은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CBS 시사프로 '60분'에 출연해 200만∼300만 명으로 추정되는 범죄자 우선 추방 등 이민공약의 단계적 실천 방안을 공개했다.

그는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을 안전하게 하고 모든 게 정상화된 다음에는 누가 (미국에 잔류해도 괜찮은) 사람들인지에 대해 결정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그 전에 중요한 것은 먼저 국경을 안전하게 하는 것"이라며 미국과 멕시코 간 장벽 건설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전역에서 불법체류 외국인 수는 1천100만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상당수가 중부와 남부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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