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칼럼]김장이 오늘날 모두를 사로잡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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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칼럼]김장이 오늘날 모두를 사로잡는 이유
  • 김정숙 기자
  • 승인 2016.12.09 2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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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아포스트 김정숙 기자]한국을 찾는 이들은 오늘날 이 나라의 상업 도시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확인할 것이다. 현재의 발전상을 감안하면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한국이 농경사회였다는 점은 정말 낯설게 다가온다. 그러나 이 같은 도시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농업전문가들이나 염려할 만한 일들을 고민한다.

여름 내내 한국인들은 날씨 때문에 애를 태운다. 너무 건조하거나 너무 습하면 배추 작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걱정한다. 염려할 만도 하다. 배추는 날씨에 민감한 농작물이자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김치의 주 재료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외국 매체들은 종종 소위 ‘김치 위기’라고 비꼬아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매년 15kg~20kg에 달하는 김치를 소비하는 한국인들에게 ‘김치 위기’는 결코 웃을 일이 아니다.

숨가쁘게 변화하는 현대인의 생활방식에도 불구하고 김치를 담그는 과정인 ‘김장’은 지금도 건재하며 매년 11월과 12월 사이 모든 주말을 차지하는 작업이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한국의 김치 총생산량의 56%는 한국 일반 가정이 소비한다.

‘김장’은 길고 다채로운 역사를 갖고 있으며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도 등재됐다. 아무도 그 정확한 유래를 모르지만 한국과 중국의 문헌에는 김치에 관한 기록이 많이 있다. 기원 전 6백년경에 쓰여진 중국의 시가집 ‘시경(詩經)’에는 김치의 형태에 대해서도 언급되어 있다. 김장과 김치는 한국의 몇몇 저명한 문인들에게도 영감을 줬다. 특히 정약용(丁若鏞, 1762-1836) 같은 18~19세기 학자는 “서리 맞은 농작물이 마치 축 늘어진 김치 이파리 같다”고 적기도 했다.

김장은 늘 가족행사로 치러진다. 김장은 여러 면에서 한국의 농업 기반 역사를 반영하며 오랜 전통을 지닌 공동작업이다. 예전에는 모든 이웃이 모여 김장을 함께 했다. 함께 일하면 단 며칠이면 일년간 먹기 충분한 양의 김치를 담글 수 있었다.

모두가 일손을 보태도 김장은 수고스러운 일이다. 먼저, 배추를 하루 동안 소금물에 절인 뒤 물기를 완전히 뺀다. 그 다음에 할 일은 무, 마늘, 고춧가루, 생강, 새우젓, 멸치액젓 등 갖은 재료로 김치소를 만드는 일이다. 취향에 따라 배, 해물 또는 생선을 통째로 넣을 수도 있다. 이 김치소를 배춧잎 사이사이에 고루 펴 넣는다.

이 과정을 마치고 발효 과정에 들어간 김치에는 과학이 들어있다. 보통 커다란 항아리가 김치 저장용으로 사용된다. 항아리는 숨을 쉬며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지켜준다. 이런 항아리의 과학은 신선한 채소를 오랫동안 먹을 수 있는 피클로 만드는 발효과정에 매우 중요하다.

오늘날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이렇게 담근 김치를 김치 냉장고에 보관한다. 하지만 지방에서는 아직도 오랫동안 써온 방법을 이용하기도 한다. 밖에 땅을 파고 항아리를 묻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얼지 않고 상하지도 않는 최적의 온도에서 김치를 저장할 수 있다.

요즘처럼 슈퍼마켓만 가도 얼마든지 잘 포장된 김치를 사먹을 수 있는 시대에도 대부분의 가정은 직접 김치를 담그며 친척들과 나누기도 한다. 이는 한국인들이 김치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잘 보여주는 증거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3번째로 근로시간이 긴 나라지만 해마다 한국인들은 김장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할애한다.

공동체 사회의 역사가 긴 한국에서 김장은 농업과 공동체정신이 만나 형성된 식문화의 전형이다. 시·도 당국은 지금 대규모 야외 김장행사를 준비한다. 서울에서도 6천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참가하는 김장 행사가 매년 열린다. 이들은 다 함께 총 2백55톤의 김치를 담궈 대부분 저소득층 가정에게 전달한다.

김장에 들어가는 육체적인 노력은 과거만큼 고되지는 않다. 우리는 음식이 풍부한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는 한국인들에게도 김장을 중시하는 믿음이 나이를 불문하고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글쓴이: 팀 알퍼(작가 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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