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2016년 겨울, 사라질까봐 아쉬운 것들
상태바
[칼럼]2016년 겨울, 사라질까봐 아쉬운 것들
  • 김정숙 기자
  • 승인 2016.12.22 1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리아포스트 김정숙 기자]달랑 한 장밖에 남지 않은 12월 달력이 벽에서 떼어질 날도 머지 않았다.

한 해가 가고 또 다른 새해가 오는 거지만 연말연시를 앞두면 송년 분위기와는 별도로 사라질까봐 아쉬운 것들이 있다. 연하엽서, 크리스마스 씰, 나눔의 손길. 연말이면 떠오르는 사라질까봐 아쉬운 것들의 목록이다.

12월 중순이 지났지만 연하엽서를 고르려고 우체국이나 문구점을 찾는 사람들을 보기 어렵다. 문구점에서 종이로 된 연하엽서를 사는 풍경을 영영 보지 못하고 영원히 사라질까봐 아쉽다.

아무리 스마트 미디어 시대라 하더라도 스마트폰으로 문자 몇 줄을 보내고, 그것도 단체 문자로 보내는 것을, 정성스런 마음을 담은 송년인사나 새해 인사라고 할 수 있을까? 연하엽서가 아닌 디지털 엽서를 보낸다고 해서 탓할 일은 못 된다.

하지만 엽서를 고르고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인사말을 써나가던 그 고운 마음까지 똑 같다고 할 수는 없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송년인사나 신년인사를 전하면 물론 편리하다. 그렇지만 거기까지다.

이번 연말에는 우체국에 들러 연하엽서를 골라 한 줄이라도 좋으니 자신만의 인사말을 써보자. 세상이 스마트해질수록 아날로그적 온기가 더 필요하다. 그렇게 쓴 연하엽서를 받는 분은 스마트폰의 문자 메시지를 받을 때보다 한결 소중한 새해인사로 느끼지 않겠는가?

이제, 크리스마스 씰(seal)도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사라질까봐 아쉽다. 1960~1970년대에는 크리스마스 무렵이면 연례행사처럼 크리스마스 씰을 사고는 했었다.

지금의 40대 이상 분들은 학창 시절에 크리스마스카드나 연하장에 우표와 씰을 나란히 붙여 보내곤 했었다.

크리스마스 씰은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작은 마을의 우체국장이던 아이날홀벨이 1904년에 처음 개발했으니, 올해로 113살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한결핵협회가 창립된 1953년부터 결핵 환자의 치료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 씰 판매 캠페인을 전개했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결핵 환자 1위의 국가다. 10만 명당 79명의 결핵 환자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크리스마스 씰 판매가 급감하고 있으며, 심지어 크리스마스 씰이 무엇인지 모르는 어린 학생들도 많다.

지난 1970년대에는 학교 선생님이 인솔해서 크리스마스 씰을 단체로 구입하기도 했었다. 크리스마스 씰을 사려고 우체국 앞에 줄을 서는 풍경도 자주 목도할 수 있었다.

일선 학교에서는 크리스마스 씰 캠페인을 다시 한 번 전개했으면 싶다. 결핵 환자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쉽지 않겠는가?

더욱이 어려운 경제 여건 탓인지 사랑의 온정을 나누는 기부금도 줄고 있다고 한다. 기부 문화가 서서히 사라질까봐 아쉽다.

2015년의 세계기부지수(World Giving Index)에서 우리나라는 전 세계 145개 국가 중 64위에 머물렀다. 우리나라(GDP 13위)에 비해 경제 규모가 작은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보다 기부 지수가 낮다고 하니, 우리들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예인들이 전국재해구호협회(이하 희망브리지)를 통해 지난 11월에 일어난 서문시장 화재사고로 피해를 입은 상인들에게 기부금을 전달했다는 훈훈한 소식도 들려오니 희망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나눔’이라는 말이 기부보다 상위 개념으로 보편화되고 있지만, 정작 기부 문화는 보편적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연말연시에 서로서로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가 더 올라가도록 해야 한다.

삶의 지혜가 담긴 동양 고전 ‘채근담(菜根譚)’에는 이런 말이 있다. “아무리 큰돈이라도 사람에게 일시의 기쁨조차 주지 못할 때가 있고, 단 한 공기의 밥일지라도 사람에게 일생의 은혜로 감동을 줄 때도 있다.” 단 한 공기의 밥을 비롯해 나눔을 실천하는 방법이 우리 주변에 널려있다.

올 연말에는 지갑을 움켜쥐기보다 지갑을 열자. 나눌수록 기쁨은 더 커지지 않겠는가?

글쓴이: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전 한국PR학회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