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포스트 김형대 기자]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약 3년 만에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은 유독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블룸버그 인텔리전스가 집계한 1월 마킷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에 따르면 글로벌 제조업 경기는 확장일로를 걷고 있지만, 집계 대상 24개국 중 한국, 터키, 그리스, 브라질만 위축세를 보였다.
1월 글로벌 제조업 PMI는 전달과 같은 52.7을 기록해, 2014년 2월(52.8) 이후로 약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호조를 보였다. 글로벌 제조업은 지난해 8월부터 줄곧 상승세를 탔다.
PMI는 매달 기업의 구매담당 임원에게 설문조사를 해 집계하는 경기 지표다. PMI가 50을 웃돌면 경기 확장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뜻한다.
이런 흐름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 제조업 약진의 덕을 본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경우 1월 마킷·닛케이 제조업 PMI가 52.7로 5개월 연속 확장세를 이어가며 2014년 3월(53.9) 이래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대내외 수요가 늘어나면서 신규 주문 지수가 높았던 것이 원동력이 됐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키를 잡은 미국도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미국의 1월 마킷 제조업 PMI는 55.0으로 2015년 3월 이래,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PMI는 예상치를 훌쩍 넘은 56.0으로 2014년 11월 이래 가장 높았다.
이외에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1월 제조업 PMI는 55.2를 기록해 2014년 2월부터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중국의 1월 마킷·차이신 제조업 PMI는 전달보다 조금 떨어진 51.0을 보였지만 여전히 7개월 연속 확장세를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제조업 PMI는 51.3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적인 제조업 활기에도 한국은 이 같은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의 제조업 PMI는 49.0으로 전월(49.4)보다도 더 하락했다.
지난해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4%에 불과해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67.6%) 이래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IHS 마킷의 에이미 브라운빌 이코노미스트는 "비용 인플레이션 압력이 6년 사이에 최고로 치솟고 있는데다가 불리한 환율이 (한국 제조업 경기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함께 제조업 PMI가 기준선인 50에 못 미친 국가는 터키(48.7), 그리스(46.6), 브라질(44.0) 단 3곳이었다.
이들 국가는 정정 불안과 경제 침체가 겹치면서 전 세계에서도 경제 여건이 바닥을 친 국가들이다.
터키는 잇단 테러에다가 쿠데타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3분기에 7년 만에 처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상황이다. 환율 방어에도 애를 먹으면서 리라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그리스는 2015년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내몰린 이후로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로존 등으로부터 추가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고강도 긴축정책을 펼치는 중이며, 브라질은 2015년 1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역성장을 하는 최악의 경제 상황에 부닥쳐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