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을 발효시킨 웰빙식품 '어리굴젓', 미국.유럽도 인정
상태바
굴을 발효시킨 웰빙식품 '어리굴젓', 미국.유럽도 인정
  • 김태문 기자
  • 승인 2017.09.28 13: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양수산부 지정 대한민국 수산전통식품명인 제6호 유명근 간월도어리굴젓 대표
▲ 간월도어리굴젓 유명근 명인

[코리아포스트 김태문 기자] "세종실록 45권에 보면 세종대왕은 어리굴젓이 없으면 수라를 들지 않았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굴을 발효시켜 만든 어리굴젓의 맛과 영양을 세종대왕도 잘 알았던 것이지요." 

충남 서산의 대표 특산물인 어리굴젓의 전통 제조법을 4대째 이어오며 어리굴젓의 계승과 대중화에 힘쓴 공로로 지난해 12월 해양수산부로부터 대한민국 수산전통식품명인 제6호로 지정된 유명근 어업회사법인 간월도어리굴젓(주) 대표는 어리굴젓의 우수성을 이렇게 소개했다. 

바다에서 나는 우유라 불리는 굴은 일반적으로 생굴로 먹거나 무침 또는 염장 방식으로 먹는다. 한중일 아시아권은 물론 유럽 등 세계인이 모두 예로부터 즐겨먹어 온 해산물이다. 

하지만 굴을 발효시켜 만드는 곳은 거의 없다. 서양에서도 캐첩이나 식초를 넣어 먹는 것이 고작이고 일본에서도 훈제 굴 등에 그친다. 우리나라에서도 굴을 발효시켜 젓갈로 담아 먹는 곳은 서산 간월도가 유일하다. 제조과정이 까다로울뿐만 아니라 발효를 시키면 탈수현상으로 굴량 50% 정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굴을 발효시키면 김치 등 다른 발효식품처럼 인체에 유익한 유산균이 많이 만들어지고 잡균의 번식이 억제된다. 또한 글리코겐이 생성되어 소화흡수도 잘 된다. 쌀밥에 부족한 리친, 메티오닌, 아미노산 등도 공급할 수 있어 밥과 함께 먹기에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이다. 

발효식품만의 톡 쏘는 맛도 밥과 잘 어울린다. 그래서 서산 어리굴젓은 조선 초기 간월도에서 수도하던 무학대사가 태조 이성계에게 진상하기 시작한 이래 조선 왕실 임금 수라상에 올라가는 진상품이 되었다. 

"어리굴젓 제조의 핵심은 발효 및 숙성에 있습니다. 이 기술이 까다롭고 보존할 가치가 높은 우수한 전통이기 때문에 정부도 어리굴젓 제조 기술을 보유한 사람을 명인으로 지정할 가치가 있다고 본 것이지요." 

▲ 간월도어리굴젓 제조 장면

명맥 끊길 위기의 어리굴젓 계승...대중화 성공 

유명근 명인의 증조부는 1893년부터 천수만과 맞다 있는 간월도 주변의 굴을 채취해 어리굴젓을 만들어 왔다. 서산의 관광 명소이자 무학대사가 바닷물에 비친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간월도는 우수한 품질의 굴이 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서산은 1980년대 간척사업으로 천수만 일대의 굴밭 대다수가 없어졌고 우수한 전통식품인 어리굴젓은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유명근 명인은 젊은 나이에 이장 및 어촌계장 등을 역임하면서 서산 특산품인 어리굴젓의 전통을 이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는 가업을 이어야 한다는 사명감 외에도 어리굴젓의 우수성과 잠재력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김치, 치즈, 요구르트 등 발효식품은 웰빙음식이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면서 세계적인 음식이 되었으므로 어리굴젓도 앞으로 충분히 세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유 명인은 증조부때부터 내려온 가업을 할머니, 어머니 등으로부터 배우고 전통 제조방법을 유지하되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맛 개발과 유통기한 연장 등 현대화, 대중화에 힘썼다. 

지역 어촌계장 재임시절 비위생적인 어리굴젓 제조를 현대화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으며, 위생적인 전통식품 생산을 위해 HACCP시스템을 도입한 가공시설을 운영했다. 또한 우리나라 전통식품인 어리굴젓의 해외시장 확대를 위해 ‘Oyster sauce’로 분류, 대미 수출판로를 개척했다. 2015년 석사학위를 취득한 유 명인은 현재 경영학 분야의 박사 과정도 준비 중이다. 

유 명인은 수심이 깊지 않고 조수 간만의 차가 커 세계적으로도 보존 가치가 큰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에서 나는 국내산 자연 굴을 전통 방식으로 채취한다. 12월에서 2월 사이 가장 통통하고 맛이 진한 굴을 갯벌에서 캐 바닷물로 세척하고 선별해 2년 이상 묵혀 간수가 완전히 빠진 천일염으로 간을 한 후 항아리에 담아 섭씨 17도의 온도가 유지되는 전통방식의 숙성고에서 보름간 발효시킨다. 이후 HACCP 인증을 받은 자체 제조시설에서 태양초 고추만을 사용해 버무려 제조 및 포장을 한다. 

유 명인은 어리굴젓이 고급 웰빙식품이라는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생협 등 판로 관리에도 힘썼다. 동시에 해외 수출에도 적극 나섰다. 

2005년에는 충남도와 함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우리 농산물 특판전에 참가해 연 평균 100만 달러 규모를 수출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2006년에는 미국 수출 통관에 필요한 식품안전성 검사를 마치고 2007년 미국 FDA 승인을 받아 미국 수출을 시작했다. 2010년에는 폴란드 등 동유럽에도 수출을 시작했다. 

"미국 실사단은 엄격하고 철저하기로 유명합니다. 이 실사단이 한국에 와서 생산시설을 살펴보고 돌아가면서 이렇게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준비가 잘 되어 큰 어려움 없이 실사가 마무리 된 경우는 드물다고 말하더군요." 

현재 간월도어리굴젓은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3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김치 등 일반적으로 알려진 전통음식 못지 않게 한식의 세계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공헌을 인정받아 유명근 명인은 2006년 신지식인으로 선정되었고 2012년에는 서산시가 자체적으로 선정하는 서산시 명인1호에 선정되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해양수산부 지정 수산전통식품명인 제6호로 지정됐다. 

유 명인은 증조부, 조부, 모친까지 4대에 걸쳐 서산에서 나는 양질의 굴을 천일염과, 태양초 고춧가루, 물만으로 발효시켜 고유의 향과 맛을 보존하는 어리굴젓 제조법을 계승, 발전시키는 데 높은 평가를 받았다.

1999년 시작된 해양수산부 지정 수산전통식품 명인은 총 6명 뿐이다. 18년간 6명 만 지정할 만큼 엄격하고 심사 과정도 까다롭다. 그만큼 어리굴젓의 전통이 보전, 계승할 가치가 높다고 정부도 인정한 것이다. 

▲ 서산어리굴젓축제 현장

어리굴젓 축제 위원장 맡아...세계에 어리굴젓 우수성 널리 알릴 것

현재 유명근 명인은 서산어리굴젓축제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9월 16일부터 10월 15일까지 한달간 서산 간월도 일대에서 펼쳐지는 이 축제는 어리굴젓을 국내외에 알리기에 더없이 좋은 행사다. 

유 명인은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이 축제를 전국적인 유명 축제로 키우기 위해 개막식부터 성대하게 준비했다. 16일 오후 개최된 개막식에는 이완섭 서산시장을 비롯해 국회의원, 시의원, 각급 단체장들과 유명 케이팝 가수들이 대거 찾았고 천수만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대규모 해상 불꽃쇼 및 레이저 쇼 등이 화려하게 펼쳐졌다. 

10월 6일 다국적 국민이 참여하는 세계 굴까기 대회, 10월 7일 세계 굴요리 대회 등 다양한 굴 관련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 유 명인은 10월 초 추석 연휴를 맞아 많은 국내외 방문객들에게 어리굴젓을 비롯한 서산 지역 특산물을 널리 경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웃집 아저씨처럼 친근한 인상의 유 명인은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 축제가 성대하게 펼쳐지도록 준비, 위원장 역할을 활동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유 명인은 세계인이 즐겨 먹는 해산물인 굴을 웰빙 음식으로 승화시킨 어리굴젓은 어느 음식 보다 대중화, 세계화의 잠재력이 크다며 어리굴젓의 세계화에 힘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금은 미국에서 주로 밥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향후 모든 지역의 전 세계인들이 어리굴젓의 맛을 알게 하는 것을 목표로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