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경제] 사우디, 석유 한 방울 안쓰는 '메가 신도시' NEOM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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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경제] 사우디, 석유 한 방울 안쓰는 '메가 신도시' NEOM 건설
  • 이정호 기자
  • 승인 2017.10.25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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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44배 미래도시에 564조 투자
▲ 네옴 홍보 영상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이정호 기자] 모하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제1왕위계승자(왕세자) 겸 국방장관이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현재 사우디와 전혀 다른 미래상을 선포했다.

모하마드 왕세자는 사우디의 기존 규제와 제약에 벗어난 미래형 주거·사업용 신도시 '네옴'(NEOM)을 건설한다고 24일 밝혔다.

이 '메가 프로젝트'엔 수년간 5천억 달러(약 564조원)가 투자될 예정으로, 서울의 44배 넓이(2만6천500㎢)로 조성된다.

그는 이날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 행사에서 직접 이런 내용의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모하마드 왕세자는 "네옴은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최고의 주거지와 사업 공간이 될 것"이라며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위치에서 세계 최고의 유망한 경제 부문을 포함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네옴 사업은 사우디 정부의 기존 규제와 독립적으로 진행된다"며 "사업 추진의 단계마다 투자자, 관련 사업가, 혁신가의 조언을 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자금은 사우디 정부 재정과 국영 공공투자펀드(PIF), 외국 투자 유치로 마련할 계획이다.

도시의 위치는 개발되지 않은 사우디 북서부의 홍해 변 사막과 산악 지대로 알려졌다. 알아라비야 방송은 사우디와 이집트, 요르단 3국에 걸친 지역에서 신도시가 들어선다고 전했다.

사우디 매체 아랍뉴스는 이 도시에서 쓰는 에너지는 풍력과 태양광으로 모두 발전한다. 석유가 넘치는 나라지만 석유 한방울 쓰지 않는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경비, 배달 등 단순 반복작업과 노인과 유아 돌보기 등은 인구보다 많은 로봇이 대신한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네옴은 전세계 어느 곳에서 출발해도 8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면서 "지리적으로 육해공 운송의 글로벌 허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네옴 사업의 최고경영자로 임명된 클라우스 클리인펠트 전 미국 알루미늄 회사 알코아 회장은 "사우디는 석유의 축복 뿐 아니라 태양과 바람의 축복도 받았다"면서 "경제를 발전시키는데 (원유가 아닌) 첨단 기술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을 소개하는 홈페이지의 동영상엔 히잡을 쓰지 않고 일하는 여성, 풍력·태양광 발전소, 첨단 연구단지, 쾌적한 아파트, 레저를 즐기는 관광객, 파티 장면 등이 담겼다.

중동에서 가장 성공한 개발 모델로 꼽히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연상케 할 정도로 강고한 종교적 보수주의가 지배하는 사우디의 현재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모하마드 왕세자는 또 전세계 경제계 유력인사가 모인 이 행사에서 자신이 곧 다스릴 사우디의 국가 경영 비전도 선언했다.

그는 "사우디를 모든 종교와 나라에 열린 온건 이슬람 국가로 재건하고 오늘 당장 극단주의적 사고의 소유자들을 없애버리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우리는 앞으로 30년을 파괴적인 사상에 대처하면서 낭비할 수는 없다"면서 미래지향적인 젊은 군주의 과감성을 과시했다.

패널 토의에서 모하마드 왕세자는 히잡을 쓰지 않은 미국 폭스뉴스 유명 여성앵커 마리아 바티로모와 대담해 개방적이고 유연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한편, 야시르 빈오트만 알루마이얀 PIF 사장은 FII 연설자로 나와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기업공개(IPO)가 예정한 대로 내년에 진행된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아람코의 지분 5%를 해외 증시에 상장키로 했다. IPO 규모는 사상 최대인 1천억 달러(약 113조원)로 예상된다.

네옴 프로젝트를 발표한 모하마드 왕세자는 올해 32세로, 탈석유 시대를 대비한 사우디의 사회·경제 개혁 중장기 계획인 '비전 2030'을 이끄는 실세 왕자다.

그는 사우디에서 종교적 이유로 금기였던 여성 운전허용과 사회 진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비롯해 부진했던 관광 산업, 일자리 창출, 국영기업의 민영화 등 파격적인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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