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마이크론, 브라질에 한국 반도체 산업의 DNA 심다
상태바
하나마이크론, 브라질에 한국 반도체 산업의 DNA 심다
  • 김태문 기자
  • 승인 2018.01.22 18: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나마이크론 한호창 대표
▲ 하나마이크론 한호창 대표

[코리아포스트 김태문 기자] 본지는 지난달 20일 루이스 페르난도 세하(Luis Fernando Serra) 주한 브라질 대사와 인터뷰를 실시했다. 인터뷰 자리에서 세하 대사는 브라질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감사를 표하면서 특별히 하나마이크론에 깊은 감사의 뜻을 밝혔다. 불모지이다시피 한 브라질 반도체 산업에 초석을 놓아 줌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반도체 산업의 DNA를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2001년 설립된 하나마이크론(대표 한호창)은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팅 전문기업으로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형성해 왔다. 기술과 경험을 축적한 후 해외진출을 모색하던 하나마이크론은 2009년 신흥 경제 강국 중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지닌 브라질을 중심으로 중남미 시장 거점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하나마이크론, 한-브라질 협력의 대표적 성공사례

하나마이크론은 2009년 자회사로 브라질 법인 HT마이크론(HT Micron)을 브라질 남부 상레오폴드에 설립했다. HT마이크론은 브라질 정부에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PADIS 프로그램(반도체 기술개발 지원 프로그램)의 정부 승인절차를 거쳐 선정되었고, 브라질 현지에서 반도체 웨이퍼(Wafer)를 가공(PKG/TEST) 후 자국 내 글로벌 IT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HT마이크론은 법인 설립 단계부터 브라질의 과학기술혁신통신부(MCTIC), 산업통상부(MDIC)와 같은 브라질 정부부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왔다. HT마이크론 또한 이러한 브라질 정부 지원에 부응해 단순 반도체 사업 외 산학협력을 통한 반도체 연구개발, 전문인력 양성 교육 등의 활발한 대내외 활동을 진행해 왔다. 

아울러 한국 내에서도 주한 브라질 대사관과 함께 교환학생을 위한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이러한 활동으로 하나마이크론은 2014년 주한 브라질 대사관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하나마이크론 한호창 대표는 "한-브라질 협력의 대표적 성공사례로서 브라질 정부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2014년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직접 HT마이크론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기도 했으며, 많은 브라질 정부부처 장관 및 주요인사 그리고 기업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꼭 하나마이크론을 방문하고 HT마이크론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브라질의 HT마이크론은 하나마이크론의 우수한 기술력과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2012년부터 PC 및 노트북에 들어가는 DRAM 반도체 제품을 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2015년 스마트TV 등 가전제품용 DRAM으로 확대하면서 현재 DRAM 사업은 안정화 단계에 이르렀다.  

지난해에는 브라질 사업에 있어 가장 큰 변화로 모바일 사업 진출이 있었다. 기존 DRAM 제품과 다른 적층구조의 반도체 양산 라인 구축을 완료하여 이전보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 및 판매 시작하였고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로써 브라질 내수시장의 모든 메모리 반도체 제품에 대응 가능한 기술 및 생산 기반을 확보했다. 새해에는 고객 확대를 통해 모바일 사업 확대 및 안정화에 집중하고, 비메모리 제품으로 사업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한호창 대표는 "DRAM 사업의 안정화와 모바일 사업 진출에 힘입어, HT마이크론은 지난해에 크게 개선된 매출 및 영업 이익을 낼 수 있었습니다. 올해도 반도체 시장 호황에 힘입어 모바일 사업 안정화 및 시장 점유율을 점점 늘려갈 계획이며, 창사 이래 최고의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고 말했다. 

▲ 2014년 HT 준공식 행사 사진. 좌부터 구본우 前 주브라질 대사, 질마 호세프 前 브라질 대통령, Unisinos 대학 총장, 최창호 회장

다수의 ‘세계최초’ 기술 보유...평창 동계올림픽에도 기술 공급 

하나마이크론은 세계 최초 타이틀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2015년에는 세계 최초로 플렉서블(flexible) 메디컬 디바이스용 모듈 양산을 시작했다. 이는 반도체 칩 자체가 휘어질 수 있도록 유연하게 만드는 기술로서, 의료기기 분야 등에 큰 활용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하나마이크론은 이 기술을 우선 치과분야에 적용했다. "사람의 치아 배열은 타원형인데 반해 그 동안의 구강 센서는 일직선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어서 치과에서 구강 검사 시 많은 통증을 수반하였습니다. 반도체 칩 자체가 단단한 고체이다 보니 구강 센서 역시 단단한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저희가 2015년에 개발한 구부러지는 특성을 구현한 플렉서블 모듈은 치아를 감을 수 있을 정도로 휘어지면서 동시에 기존 일직선 형태의 제품들과 유사한 기능과 신뢰성을 확보하여 환자의 안위를 크게 증가시킨 제품입니다."

플렉서블 메디컬 디바이스용 모듈은 하나마이크론이 보유한 플렉서블 반도체 패키징 기술로 개발하여 세계 최초 상용화가 이루어졌던 제품이다.

특히 이 제품은 구부러지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강한 내구성으로 외부의 충격 흡수에도 아주 탁월한 장점이 있다. 적은 비용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 앞으로 플렉서블 칩 패키지 기술은 웨어러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지능형 자동차 등 변화하는 수요에 맞추어 다양한 시장에 접목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외에 하나마이크론은 2009년 세계최초로 8단 적층 SIP(System in package) Type USB Flash Drive 상용화를 성공한 바 있다. 이 기술은 USB 케이스에 들어가는 NAND Flash memory, Controller 및 수동 소자를 한 면에 일렬로 위치시켜 길이가 길었던 기존 기술 대신, 작고 휴대하기 좋은 USB가 가능하도록 윗면에는 NAND Flash를 적층하고 아래 면에 controller와 수동소자를 배치하여 USB의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인 기술이다. 

현재 하나마이크론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소재핵심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20um급 초미세피치 모바일 패키지용 6 sec/chip 이하 고속 열압착 접합기술 개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2015년 착수해 올해까지 연구 개발하는 이 기술은 레이저를 이용한 고속 열압착 접합 기술이다. 동일한 크기의 플립칩에 I/O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단자간 간격(pitch)을 낮추어야 하는데, 현재 생산되고 있는 간격은 60um가 최소다. 60um 이하의 범프 간격의 칩을 접합하기 위해서는 열압착 접합기술을 사용해야 한다. 미세간격의 범프는 매우 작고 낮아서 기존 Reflow 방식으로는 접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마이크론은 이 기술 개발을 통해 20um 피치급 열압착 접착기술을 획득함으로써 고부가가치 반도체에 적용되는 미래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세피치 접합기술은 더 좋은 성능, 더 빠른 스마트 기기를 가능하게 하여 개인용 스마트 기기, 컴퓨터, 노트북 및 스마트 TV, 셋톱박스, 네트워크, 자동차, 의료, 군사용 등 다양한 분야에 혁신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하나마이크론은 최근 KT와 함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근거리무선통신을 위한 기술을 공급하는데 협력하고 있다.

▲ 브라질 상레오폴드에 위치한 HT마이크론 본공장 전경

장애인 고용에도 모범...일자리 창출 위해 중소·중견기업 정부지원 늘길 

현재 브라질에서 약 150여 명의 현지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하나마이크론은 국내에서도 900여 명을 고용, 일자리 창출에 공헌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 고용에 모범을 보이고 있다. 

하나마이크론은 매년 의무 고용률을 상회하는 장애인 고용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 26명의 장애인 사원이 하나마이크론에 근무하고 있다. 이 중 18명이 중증 장애인이다. 하나마이크론은 이들이 근무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전용 주차장 시설과 수화통역사 등 다양한 인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충주성심학교와 MOU 체결,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MOU 체결 및 대전직업능력개발원 반도체 설비기증, 전문강사 지원 및 3개월 반도체 맞춤형 교육을 통한 채용 등을 진행했으며, 국내 최초로 반도체 공정용어 수화집을 제작 및 발간하는 등 장애인 사원들에게 차별 없는 일터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고용 방침은 한호창 대표의 확고한 경영철학에 근거하고 있다. 창업주인 최창호 전 대표에 이어 하나마이크론 대표직을 맡고 있는 한호창 대표는 반도체 기술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축적해 온 전문가로서, 기업 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철학을 견지하고 있다. 

"어느 회사나 그 회사의 기술력, 경쟁력, 가치, 지속가능 경영 환경을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사람에게 투자하고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사람을 중시하는 회사만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 축적할 수 있고, 덕분에 하나마이크론의 고유한 기술과 자본으로 반도체 불모지인 브라질에 첫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여 브라질 내수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고, 글로벌 IT기업에게 수출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으로 신흥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습니다." 

한호창 대표는 그동안 브라질에 진출해 자리를 잡을 때까지 한국 정부보다는 브라질 정부로부터 더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중소 및 중견기업의 해외진출에 정부의 역할을 당부했다. 

"브라질 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이어진 브라질 경제위기 기간이었습니다. 정치적 불안감과 함께 찾아온 경제위기 기간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브라질에서 철수했고 브라질 기업들은 속속히 무너졌습니다. 해당기간 HT마이크론도 브라질 시장둔화와 헤알화 약화로 인해 상당히 어려운 시간을 보냈으며, 아직까지도 이때 입은 피해에서 100%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정부 차원에서 이러한 예상치 못한 상황을 대비할 수 있도록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이 마련되면 향후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어서 한 대표는 "모든 사업은 '사람'이 핵심입니다. 해외진출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불모지에서 단기에 좋은 성과를 내려면 현지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좋은 파트너가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차원에서 믿을만한 파트너와 소개, 연결해주면 해외진출에 대한 장벽을 많이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해외 경험과 역량을 갖춘 적합한 인재 확보에 큰 애로사항이 있는 만큼, 이러한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교육 및 인재 소개 프로그램 등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