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 日 '전자지역통화' 도입 잇따라…금융기관도 적극적
상태바
일본 경제, 日 '전자지역통화' 도입 잇따라…금융기관도 적극적
  • 이정호 기자
  • 승인 2018.02.22 0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핀테크로 비용절감, 참여업체도 신용카드 수수료보다 부담 적어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이정호 기자] 일본에서 한정된 지역이나 공동체에서 쓸 수 있는 '전자지역통화' 도입이 잇따르고 있다.

IT(정보기술) 발전 등으로 통화발행 및 관리 비용절감이 가능해진 데다 결제도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어 편리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2000년대 초에도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통화와는 별도로 단체나 개인이 독자적으로 발행하는 '지역통화'가 잇따라 생겨난 적이 있으나 통화제작 비용부담과 환금에 시간이 걸라는 불편함 때문에 "5년 이상 존속한 '지역통화'는 40% 정도"(미쓰비시 종합연구소)에 그쳤고 지금은 거의 유명무실한 상태다.

나다고로(灘五郷)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양조장이 모여 있는 곳이다. 고베(神戶)시와 효고(兵庫)현 니시노미야(西宮)시에 걸쳐 있는 이 지역에서 이달 들어 리소나은행과 양조 메이커 10개사가 전자통화 실증실험을 했다.

추첨을 통해 선발한 100쌍, 200명이 양조장을 방문, 일본주와 술지게미로 만든 화장품 등을 샀다. 참가자들에게는 미리 2만 엔(약 20만 원) 상당의 전자통화를 증정했다. 결제는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났다. 행사에 참가한 오사카부(大阪府) 거주 회사원 이와하시(50)는 "지갑이나 신용카드 이외의 지불수단은 불안했었는데 써 보니 무척 편리했다"면서 "앞으로도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에히메(愛媛) 현을 지역 기반으로 하는 이요(伊予)은행은 15일부터 마쓰야마(松山) 시내에서 3개월 예정으로 '이요은행 코인'을 통화로 이용하는 실증실험을 시작했다. 본점에 근무하는 행원 320명이 음식점에서 스마트폰만으로 결제하는 실험이다.

지바(千葉) 현 기사라즈(木更津)시에서도 시내에서 쓸 수 있는 "아쿠아코인" 도입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현지 기미(君津) 신용조합 등과 연대해 3월 하순부터 실증실험에 들어간다. 현지 100여 개 상점과 시 직원 등 1천200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한된 지역에서 통용되는 전자통화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통화와는 달리 거래소에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 법정통화인 엔과 가치가 같도록 설정된 게 대부분이다. 법적으로는 상품권이나 프리페이드 카드와 마찬가지로 취급된다.

구입액보다 사용할 수 있는 액수를 더 많게 하거나 포인트를 주는 등의 특혜가 있는 것도 특징이다. 스마트폰에 다운로드한 앱으로 입금절차를 밟은 후 엔을 전자통화로 바꾸는 게 보통이다. 실제로 물건을 살 때는 계산대에 있는 QR코드를 읽어 스마트폰으로 상점에 보내는 절차를 밟거나 화면을 상점에 비치된 전용기기에 읽히는 방법으로 지불한다.

기후(岐阜) 현 다카야마(高山)시에 있는 히다(飛騨)신용조합은 작년부터 현지 음식점과 상점 등에서 쓸 수 있는 "사루보보코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6년부터 실험을 거듭한 끝에 조기에 상용화했다. 이용자와 가입상점끼리 '송금'도 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2000년대 초 유행처럼 번지다 사라진 지역통화가 다시 주목받게 된 배경에는 금융과 IT를 결합한 '핀테크' 기업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이요은행과 히다신용조합, 기미신용조합 등은 모두 도쿄(東京)에 있는 IT기업 '아이릿지(iRidge)'의 서비스를 이용해 전자지역통화를 제공한다. IT회사에 사용료만 내면 된다. 참가하는 상점 측도 신용카드 수수료 등에 비해 부담이 훨씬 가볍다. 이요은행의 실증실험에 참가하고 있는 전통과자상점 사와이 운영자인 사와이 젠이치로(45) 사장은 "현금없는 거래를 추진하고 싶어도 비용부담이 장애요인이었다"며 이번 시도에 기대를 표시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지방의 오래된 상점들이 아마존 등 인터넷 통신판매에 고객을 빼앗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금융기관은 사업범위가 겹치기 때문에 지역전자통화 도입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면서 포인트 등 특혜를 주는 것도 지역전자통화 정착에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의 말을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