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이끈 수출에 균열조짐…중국 영향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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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이끈 수출에 균열조짐…중국 영향 탓
  • 정택근 기자
  • 승인 2014.10.26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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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수출 2.6% 감소…對 중국 가공·중계무역 감소 때문

올해 3분기 수출은 전분기보다 2.6% 줄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내수에 비해 견고한 성장세를 보여온 수출이 흔들리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한국 수출의 성장에 가장 큰 기둥 역할을 하던 중국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이 단순가공 조립에서 고부가가치 생산 형태로 산업구조를 옮겨가고 있는 데 따른 구조적인 문제가 거론된다.  

중국과 가공·중계무역으로 얽혀있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패널 등 수출의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큰 이유이기도 하다. 

◇ 통관 수출은 증가세…GDP 기준 수출을 줄인 진앙지는 중국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상품통관 기준으로는 올해 3분기 수출도 증가세를 유지했다.  

문제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기업들의 해외생산이 확대되면서 통관기준으로는 수출의 '맨 얼굴'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국제기구도 가공무역, 중계무역, 현지법인 생산 등 다양한 유형의 해외생산을 포괄해 국내총생산(GDP) 등 국민계정 통계를 작성하도록 새 국제기준(2008 SNA)을 제정했고 한국은 올해부터 이 기준을 따르고 있다.

한국의 제조업 해외생산 비중은 2003년 4.6%에 불과했지만 2007년 12.0%로 뛰었고 2011년 16.5%, 2012년 18.0%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스마트폰의 해외생산 비중은 8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자동차는 이 비중이 작년 47.6%였다. 

새로운 국민계정 통계는 가공무역, 중계무역, 현지법인 생산 등 다양한 유형의 해외생산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그런데 새 통계 기준을 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중국과 활발히 이뤄지던 가공·중계무역 영역에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가공무역은 국내기업이 해외 가공업체에 원재료·중간재 등을 제공하고 가공품을 국내로 반입하거나 해외에서 판매하는 거래를 뜻한다. 가공무역용 원자재·중간재 수출은 대중 수출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주로 디스플레이패널·반도체가 가공무역 형태로 중국에서 생산되는데, 이런 가공무역을 둘러싼 거래가 줄면서 3분기 수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이 단순 가공조립에서 고부가가치 생산 형태로 산업 구조를 옮겨가는 과정에서 반도체나 디스플레이패널 수출에서 챙겨가는 몫이 늘어난 때문이다.

실제 중국 정부는 몇년 전부터 가공무역 제한 조치를 강화해왔고 2008년 41.1%이던 중국의 가공무역 비중은 2010년 38.9%, 2012년 34.8%, 올해 상반기 31.6%까지 준 상황이다.  

가공무역에 이어 중계무역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대표적인 품목은 스마트폰이다.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해외 생산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005930]가 최근 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 등 중국 제품에 자리를 빼앗긴 점도 3분기 GDP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 중국경제 회복세 둔화도 수출에 '악재'  

중국 경제의 회복세 둔화 자체도 수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올해 3분기 경제 성장률은 7.3%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성장률이 추락한 2009년 1분기(6.6%) 이후 5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의 성장률과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면 한국 기업들은 바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은 한국의 가장 큰 수출시장이기 때문이다.

가공·중계무역과는 달리 현지 법인이 돈을 버는 주체인 해외 현지법인의 수출도 영향을 받게 된다. 

직접투자한 해외 현지법인이 재고관리, 자재구매, 제품생산뿐만 아니라 판매를 담당하는 것도 해외생산의 한 형태이다..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과 LG디스플레이패널의 광저우 공장이 이런 사례다.  

다만, 이렇게 발생한 수익은 GDP에 포함되는 상품수지에 포함되지 않고 일반배당과 재투자수익을 통해 국민총소득(GNI)의 본원소득수지로 잡힌다.

갈수록 GDP는 상대적으로 줄고 GNI는 증가하는 배경이다.

정영택 국장은 "해외 생산이 증가하면서 고용과 GDP의 상관관계가 떨어지고 있다"며 "GNI를 GDP보다 더 주요한 지표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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