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부항만 `물류대란'으로 한국 수출업체 피해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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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서부항만 `물류대란'으로 한국 수출업체 피해 속출
  • 권예림 기자
  • 승인 2014.12.1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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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노사 대립 장기화… 12년 만에 최악의 물류대란

[코리아포스트=권예림기자] 미국 서부의 최대 해상관문인 LA·롱비치항에서 노사 간 갈등으로 `물류대란'이 장기화하면서 한국의 수출입 기업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LA·롱비치항의 물류대란은 지난 7월 선박회사들을 대변하는 태평양선주협회(PMA)와 항만노조인 서부해안항만노조(ILWU) 간 고용 재계약 협상이 결렬되자 노조가 태업에 나서면서 심화됐다. 

11일(현지시간) 코트라 LA무역관(관장 박동형)에 따르면 한국 수출입 기업 가운데 식품·의류 기업이 통관 지연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식품은 유통기한이 짧은 데다 냉동·냉장보관이 필요하고, 의류는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연말 대목에 맞춰 생산량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제주 감귤은 초기 물량 10컨테이너의 통관이 2주 이상 지연되면서 추가 수출을 사실상 포기했다. 배의 경우 내년 1월까지 수출돼야 하는데 이미 시기를 놓쳤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농심과 CJ 등 미국 서부지역에서 식품공장을 운영 중인 기업들은 원부자재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의류·화장품 등을 수출하는 중소 수출업체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LA 매장인 `K-소호' 김재진 소장은 "지난달 들어와야 할 물품이 3컨테이너 분량이 밀려 있다"면서 "컨테이너 한개 당 50∼100달러(5만5천∼11만 원)의 보관료를 추가로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통관 지연에 따른 물품 납기가 늦어진다는 게 가장 큰 문제"면서 "의류와 화장품 등 물품이 들어오지 않아 연말 장사를 포기한 업체들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납기기한을 준수하기 위해 항공물류 운송으로 추가 운송비를 부담하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 커넥터를 공급하는 B기업은 지난 10월 해상운송이 지연되자 바이어 요청에 따라 항공운송으로 돌려야 했다. 하지만 제품단가가 높아져 추가 거래에 애를 먹고 있다.

식품회사인 A사의 경우 11월에 도착한 원부자재가 통관이 되지 않아 항공으로 추가비용을 내면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운송을 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40피트 컨테이너 1대를 해상으로 운송할 경우 2천500달러의 비용이 들지만, 이를 항공운송으로 돌리면 최대 10배까지 비싸진다. 게다가 항공운송도 연말 물량 증가로 적체현상이 점차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일부 선박업자들은 자신들의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수출업자에 `항만 적체료'(Port Congestion Fee)까지 전가하고 있는 것도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문제는 아직 선주협회와 항만노조 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물류대란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게다가 서부항만 물동량 증가에 비해 항만 인프라가 개선되지 못한 구조적 문제까지 더해져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정상화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문진욱 코트라 LA무역관 차장은 "노조의 태업이 장기화되면 납기 지연에 따른 페널티 부과, 운송비용 증가 등 국내 수출입 업체들의 피해가 확대될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번 물류대란 사태는 2012년 9월 항만노조와 선주협회 간 계약협상 결렬로 11일간 서부 항만 29곳이 폐쇄된 이후 12년 만에 최악의 물류대란으로 불리고 있다.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노동자들의 파업을 제한하는 법인 태플트-하틀리법을 발동해 항만을 정상화하는 극약처방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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