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가야 산성 성벽 규모·축조방법 처음 드러났다
상태바
아라가야 산성 성벽 규모·축조방법 처음 드러났다
  • 김영목 기자
  • 승인 2018.12.31 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김영목 기자] 올해 아라가야 추정 왕성지와 왕릉급 무덤인 말이산 13호분에서 잇따라 눈길을 끄는 조사 성과가 나온 경남 함안에서 아라가야 산성 성벽의 웅장한 규모와 독창적 축조방법이 최초로 확인됐다.

함안군과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원장 배덕환)은 아라가야 산성으로 확실시되는 함안 칠서면 안곡산성 내성 동벽에서 발굴조사를 진행해 성벽 너비가 약 14m, 잔존 높이가 약 6m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31일 밝혔다.

연구원은 지난해 시굴조사를 한 장소에서 남북 길이 15m, 동서 길이 30m인 부지 450㎡를 발굴했다.

이를 통해 안곡산성 내성이 할석(割石·깬돌)과 점토로 너비가 8m에 이르는 석심을 조성한 뒤 외부를 흙으로 마감한 토석혼축성(土石混築城)이라는 점을 파악했다.

조사단은 성벽 축조 과정도 알아냈다. 먼저 약 23∼24도 경사로 지표를 걷어낸 다음 약 10∼20㎝ 두께로 두 차례에 걸쳐 점토를 발라 땅을 다졌다. 점토층에는 성벽 중간쯤에 나무기둥을 박았다.

연구원 관계자는 "나무는 성벽 내측과 외측의 구분점이자 석심을 조성할 때 버팀목 역할을 한 중심목인 것 같다"며 "나무기둥 사이 거리는 1.4m 정도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어 20∼80㎝ 크기 할석과 점도가 높은 점토로 중심목 언저리까지 층을 이뤄가며 석심을 만든 뒤 아래쪽을 보강하고, 중심목 위로 다시 한번 석심을 올리고 흙을 덮어 마무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 사진=함안 안곡산성 내성 동벽 발굴조사 모습.(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 제공)

조사단은 "토석혼축성 대부분은 기단부에 일부 석재를 사용할 뿐, 안곡산성처럼 많은 할석과 점토로 석심을 조성한 예는 없다"며 "이러한 축조기술은 말이산 13호분에도 적용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석심토성 구조는 다른 가야 지역은 물론 고대 어느 국가에서도 확인되지 않는다"며 "석심 외측의 층단식 축조 상태는 합천 전(傳) 초팔성과 유사한 부분이 관찰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에서는 성벽 위쪽에서 지름 47∼66㎝, 잔존 높이 17∼28㎝인 기둥 구멍 4개가 일렬로 나타났다.

또 유물로는 개(蓋·뚜껑), 단경호(短頸壺·목짧은항아리), 고배(高杯·굽다리접시), 기대(器臺·그릇받침) 조각이 발견됐다.

연구원 관계자는 "기둥 구멍은 아라가야 추정 왕성지에서 나온 것과 유사하다"며 "성벽과 평행하게 4개만 있다는 점에서 나무울타리보다는 장대나 망루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토기에 대해선 "고배는 함안 도항리 고분군 1호 석곽묘, 오곡리 유적에서 출토한 유물과 비슷하다"며 "산성은 아라가야가 5세기 후반에서 6세기 전반까지 운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사로 아라가야 산성의 실체를 처음으로 규명하고 특징을 밝힐 실마리를 찾았다"며 "안곡산성은 말이산 13호분과 아라가야 추정 왕성지에서 사용한 토목기술이 적용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유적"이라고 평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