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조소앙 3·1절 기념사 육성 복원 성공…최초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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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조소앙 3·1절 기념사 육성 복원 성공…최초 공개
  • 김영목 기자
  • 승인 2019.02.2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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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김영목 기자] 해방 이후 처음 거행된 1946년의 3·1절 기념식에서 완전한 자주독립의 꿈을 목놓아 설파했던 조소앙 선생(1887~1958)의 육성이 공개됐다.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조소앙선생기념사업회 측은 최근 디지털 복원 작업에 성공한 조소앙 선생의 육성 음원을 연합뉴스를 통해 27일 최초로 공개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의 생생한 육성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소앙 선생은 정치·경제·교육의 균형을 통해 개인, 민족, 국가 간 평등을 이루는 삼균주의(三均主義)를 창시하고, 이를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국강령 제정 당시 국가이념으로 삼은 인물이다.

1946년 3월 1일 서울운동장(동대문운동장)에서 거행된 제27회 3·1절 기념식에서 조소앙 선생은 해방의 기쁨에도 미군정 체제하에서 가질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마음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 기념식을 시초로 3·1절은 국가 경축일로 지정되었다.

조소앙 선생은 기념사에서 "나 조소앙은 여러분께 맹세합니다, 우리나라를 독립국으로 하오리다. 우리 동포로 하여금 자유민이 되게 하오리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임시정부 외무부장을 맡아 외교활동에도 앞장선 그는 "모스코에서 상해에서 남경, 파리, 사천, 광동, 광서에서 삼일절을 맞을 때마다 결심하기를 명년(내년)에는 한성에서 이날을 맞이하자 하였다"며 "지금은 소원 성취는 하였다마는,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고 오랜 시간 동안의 어려움을 얘기하기도 했다.

이번에 공개된 선생의 육성 음원은 당시 행사를 준비했던 경성방송국에서 일종의 증정품으로 제작한 LP판을 조소앙 선생의 집안에서 보관해오다가 디지털 복원한 것이다.

'대한독립만세'와 '임시정부만세'를 마지막으로 외치는 그의 힘찬 목소리를 통해 73년 전 우리 역사 속 분위기를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음원을 제공한 조인래 조소앙선생기념사업회 위원장은 지난 14일 경기도 양주에 있는 조소앙선생기념관에서 기자와 만나 "선생은 마지막에 '선열의 아내와 어버이와 언니와 아우에게 위로하며 사죄한다'고 한다"면서 "지도자로서 이렇게 국민에게 나서서 사과를 한 사람이 또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 사진=조소앙 선생.(연합뉴스 제공)

아래는 조소앙 선생의 3·1절 기념사 전문(조소앙선생기념사업회 제공)이다.

얼마나 속을 태우며 원통한 세월을 참고 지내셨습니까.

위로할 말씀을 드릴 수 없습니다.

내가 결심하기는 나의 독립군을 앞세우고 보무당당하게 한성을 환국하여 일본 총독의 머리를 베여서 남산위의 소나무에 걸고 300년 원수를 갚고 30여년 동안의 분노를 풀고자 하였습니다.

여러분! 가슴이 터집니다.

그렇게 되지 못하였습니다. 나는 산천초목을 대할 면목이 없습니다.

그러나 모스코에서 상해에서 남경, 파리, 사천, 광동, 광서에서 삼일절을 맞을 때마다 결심하기를 명년에는 한성에서 이날을 맞이하자 하였소이다.

지금은 소원성취는 하였읍니다마는 내 흙을 밟고 서게 되었읍니다마는 눈앞에 어린아이들을 보며 여러분과 함께 이날을 맞게 되었읍니다마는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소이다.

여러분 삼천만동포여 힘껏 뜁시다. 마음대로 우읍시다. 힘을 다하여 축수합시다.

나 조소앙은 여러분께 맹세합니다. 우리나라를 독립국으로 하오리다.

우리 동포로 하여금 자유민이 되게 하오리다.

불우한 동포는 여러분 형제, 친구, 부형, 이들은 독립국과 자유민을 만들기 위하여 악독한 왜놈의 감옥에서 단두대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원혼과 충혼을 위하여 나는 여러분 선열의 아내와 어버이와 언니와 아우에게 위로하며 사죄합니다.

이렇게 환국할 줄을 몰랐소, 그러나 다시 우리 산천초목, 금수어절에까지 고하고 맹세하고 싶습니다. 우리 민주독립을 성공하리다.

아이마다 대학을 졸업하게 하오리다. 어른마다 투표하여 정치성 권리를 갖게 하오리다. 사람마다 우유 한 병씩 먹고 집 한 채씩 가지고 살게 하오리다.

우리 조국을 광복하오리다.

만일 그렇지 못하게 되면 나의 몸을 불에 태워 죽여주시오.

대한독립만세! 임시정부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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