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16개월 만에 연립정부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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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16개월 만에 연립정부 구성
  • 피터조 기자
  • 승인 2020.04.29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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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총선 끝에 극적 타결, 정국 혼란 해소 기대
네타냐후 총리 5선 성공, 15년 7개월의 최장기 총리직 수행 기록

[코리아포스트한글판 피터조 기자] 코트라 텔아비브무역관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1년 사이 3차례의 총선(2019년 4월 및 9월, 2020년 3월)을 치르고도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이 번번이 결렬돼 파행이 거듭되다가 드디어 탈출구를 찾았다.

지난 4월 20일 집권당인 리쿠드를 이끄는 베냐민 네타냐후(71) 총리와 중도 성향의 제1야당인 청백의 당수 베니 간츠(60)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내각’ 구성에 합의했다. 이로써 이스라엘은 2018년 12월 연립정부 붕괴로 의회가 해산된 이후 1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공식 연정이 출범하게 됐다.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 대표는 다음 주 공식적으로 연립정부 합의안에 서명할 예정이며, 이로써 정국 혼란도 막을 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합의안에 따르면 여야는 총리직 임기인 36개월(3년)을 반씩 나눠 수행하게 되며, 여당인 리쿠드당의 네타냐후 총리가 전반기 18개월을 맡고 후반기 18개월은 청백당의 간츠대표가 총리직을 이어받는다.

그 결과로 리쿠드당과 유대교 정당을 포함한 우파 진영은 보건부, 재무부, 내무부, 보안부, 교통부, 주택부 장관을 선임하고 청백당은 국방부, 법무부, 국가전략부, 노동부, 통신부, 농업부, 문화부, 난민부 장관에 대한 임명권을 갖는다. 네타냐후 총리가 내각의 수장을 맡는 첫 18개월 동안 간츠 대표는 국방부 장관을 맡은 뒤 2121년 10월 총리에 오르게 된다.

의원내각제인 이스라엘에서는 입법부인 의회를 크네셋(Knesset, 회합)이라 부른다. 의원 선출을 위해선 전국을 하나의 선거구로 하는 정당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유권자가 정당에 투표한 결과를 종합해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한다. 의원을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지지하는 정당을 뽑는 방식인 것이다. 

의회 내 의석 확보를 위한 최소 득표율(Electoral Threshold)이 3.25%로 낮은 편이어서 소규모 정당들의 의회 진출이 가능하다. 지난 3월 2일 23대 의회 총선에는 총 29개의 정당이 참여해 최종 8개의 정당이 의회에 진출했다.

1948년 이스라엘 독립 이후 어느 정당도 크네셋(120석)의 과반수(61석) 의석을 차지한 전례가 없고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제1당이 여타 중소 규모의 종교, 중도, 진보, 민족, 아랍 정당들과 연합해 정권을 세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스라엘 정치 풍토에서는 연정 탈퇴나 연정 파트너 교체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빈번히 발생한다.

이합집산을 통해 과반수(61석)를 장악한 정당의 대표는 대통령으로부터 연립정부 구성 허가를 받아 총리가 돼 장관을 임명하고 국정을 운영하게 된다. 보수든 진보든 당의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크네셋 의회 의석 중 61석 이상의 동의를 받아내어 이스라엘 대통령과 연정 합의에 통과하면 되는 시스템이다.

최근 1년 사이 이스라엘에서는 의회를 구성하기 위한 총선이 3차례나 실시되는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 벌어졌다. 작년 4월과 9월 각각 총선이 치러졌지만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 대표 모두 61석 이상의 지지를 받는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데 실패했다.

올해 3월 2일 개최된 3차 선거에서는 우파·보수 진영 58석, 나머지 중도·좌파·진보 진영은 62석을 차지했다. 우파 진영의 경우 제1여당인 리쿠드당이 36석, 샤스당 9석, UTJ당 7석, 야미나당 6석을 차지했는데 이들은 정통 보수 세력으로 유대주의, 시온주의, 토라(구약성경)주의 성향을 띠며 대체로 강경 노선을 지향하는 정당들이다.

반면 반대 진영에서는 청백당 33석, 아랍계 민족주의 연합인 조인트 리스트당 15석 등 62석을 차지했다. 의석수만 놓고 보면 중도좌파진보에서 과반을 점한 듯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리쿠드당의 대표인 네타냐후 총리를 반대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정당별 성향도 차이가 크고 정당 간 연대 의식도 보수진영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해 합의를 이루기 어렵다. 특히 같은 진영내 이스라엘은 우리집 당은 민족주의, 세속주의, 반카톨릭주의 기치를 내건 극우성향의 정당이다.

3월 총선 이후 청백당 간츠 대표가 먼저 리블린 대통령으로부터 연립정부 구성권을 받은 뒤에도 이들과 사법부 인사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다 결국 내각을 출범시키지 못한 이유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에서는 4차 총선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돌았다.

지난 20일 이스라엘 언론은 내각 구성에 실패한 간츠 대표와 네탸냐후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 내각 구성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제1 야당인 청백당을 이끌며 네타냐후 총리와 대척점에 서 있던 간츠 대표가 돌연 거국내각 구성에 동의하며, 네타냐후 총리의 새로운 연정 파트너로 자리매김을 한 것이다.

간츠 대표는 2011~2015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을 지낸 직업군인 출신으로 2018년 12월 '이스라엘 회복당'을 창당하며, 청렴하고 참신한 이미지로 지지기반을 확대해왔다.

안보 문제에서는 리쿠드당과 같이 보수적이지만 대체로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정치인이라는 게 그에 대한 주된 평가였다. 간츠 대표는 지난 1년 동안 뇌물수수, 사기, 배임 등 부패 혐의로 기소된 총리와는 손을 잡지 않겠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그러던 그가 지난 3월 26일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의장에 선출된 직후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비상 내각이 필요하다며 입장을 바꾼 것이다.

야당 내에서는 범죄자와 절대 손잡지 않겠다며, 네타냐후 축출을 주장했던 간츠 대표가 사실상 조건부 항복을 했다며 불만이 터져 나왔다.

네타냐후와의 협상 타결이 보도된 후 간츠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밝혔다. "이스라엘은 일 년 사이 벌써 3번의 총선을 치렀다.

이번 합의로 우리는 4번째 선거를 막았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울 것이다" 트위터에 적힌 내용대로라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이스라엘 연립정부 협상 타결에 결정적 기여를 한 셈이다. 4월 25일 현재 기준으로 이스라엘은 확진 1만5058명에 사망 194명을 기록 중이다.

자신의 개인비리 수사와 1, 2차 총선의 연정 실패로 정치 인생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던 네타냐후 총리는 코로나19 대응을 내세운 비상 내각을 수립하면서 마침내 5선 총리의 꿈을 이루게 됐다.

이번 내각 구성 협상 타결을 통해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을 견제하던 야당을 분열시키는 동시에 자신의 비리에 대한 수사를 막을 수 있는 방패를 마련하고 팔레스타인 합병을 가속할 동력을 손에 넣는 일거삼득(一擧三得)의 효과를 얻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분쟁, 이란, 시리아 문제 등 안보 이슈에 강경 대응을 주장하는 우파성향으로 이스라엘 국민들에게는 Mr. Security의 이미지로 통한다. 현재 네 번째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고 지금까지의 총리 재임기간도 14년 1개월로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길다.

그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총리를 지낸 후 2009년 두 번째 총리직에 올라 현재까지 계속 집권해오고 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는 팔레스타인 자치구로 지정된 요르단강 서안을 이스라엘에 합병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며 우파 정당들의 단합과 결속을 이끌어냈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작년 11월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고 올해 5월 24일에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연정 합의에서 리쿠드당이 대법관 선임을 관장하는 위원회를 장악하고 검찰총장 임명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

아울러 양 당은 향후 6개월 내 대법원이 형사고발을 이유로 총리에 대해 직무정지 판결을 내릴 경우 즉시 새 총선을 여는 것에 합의했다.

지난 13일 현지 방송 채널12에서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 네탸냐후 총리의 코로나19 대응을 만족스럽다고 평가했고 이로 인해 재총선을 열릴 경우 리쿠드당의 의석수가 지난 3월 2일 총선보다 4석 늘어날 것으로 점쳐졌다.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 타결이 보도된 이후, 네타냐후 총리는 개인의 트위터를 통해 "비상 내각이 국민의 생명과 삶을 구하기 위해 일할 것이라는 점을 약속했다"고 알리고 이스라엘 국민을 위해 모든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내각 구성 협의안에는 요르단강 서안지구 합병이 포함돼 있다. 양측이 서안지구 내 주권 행사에 관한 사안은 7월 1일부터 의회 표결을 거쳐 승인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간츠 대표는 국제 사회의 지지가 있을 경우에만 정착촌 합병에 동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에게 부여된 권한은 합병안 처리 과정에서의 자문 역할에 국한될 뿐 거부권은 없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간츠 대표는 요르단강 서안에 주둔하고 있는 이스라엘 군을 철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히면서 정착촌 철거를 주장했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현재 관할하는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흡수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오고 있다.

두 지역에 사는 유대인 인구는 대략 7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서안지구는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요르단의 땅을 빼앗아 점령한 이후 유대인 정착촌 건설이라는 미명 하에 식민화가 지속되고 있는 곳이다.

UN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유대인 정착촌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으나 親이스라엘 행보를 걷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발표한 중동 평화구상안에서 서안지구 정착촌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한 바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성명을 내고 이번 연정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무함마드 쉬타예흐(Mohammad Shtayyeh) PA 총리도 이날 트위터에 새 연정의 서안지구 해법이 종전의 '2국가 해법'을 종식시켜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2국가 해법은 트럼프 정부 이전에 제시됐던 이-팔 평화안으로 가자지구, 서안지구(동예루살렘 일부 포함)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워 이스라엘과 공존하는 내용으로 국제 사회의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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