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한 회장은 '갑질', 아들은 '여성 불법촬영' 바람 잘 날 없는 종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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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한 회장은 '갑질', 아들은 '여성 불법촬영' 바람 잘 날 없는 종근당
  • 김나진 기자
  • 승인 2020.10.16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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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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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김나진 기자] 의약품 제조업체 종근당 이장한(68) 회장의 장남 이모(33)씨가 성관계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하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종근당 이 회장은 2013년 6월부터 자신의 운전기사 6명에게 인격모독성 폭언을 퍼붓거나, 교통신호를 위반하라고 강요한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3일 이장한 회장의 아들이 여성 신체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종근당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종근당은 이날 오전 9시 29분 현재 전 거래일과 비교해 1700원(2.08%) 하락한 8만200원에 거래 중이다. 종근당홀딩스도 3% 넘게 내림세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최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일 아들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한 뒤 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와 내용에는 게시물에 얼굴이 노출되지 않았고 피의자가 게시물을 자진 폐쇄했다”면서 “피해자들이 처벌을 불원하고 일정한 주거와 직업, 심문절차 중 진술 태도 등을 고려할 때 구속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사유를 밝혔다.

이씨는 3명의 여성과 각각 성관계를 한 영상을 몰래 찍어 트위터에 올리는 등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위반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종근당 이장한 회장
법원이 李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을 두고 "국민 법 감정에 맞지 않는다" 지적 나와

여성들은 이씨와의 성관계는 동의했지만 영상을 촬영하거나 유포하는 데는 동의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트위터를 본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인물이 이를 경찰에 신고했고, 이 씨에 대한 조사 등을 통해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지난 달 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는 구속위기를 맞자 피해자들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성폭력처벌법 위반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인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다. 피해자의 의견과 상관 없이 형사소추할 수 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따르면 촬영대상자의 동의 없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영상을 촬영하거나 유포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법리적 판단은 물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최근의 국민적 인식을 고려해 이씨의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 9명 등 21명으로 구성된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는 ‘박사방’ 조주빈(25)씨 사건과 공범들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 중이다. 대검찰청도 최근 신종 디지털 성범죄 대응 회의를 열고, 단순 참여자까지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경찰은 구속영장 기각에도 불구하고 보강 수사를 거쳐 이씨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씨에 대한 국민적 공분 거세..."성범죄는 더욱 엄격히 판단해야"

법원의 영장기각에 대한 여론은 매우 부정적이다. 법원의 성인지 감수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미성년자 등을 유인해 협박하고 성착취물을 찍어 유포한 '조주빈 사건' 이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국민적 공분은 더욱 거세진 상태다.

성범죄자에 너그러운 판결 전력을 이유로 "성인지 감수성 제로에 가까운 판결로 피해자를 2차 가해한 판사를 법정에서 볼 수 없게 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43만명 넘게 참여했다. 이로 인해 법원이 조주빈의 공범 이모(16)군에 대한 재판부를 교체하기도 했다.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00여만명이 동의하는 등 디지털 성범죄자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국민 여론은 어느 때보다 높다.

문재인 대통령도 “n번방 사건은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한 행위”라며 “n번방 회원 전원에 대해 조사하고 가해자들을 엄벌하라”고 특별 지시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26일 ‘디지털 성범죄 대응 TF’를 구성해 수사 및 형사사법공조 등을 지원하고 있다.

종근당 측은 “구속영장 청구와 영장실질심사 사실을 확인했다. 자세한 사건경위를 더 파악하겠지만 개인적인 물의를 빚은 것으로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운전기사에 상습 폭언을 한 것으로 드러난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2017년 4월 서울 충정로 본사 대강당에서 사과문을 읽고 있다.
운전기사 상습 협박-폭력 행사한 이장한 종근당 회장, 항소심서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한편 운전기사들에게 상습적으로 협박과 폭력을 행사하며 ‘갑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장한(66) 종근당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부장 홍진표)는 지난해 11월 이 회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과 똑같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에서 이 회장은 “업무상 잘못에 대한 실망감, 더 노력하라는 질책의 의미로 그런 것에 불과하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항소심에선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각 범행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고 피해자들은 그로 인해 심리적ㆍ정서적으로 상당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그룹 회장으로서 사회적 책임이 있음에도 도리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약자로 볼 수 있는 피해자들에게 범행을 저질러 비난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택시를 타고 출퇴근 하는 등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 등을 양형에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법리적 문제로 인해 1심에서 선고된 폭력치료강의 40시간 및 사회봉사 80시간 명령은 항소심에서 빠졌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에 대한 각 범행은 버스전용차로 위반 등 의무 없는 일을 강행하게 한 것인데 하나의 위반이 여러 개 범행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며 “이는 형법상 상상적 경합으로 봐야 하는데 1심은 그러지 않았다”고 밝혔다. 형법 제40조가 규정한 상상적 경합이란, 하나의 행위가 여러 범죄에 해당할 경우 그 가운데 가장 중한 죄로 처벌토록 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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