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옜다 알아서 이해해라'…기재부 유명무실 '재정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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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옜다 알아서 이해해라'…기재부 유명무실 '재정 통계'
  • 김나진 기자
  • 승인 2020.10.19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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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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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김나진 기자] 기획재정부의 재정 통계를 공개하는 온라인 창구인 '열린재정'이 관리 미흡으로 이용이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용을 쉽게 파악하기 어렵게 돼있어 '재정 투명성'에 이바지한다는 본래 취지에 어긋날 뿐 아니라, 사용하지도 못할 어중간한 통계시스템을 만드는 데 세금을 낭비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열린재정'의 최근 5년간 이용자 수를 공개했다. 열린재정이란 기재부가 운영하는 대국민 국가재정공개시스템으로, 세금을 어느 곳에 썼는지 세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유 의원에 따르면 해당 통계 서비스는 지난 2018년 6억원을 들여 개편된 바 있다.

올해 열린재정의 이용 건수는 7만7000건으로, 통계청이 운영하는 국가통계포털 873만건에 비해 1%도 되지 않았다. 유 의원은 "매년 50% 가까이 증가하던 이용자 추이가 도리어 개편 이후 사실상 정체상태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열린통계의 이용이 이렇게 저조한 이유는 뭘까. 유 의원은 우선 재정 통계의 시계열 단절을 꼽았다. 열린통계에서는 한 해의 예산 목록을 하나의 엑셀파일에 담아서 제공하고 있다. 복지, SOC, 문화 예산이 한 파일에 모두 나열돼있는 식이다.

때문에 만약 열린재정을 통해 '기초노령연금 사업'에 들어간 예산이 연도별로 어떻게 변했는지 보고 싶다면, 2015~2019년간의 5개의 거대한 엑셀파일을 내려받은 뒤, 파일 안에서 기초노령연금 사업 내용을 일일이 추려내 비교해야 한다.

이는 통계청에서 운영하는 국가통계포털이 세부 지표별로 연도별 추이를 각각 제공하는 것과 상반된다. 만약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서 취업자 수의 연도별 변화를 보고 싶다면, 그저 해당 항목을 클릭해 연도 범위를 설정하기만 하면 된다. 또 산업군, 연령에 따른연도별 추이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용 건수가 100배 차이가 나는 데에는 이런 편의성 차이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시계열 비교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예산 사업들은 그 실질적인 사업 내용이 변하지 않더라도, 소관 부처이름이 바뀌는 등의 자잘한 변수에 따라 사업 이름이 매년 조금씩 달라진다. 가령 '기초노령연금'은 어떤 해에는 '기초연금'으로도 표기가 되는데 두 사업의 내용은 사실상 같다.

이때문에 만약 '기초노령연금'의 예산 규모 변화를 알고 싶다면 매년마다 바뀌는 정책명을 연혁을 모두 꿰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소관 부처 공무원이라면 훤히 아는 내용이지만, 일반인이 일일이 파악하기 쉽지 않다. 공무원이 조금만 신경쓴다면 '열린재정'은 훨씬 친절한 통계자료가 될 수도 있었던 셈이다.

이외에도 교육부의 교육재정시스템‘에듀파인’, 행정부의 지방재정시스템 ‘e-호조’, 기획재정부의 중앙재정시스템 ‘디브레인’이 제각각 관리돼 상세한 정보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유 의원은 "이런식의 통계정보 공개는 아무런 의가 없다"며 "'나는 재정통계를 입력해놨으니 알아서들 봐라'라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들에게 국가재정이 어떻게 쓰이는지 소상히 알리고 학자들의 연구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시계열단절, 사업명 단절 문제 등을 해결하고, 재정정보원만의 2차 분석 자료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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