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집값'에 청약으로 몰려…'전세난'에 미분양도 소진
상태바
미친 '집값'에 청약으로 몰려…'전세난'에 미분양도 소진
  • 이명옥 기자
  • 승인 2020.12.13 10: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집값 단기 급등하자 분양시장 과열
전세난에 밀린 세입자들 매수전환해 미분양도 소진
서울의 아파트 단지.(출처:뉴스1)
서울의 아파트 단지.(출처:뉴스1)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이명옥 기자]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시장에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청약 과열이 심화하고 있다. 공급난에 허덕이던 무주택자들이 전세난까지 더해지자 매수전환에 나서면서 미분양 물량마저 소진되는 분위기다.

1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0일 일반분양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위례포레샤인15·17단지'(A1-12·5블록)는 290가구 모집에 해당지역과 기타지역에서 총 7만8430명이 청약해 270.4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두 단지의 경쟁률은 올해 수도권 공공분양 아파트의 경쟁률을 모두 넘어섰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3월 공급한 마곡9단지는 1순위 해당지역 청약 접수 결과 252가구 모집에 3만6999명이 신청해 146.8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6월 분양한 고덕강일 8단지(57가구 공급)와 14단지(78가구 공급)는 각각 124.2대1, 109.6대1을 나타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월 경기도 과천 지식정보타운에 공급한 과천제이드자이(132가구)는 1순위 평균 193.6대 1이었다.

위례포레샤인 15·17단지는 청약 일정이 같아 중복 청약이 불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최근 집값 급등에 전세난까지 겹치면서, 시세보다 싼 아파트를 얻기 위해 무주택자들의 청약이 쇄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두 단지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공급한 아파트다. 공공분양이라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 대비 반값 수준에서 분양가가 책정됐다. 평균 분양가격은 A1-5블록은 5억1936만~6억5710만원, A1-12블록은 5억107만~6억5489만원이다.

민간분양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대우건설이 지난달 경기도 과천 지식정보타운(지정타)에 분양한 3개 단지(1044가구) 1순위 청약엔 무려 48만명이 몰렸다. 최고 경쟁률은 534.9대 1에 달했다. 당첨자 발표일이 달라 중복 청약이 가능한 데다, 일부 가구는 추첨제로 당첨자를 선정하는 방식이어서 청약 수요가 대거 몰렸다.

대우건설이 하남 감일지구에 공급한 '감일 푸르지오 마크베르'도 1순위(284가구) 청약에 11만4955명이 신청해, 평균 404.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70점 이상 고가점자가 속출했고, 4인 가구 만점(69점)이 탈락하기도 했다.

기존 아파트값이 2~3년 새 수억원이 오른 상황에서, 시세 대비 반값 수준에 새 아파트가 공급되자, 거주지역과 상관없이 '로또 아파트'를 찾아 청약 수요가 몰려들면서 묻지 마 청약으로 변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임대차보호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 도입) 등의 영향으로 장기간 전셋값 상승이 지속하자,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매수전환에 나서면서 미분양 물량이 소진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2만6703가구로 전월(2만8309가구) 대비 5.7% 감소했다. 2003년 이후 1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수도권도 3607가구로 전월(3806가구) 대비 5.2% 줄어, 4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내년 입주물량 감소로 전세난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고, 각종 규제 여파로 매매 가능한 매물도 많지 않은 상황이라 분양시장 쏠림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0.14% 올라 76주 연속 상승했다. 무주택자들의 매수전환이 늘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매매가격도 0.03% 올랐다. 서울 집값 부담이 커지자 수요가 외곽으로 이동하면서 인천(0.15%)과 경기(0.27%) 집값 상승 폭도 커졌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내년 서울 입주물량이 올해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 전세난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고, 무주택자들이 매매시장으로 유입되면 집값도 자극을 받을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가장 싸게 집을 살 방법이 분양 밖에 없다 보니 청약 열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