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 국내기업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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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 국내기업 어디까지 왔나...
  • 김정미 기자
  • 승인 2015.04.2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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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김정미 기자]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부터 케이블 tvN 드라마 '미생'의 인기 등 최근 몇 년 새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경제적 약자를 배려하는 '상생'이었다.

갈수록 심해지는 경제력 편중과 설 자리를 잃어가는 약자의 고통에 맞서 우리 사회가 나름대로 기울여 온 제도적 노력의 중심에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있었다. 대중소기업간 사회적 갈등문제를 발굴, 논의해 민간부문의 합의를 도출하고 동반성장 문화 조성 확산의 구심체 역할을 수행한다는 취지 아래 탄생한 것이다. 동반위의 각종 활동 중 가장 잘 알려지고 파급력이 큰 것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하는 업무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민간중심으로 지정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합리적 역할분담을 하겠다는 목표로 마련됐다.적합업종 선정 기준은 크게 ▲ 대기업이 급격히 성장한 품목 ▲ 중소기업 역할이 필요한 민생품목 ▲ 시장환경 변화로 중소기업의 영업환경이 악화된 품목 등으로 나뉜다. 2011년 9월 1차로 고추장·간장·된장 등 장류와 막걸리, 재생타이어 등 업종이 지정된 것을 시작으로 현재 총 104개 품목이 선정됐다.

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확장자제와 사업축소, 진입자제 등 품목이 71개, 시장감시 단계 8개, 상생협약 25개 등이다. 올해는 이중 10개 품목에 걸쳐 조정 여부를 상반기에 확정할 예정이고 신규 접수된 4개 품목의 경우에는 하반기에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대기업을 상대로 한 동반성장지수 평가 사업도 있다. 동반위가 중소기업 체감도로 50%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협약이행 실적을 평가해 나머지 50%를 합산한 점수로 해당 대기업을 최우수·우수·양호·보통 4개 등급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112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올 6월에 발표할 예정이며 올해는 이보다 많은 151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복사지와 문구류 등 기업소모성자재(MRO) 시장을 두고 대·중소기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저수익·생계형 품목 등 경영안정의 보호가 시급한 품목에는 적합업종 제도를 계속 적용할 계획"이라면서도 "다만 업계의 요구나 산업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재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적합업종 지정 제도가 또 다른 부작용과 논란을 낳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LED(발광다이오드) 전구 부문은 2011년 동반성장위원회로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되면서 대기업은 칩과 패키징 등 광원과 벌브형 등 일부 제품만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일부 사업철수'가 권고됐다.

그러나 이 때문에 토종 기업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고, 외국 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8천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LED조명 시장에서 필립스, 오스람, GE 등 외국계 기업의 점유율은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2011년 4.5%에서 2년 뒤인 2013년 10%로 늘어났다. 이 기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사업에서 철수한 뒤 해외 수출용 제품만 생산해야 했다.

적합업종 제도의 법제화 논란도 있다. 소상공인들은 적합업종 제도가 권고 차원에 그치는 것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며 법제화에 따른 강제 이행 장치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기업은 이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동반성장위도 적합업종 제도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감시 강화와 우수 대기업 인센티브 마련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법제화 자체에는 부정적이다.

동반위는 중소기업청의 '사업조정' 등으로 실효성을 보완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소상공인단체에다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법제화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처럼 적합업종을 둘러싼 잡음이 빈발한 가운데 갈등 해소의 모범적인 방법으로 꼽히는 것이 자율 상생협약이다. 대·중소기업계가 외부기관의 조정을 받지 말고 자율적으로 시장진출의 절충점을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LED 업계의 경우 외국기업의 배만 불려왔다는 문제점에 대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인식을 함께하고 올해 1월 'LED 조명기구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대·중소기업계가 각각 LED 조명기구의 민간시장 확대와 국내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기로 하는 내용이다. 이에 현재 LED 조명기구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해제된 상황이다. 막걸리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제외됐다.

2011년 이후 막걸리의 수출이 급감하면서 막걸리를 제조하는 중소업체의 경영난이 가중되자 대기업에 막걸리 제조가 아닌 유통만 허용하는 식으로 올해 1월 양측간의 상생협약이 체결됐다.

아크용접기도 대기업인 효성과 한국용접공업협동조합의 자율협약 체결에 따라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제외됐다. 이런 식으로 세탁비누와 예식업, 맞춤양복, 옥수수유 등 25개 업종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계 간 자율 협약이 이뤄졌다.

동반성장위의 출범으로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과 상생이 우리 사회의 주요 화두로 등장하고 대기업들의 의식도 환기됐다는 것은 적지않은 성과로 꼽힌다. 그 일례로 대기업의 동반성장 전담조직은 2011년 84개에서 2013년에는 157개로 늘었다. 그러나 표면적인 성과와 달리 동반성장이 실제로 얼마나 진척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물음표가 많이 달린다. 동반성장위 스스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성장 격차가 갈수록 더 커지고 있으며 매출액, 자기자본비율, 생산성에서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경기부진이 계속돼 생계형 품목 적합업종 지정 요구가 확대되고, 입법제정 등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는 추세라는 입장까지 밝히고 있다.

동반성장위가 출범한 지난 4년 동안에도 대기업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53개에서 63개로, 계열사는 1천264개에서 1천677개로 확대되는 등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자체 평가다. 이런 가운데 길어지는 내수 경기 침체도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아 대기업의 수익성도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양보만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떨어지는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단가 후려치기'를 강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경기가 지금보다 나빠지면 대기업이 긴축 경영에 들어갈 것이고, 결국엔 납품 단가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동반성장위는 올해 중점 사업 목표로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 개척을 추진하고 있다.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무엇보다 돈이 돌아야 한다"며 "지금은 1차 협력사는 자금문제로는 그리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지만 2∼3차 협력사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동반위는 중기 판로 개척을 위한 방안으로 대형 유통사에 중소기업 제품을 소개해주는 '중소기업 우수상품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홈쇼핑 등 굴지의 대기업 17곳을 대상으로 총 7회에 걸쳐 105개 중소기업의 제품을 직접 설명하는 자리를 주선해주는 것이 목표다. 지난 9일 열린 첫 설명회에서는 17개사의 임원들이 모인 가운데 중소기업 제품의 해외 진출을 돕는 방안이 집중 협의됐다.  이밖에도 대기업의 신용을 활용한 '상생결제시스템'을 확산시켜 안전한 납품대금 회수를 지원하는 등 동반성장위는 올 한해 위아래를 가리지 않고 돈이 활발하게 돌 수 있는 '온기 확산'에 주안점을 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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