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품' 불화수소 지난해 수입 74%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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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규제품' 불화수소 지난해 수입 74% 줄었다
  • 김나진기자
  • 승인 2021.01.2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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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사옥 딜라이트룸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의 모습. (출처=뉴스1)
삼성전자 서초사옥 딜라이트룸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의 모습. (출처=뉴스1)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김나진기자]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반도체 제조용 불화수소(에칭가스)의 지난해 수입액이 74%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규제 발표 이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발빠르게 국산화 대체에 성공하면서 '대일(對日)' 불화수소 수입액은 2003년 이후 17년만에 1000만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25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우리나라가 일본에서 들여온 반도체 제조용 불화수소 수입액은 약 938만달러(약 104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인 2019년 약 3634만달러와 비교해 74.2% 급감한 것이다.

수입 중량 기준으로 비교해보더라도 2020년 수입량은 4942.6톤으로 전년 1만9835.7톤보다 75.1% 감소했다. 금액과 중량 기준 감소폭이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일본에서 반도체용 불화수소를 수입한 금액이 연간 기준 1000만달러를 밑돈 것은 2003년 약 783만달러 이후 17년만의 일이다.

대일 불화수소 수입액은 2004년에 전년 대비 37.4% 증가한 1076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2019년까지 한번도 1000만달러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특히 최근 4년간 수입액 추이를 살펴보면 극명한 변화가 드러난다. 2017년에 4316만달러였던 대일 불화수소 수입액은 2018년에 약 55% 증가하며 6686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그러나 1년만인 2019년엔 일본산 불화수소 수입액이 반토막에 가까운 3634만달러까지 쪼그라들었고, 급기야 지난해엔 70% 이상 감소하며 1000만달러 미만까지 줄어든 것이다.

대일 불화수소 수입액이 급변한 것은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상대로 2019년 8월부터 전격 시행한 '수출규제' 정책 때문이다.

종전에 한번 수출할 때마다 일정기간 개별 심사없이 수출이 가능한 '포괄허가'를 적용했으나 계약 건당 별도로 정부 심사를 받도록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린 데 대해 '경제보복'을 가한 셈이다.

일본은 규제 대상이 되는 3가지 품목으로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감광액),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지정했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원재료인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는 '에칭(Etching·식각)' 공정에 사용되는 화학물질로 에칭가스라고도 불린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제조용 불화수소 시장에서 스텔라, 모리타 등 일본기업 시장 점유율은 약 70%에 달한다.

2019년 8월 수출규제가 발효되자마자 실제로 일본은 불화수소를 한달에 1~2건씩 최소한으로 승인하면서 국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하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을 비롯해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등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발빠르게 일본산 불화수소 대신 솔브레인, SK머티리얼즈 등 국산품 도입을 준비했고 결국 공정 안정화에도 성공했다.

국내에 있는 한국 기업들의 공장에서 불화수소가 생산되고, 해당 제품들이 반도체 기업들에게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의 연간 불화수소 수입액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0년 불화수소 전체 수입액은 약 7300만달러로 전년 1억1293만달러 대비 35.4% 줄었다. 불화수소 수입에서 일본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약 32.2%에서 지난해 약 12.8%로 19.4%p(포인트) 하락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인한 피해를 현지 기업들이 더 크게 입었다는 것이 증명됐다"면서 "국내 기업들이 소재 다변화와 국산화 등으로 빠르게 대응했으나 여전히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일본의 영향권을 완전히 벗어나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