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갈수록 유리지갑 ...1인 구매액 2년새 36%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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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갈수록 유리지갑 ...1인 구매액 2년새 36% 감소
  • 이삼선 기자
  • 승인 2015.05.2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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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이삼선 기자]   낮아진 연령대와 환율 등의 영향으로 유커들이 과거와 달리 명품이 아닌 저렴한 화장품·패션 상품을 집중적으로 장바구니에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백화점·면세점들은 명품을 선호하는 유커의 발길을 되돌리고, 동시에 '유행'을 중시하는 젊은 유커들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짜내고 있다.

21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들어 20일까지 서울 소공동 본점을 찾은 유커의 구매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0%가량 늘었다. 아직 전체 매출 규모 측면에서는 '유커 특수'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유커 한 명이 얼마나 많은 돈을 썼나'를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같은 기간 유커 1인당 객단가(구매액)는 약 58만원 정도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65만원)보다 11% 적을 뿐 아니라, 2013년(90만원)과 비교하면 무려 36%나 줄어든 것이다.

같은 건물의 롯데면세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분기(1~3월) 유커 매출은 작년보다 50% 정도 늘었지만, 객단가는 2013년과 2014년 평균(90만원)보다 11% 적은 80만원에 그쳤다.  유커 1인당 구매액 감소는 결국 유커들이 그만큼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상품들을 사간다는 얘기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의 올해 1분기 유커 선호 품목(매출 기준)은 ▲ 화장품 ▲ 패션 ▲ 시계·보석 등의 순서로 집계됐다. 앞서 2013년, 2014년 모두 '패션-화장품-시계·보석' 순으로 유커들의 구매가 많았던 것과 비교해, 올해 처음 화장품이 유커 선호 품목 1위에 오른 것이다.

지난 1~4월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영플라자 포함)에서 유커들이 가장 많이 산(구매 건수·은련카드 기준) 브랜드도 중저가 패션의류·화장품을 취급하는 '스타일난다'였다. 2~3위 역시 각각 LG생활건강(화장품), 라인프렌즈(네이버 라인 관련 상품)로 명품·패션류와는 거리가 멀다.

이 같은 유커의 소비 행태 변화에 유통업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유커 특수'가 생각만큼 오래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희숙 충북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일본의 방사능 위험도 줄었고, 엔저(엔화가치 하락)까지 겹쳐 중국 관광객이 일본으로 분산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백화점·면세점들이 중국인들의 구매 행태 변화를 제대로 파악해 서비스나 제품에 변화를 주지 않고 똑같은 제품을 똑같은 방식으로 판매한다면 중국인들의 발길이 점차 뜸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도 "유커 유입 초기에는 아주 부자들만 오다가 점차 유커 저변이 확대돼 중산층이 방한하면서 객단가가 내려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유통업체들도 이에 맞춰 중산층을 잡을 좋은 상품들을 많이 개발해서 매출을 유지해야 한다. 예전에는 명품 위주였다면 지금은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는데 더 주력할 때"라고 조언했다. 유통업계는 갈수록 다양해지는 유커들의 연령과 기호 등에 맞춰 상품과 서비스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롯데면세점 소공동 본점은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후·수려한·설화수 등 국산 화장품 브랜드 매장을 9층과 11층에 이중(듀얼)으로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 10월 이전 오픈한 롯데면세점 잠실 월드타워점도 국내 최대 규모의 '국산 화장품 전문존'을 신설했다. 본점은 지난해 8월 확장 리뉴얼을 통해 국내 면세점으로는 처음 '키즈존'도 마련했다. 중국의 '두 자녀 갖기' 정책으로 유커들의 육아용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월드타워점의 20~30대 젊은 남성들을 위한 남성존, 베이비존 등의 특화 매장도 다양한 계층의 유커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다.

아울러 월드타워점은 패션·명품류를 찾는 유커 고객들을 위해 프리미엄급 시계·장신구(주얼리) 브랜드 수를 늘리고 유커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얼리 브랜드 '까르띠에' 매장도 국내 면세점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차렸다. 자산이 많은 '부자' 중국인을 잡기 위한 대책도 서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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