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3일 대형주 공매도가 재개되는 가운데 국내 증시가 '공매도 영향권'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주가 하락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차익을 실현하고 빠져나가는 장세가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형주와 최근 급등한 종목들을 중심으로 '공매도 재개 공포'가 일부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4월들어 코스피 지수가 순항하며 지난 20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과정에서 대형주 상승률이 가장 저조했던 배경에도 공매도 재개 요인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 기간에 코스피 대형주 상승률은 4.98%로 코스피 지수 상승률(5.20%)을 밑돌았을 뿐 아니라 소형주(7.78%)와 중형주(5.39%) 상승률에 크게 못미쳤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공매도가 재개되면)중장기적으로는 우리 증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면서 "최근 급등세를 이어갔던 일부 종목의 경우 공매도 세력의 집중 타깃이 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종목별 변동폭이 커질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만 하나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증시는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4월들어 코스피가 꾸준히 상승했음에도 대형주가 코스피 상승률만큼 오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도 공매도 재개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균, 김용구, 진종현 삼성증권 수석연구원들은 "개별 종목별로는 공매도 재개가 수급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업황·실적 부진주에 대한 부분적인 영향은 있을 수 있고 이로 인해 기업의 펀더멘탈에 기반한
종목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판 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다시 사들이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폭락장 직후 금융시장의 패닉을 진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한시적으로 금지한 공매도가 1년여 만인 5월3일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 즉 대형주에 한해 재개된다.
대형주 공매도가 재개되면 최근 단기 급등한 종목이나 주가가 적정 수준 대비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되는 종목이 공매도 타깃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셀트리온·에이치엘비를 비롯한 과거 공매도의 타깃이었던 바이오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공매도가 단기적으로 일부 종목별 변동폭을 키울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인 증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최석원 SK증권 센터장은 "공매도는 단기적으로 일부 종목에 영향을 줄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우리 시장에 큰 영향을 줄 변수는 아니다"라면서 "공매도 물량은 전체 거래량의 5%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지나친 우려는 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 등은 "일부에서는 공매도 재개로 주식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걱정을 하지만 결론부터 말한다면 공매도 재개로 발생할 수 있는 시장단위의 충격은 우려할 정도가 아니라고 본다"면서 "지난 2008년과 2011년에 정부가 금지했던 공매도를 재개한 직후 3개월동안 주식시장(코스피200)은 10% 이상의 상승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2021년 현재도 풍부한 유동성과 글로벌 경기회복 추세에서 공매도 재개가 주식시장 전반에 충격을 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코스피의 대차잔고금액은 연초 40조원에서 현재 49조원까지 증가했는데,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코스피 주간 수익률과 대차잔고 증감율의 관계는 '양의 관계'(상관계수 +0.30)로 공매도가 늘어나면 지수 역시 상승했거나 지수가 상승하면 공매도가 늘어나는 관계라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