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 '인서울 문 더 좁아져'...학 1등급 중 문과생 4.3% 불과
상태바
문과생 '인서울 문 더 좁아져'...학 1등급 중 문과생 4.3% 불과
  • 박영심
  • 승인 2021.05.06 07: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통합형으로 개편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고사에서 문과생이 수학영역에서 이과생에 압도적으로 밀리는 양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입 수시와 정시에서도 문과생 약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문과생은 최상위권 수험생도 수학 1등급을 받기 어려워지면서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일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정시에서도 이과생 중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해 상경계열로 '교차 지원'할 가능성이 대두되면서다.

6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진학지도협의회(전진협)가 경기도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 시행에 앞서 지난달 7~13일 전국 12개 시·도 고3 학생 2196명과 재수생 584명 등 2780명을 상대로 자체 모의고사를 실시한 결과 수학 1등급을 받은 수험생 중 문과생(선택과목 '확률과통계')은 4.3%에 불과했다.

1등급 수험생 중 미적분 선택 비율이 90.5%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기하 선택 비율은 5.2%로 나타났다. 이과생이 1등급의 95.7%를 싹쓸이한 셈이다.

전진협이 지난 3월 서울시교육청 주관 학평에 앞서 실시한 자체 모의평가에서는 수학 1등급 중 문과생 비율이 6.3%였는데 한 달여 만에 2.0%P 더 줄었다. 3월 평가에서는 고3끼리 경쟁했지만 4월 평가에서는 전체 응시생의 21.0%가 재수생으로 채워지면서 문과생이 설 자리가 더 좁아진 탓이다.

입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대입은 수능 개편과 서울 주요대학 정시 모집인원 확대 등이 겹치면서 '미궁'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수학 성적 하락으로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문과생이 얼마나 발생할지, 수학 성적을 등에 업고 문과로 교차 지원하는 이과생이 얼마나 나올지 등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문과생이 입시에서 더 고전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공통적으로 나온다.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채우지 못하는 문과생이 대거 나올 것이 기정사실로 통하고 있다. 중·하위권 수험생은 하향 지원하는 경향이 뚜렷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서울 한 고등학교 진학담당 교사는 "4월 학평 수학에서 1등급을 받은 문과생이 전교에서 2명 밖에 없고 지난해에는 2등급을 받던 학생이 4~5등급으로 내려간 경우도 많다"며 "국어·영어·탐구영역 성적이 받쳐주지 않으면 수시에서 소신 지원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시에서도 문과생 수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연계열은 미적분이나 과학탐구 등 성적을 필수 조건으로 제시한 대학이 많지만, 인문계열은 별도 자격을 제한하지 않고 있어 수학 성적을 등에 업은 이과생이 몰릴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3월 학평에서는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을 기준으로 미적분을 선택한 경우 157점에 달했지만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경우 150점에 그쳐 7점이나 차이가 났다. 4월 학평에서도 미적분(147점)과 확률과통계(142점)의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가 5점에 달해 이과생이 유리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이과 중·하위권 수험생 중 수도권 공대 대신 인서울 경영대를 선택해서 대학 레벨을 올리는 현상이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며 "문과생들이 수학 표준점수가 훨씬 낮기 때문에 정시에서 이과생에 치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수시와 정시를 가리지 않고 이과생들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경영·경제 등 상경계열에서 문과생과 이과생이 동시에 경쟁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상경계열을 제외하면 이과생의 유입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문과생의 불안 심리를 벌써부터 자극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만기 경기 남양주 판곡고등학교 교사는 "이과생 중 교차 지원하는 학생들이 분명히 나오겠지만 상경계열을 제외하면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대학 레벨을 높이고 싶다고 해서 이과생이 한국외대 어문계열에 가는 일이 벌어지겠느냐"고 말했다.

조 교사는 이어 "다만 문과끼리 경쟁한다 해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올해 수능은 영어도 EBS 연계율이 낮아져 만만치 않고 수학에서 미적분을 선택한 수험생이 국어 성적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문과생도 수학에서 최소한의 등급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완화하는 등 문과생을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조 교사는 대학들이 이같은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을 낮게 봤다.

조 교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3들이 제대로 수업받지 못한 지난해에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완화한 곳은 서울대 밖에 없었다"며 "수능 개편이 이미 예고됐던 데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에도 고3이 정상적으로 수업을 듣고 있는 만큼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조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 대표도 "아직 바뀐 수능 체제로 한 번도 입시를 치러보지도 않은 상황에서 소위 '문과생 구제 방안'을 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