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조여라' 서민들 대출 막힐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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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조여라' 서민들 대출 막힐까 우려
  • 김진수
  • 승인 2021.05.11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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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은행 등 금융권에 대한 가계대출 총량 관리 압박을 강화하면서, 서민 주거안정 지원 수단인 전세자금대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일부 시중은행에선 정부가 제시한 가계부채 증가율을 맞추기 위해 전세대출 한도까지 관리하기 시작했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모든 전세자금대출 상품의 신규 취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상품별로 분기별 한도를 정해 관리하고 있는데 전세대출의 수요가 크게 늘면서 5월 초에 이미 2분기 한도를 소진했다"며 "기존 전세 대출 신청에서 취소 분이 나오면 대출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은행에서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이용을 제한한 사례는 있으나 서민 주거안정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전세대출까지 제한한 것은 이례적이다.

은행권에선 정부가 지난달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통해 금융회사에 대한 가계부채 증가율 관리 압박을 강화하자 우리은행이 최근 급격하게 늘고 있는 전세대출도 불가피하게 한도 관리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현재 8%대인 가계부채 증가율을 내년까지 4%대로 낮추는 등 가계부채 총량규제를 재개하기로 했다. 은행권과 비은행권의 가계부채 부문별 동향을 매월 점검해 증가율이 목표치에 미달할 경우 조치할 계획이다. 또 은행 총대출 중 가계대출이 많을 경우 추가자본을 더 쌓게 하고, 적립의무 미이행 시 이익배당, 자사주 매입, 성과 연동형 상여금 지급 등을 제한하기로 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전세대출 우대금리 항목을 축소하며 대출량을 조절한 바 있다. 지난 3월 '우리전세론' 상품에 적용하던 우대금리를 기존 0.4%p에서 0.2%p로 낮췄고, 최근엔 우리전세론 상품의 우대금리 항목과 적용기준을 축소했다. 우대금리 축소로도 전세대출 수요가 억제되지 않자 불가피하게 대출 제한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말 기준 우리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21조4729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2조2932억원(12%) 늘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증가 폭이 가장 컸다. 하나은행이 1조9171억원 늘어 뒤를 이었고, 신한은행 1조7642억원, 국민은행 1조2891억원, 농협은행 5042억원 수준이었다.

아직 다른 은행의 경우 우리은행만큼 전세대출이 많이 늘지 않아 한도를 따로 관리한다거나, 대출을 중단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리은행 전세대출 수요가 이동할 경우 영향이 미칠 수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선 전세대출의 경우 투기적 이유보다 전셋값 상승으로 인해 대출이 늘어난 이유가 큰 만큼, 정부의 가계부채 총량 관리 대상에서 빼내 따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1년 전인 지난해 4월만 해도 4억원대(4억8511만원)였으나, 올해 4월(6억1004만원) 6억원을 넘어섰다. 임대차3법 시행 이후 매물 부족이 심화하면서 전셋값 상승은 지속되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서민 주거안정과 연관되는 민감한 영역이라 관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모니터링 대상에서 분리해 시장 상황에 맞춰 한도를 따로 관리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