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 2000명 모집에 두번째 수능"...주요학원 반수반 50% 이상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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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 2000명 모집에 두번째 수능"...주요학원 반수반 50% 이상 증가
  • 신영호
  • 승인 2021.06.2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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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 학부 신입생 선발 부활과 대입 수능위주전형 모집 인원 확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 등으로 대입 환경이 급변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까지 맞물리면서 대학가 '반수' 열풍이 거세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수능에 강점이 있는 이과생에게 유리한 대입 환경이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대학 신입생뿐 아니라 2~4학년, 심지어 졸업생까지 뒤늦게 대입에 재도전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0일 학원가에 따르면 이날 개강하는 경기 이천 소재 한 기숙학원 반수반은 지원자가 지난해와 비교해 2배 이상 몰렸다. 오전 6시30분 기상해 오후 11시30분까지 학습 일정이 이어지는 강행군이지만 예비 명단에라도 이름을 올리겠다는 지원자가 줄을 섰다.

이 학원 백모 원장은 "반수반 수강생 32%가 SKY(서울·고려·연세대)와 의대·치대·한의대·수의대 재학생"이라며 "올해 통합형 수능 시행으로 이과생이 유리해졌고 정시 선발까지 확대되면서 최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한 반수생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학원가에서는 올해 반수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주요 학원 반수반이 보통 오는 21일 개강하는데 평균적으로 작년 대비 50% 이상 수강생이 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했다.

반수 열풍의 배경을 보면 전국 37개 약대가 모두 2022학년도부터 6년제 학부로 전환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이 주요한 원인이 됐다.

약대는 지난 2009학년도부터 일반 학부에서 2년을 마친 뒤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을 치르고 편입해 4년을 마치는 체제로 운영됐다가 내년부터 통합 6년제 학부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37개 약대가 내년도 신입생을 정원외전형 포함 1959명 선발할 예정이다.

임 대표는 "약대 학부 선발 부활로 이과에서는 최상위권 대학이 하나 더 생긴 수준이 됐다"며 "이과 입시 전체에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과생 입장에서는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기 수월해진 측면이 있어 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한 반수 도전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생물학과를 지난해 졸업한 김모씨(26·여)도 약대 학부 선발이 재개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올해 두 번째 수능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은 케이스다.

김씨는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던 중 약대에서 다시 신입생을 뽑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수능 공부를 놓은지 오래돼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열심히 준비하면 진로를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대도 가리지 않고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입에서 수능위주전형 선발 인원이 늘어난 것도 반수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따르면 2022학년도 전체 대학의 정시모집 비율은 24.3%로 전년 대비 1.3%P 늘었다.

서울 주요 16개 대학만 놓고 보면 증가폭이 더 크다. 수능위주전형 비율이 37.6%로 전년 대비 8.6%P 증가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이들 16개 대학을 콕 집어 2023학년도까지 수능위주전형 비율을 40% 이상으로 확대하라고 권고했는데 대학들이 이를 조기에 수용한 결과다.

아울러 통합형 수능 도입으로 이과생이 수학에서 상위 등급을 확보하기 수월해졌고 표준점수에서도 이득을 보게 된 것도 반수생 증가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서울 한 고등학교 진학담당 교사는 "일반적으로 졸업생이 수능에서 더 강세를 보이는 데다 올해는 통합형으로 개편돼 이과생이 수학 상위 등급을 확보하기 수월해졌다"며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는 데 부담을 느껴 하향지원했던 수험생도 반수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학생활에 제약이 생긴 것도 반수를 고민하게 만든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대학들이 대부분의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학교 시설 이용에도 제한을 두고 있어 대학생활에 흥미를 붙이기 어려워졌고 반대로 수험생활을 병행하기는 수월해졌다는 것이다. 

SKY 대학 가운데 한 곳의 인문대학에 재학 중인 정모씨(22·여)는 코로나19가 반수를 결심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털어놨다.

정씨는 "2~3학년을 질 낮은 온라인수업만 듣다 보니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었다"며 "동아리, 학회, 학생회 같은 활동도 못하게 되면서 이럴 바에는 남는 시간에 수능을 준비해서 진로를 바꿔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문과생이었던 정씨는 올해 수능에서는 수학 선택과목으로 '미적분'을 선택해 의·치·한·수·약대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정씨는 "지난 1월부터 독학으로 수능 준비를 시작했고 지금은 반수반에서 수험생활을 하고 있다"며 "주변 후배들 중에서도 휴학하고 반수를 준비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고 말했다.

입시업계 한 관계자는 "원래 입학한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대학생활을 하다 보면 적응하는 경우도 많은데 지금은 학교를 거의 못 가지 않느냐"며 "대학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도 반수생 증가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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