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헤지펀드 삼성물산 합병 불공정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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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헤지펀드 삼성물산 합병 불공정 주장
  • 안상훈 기자
  • 승인 2015.06.0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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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안상훈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가 삼성물산[000830] 보유 지분을 늘려 3대 주주로 전격 부상하면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 계획에 사실상 제동을 걸고 나섰다. 엘리엇은 지난 2일까지 삼성물산 지분 4.95%(773만2천779주)를 보유하고 있다가 3일 장내 매수로 주당 6만3천560원의 가격에 2.17%(339만3천148주)를 추가로 사 보유 지분이 7.12%로 늘었다.

엘리엇은 이번 지분 추가 매수로 국민연금(9.79%), 삼성SDI[006400](7.39%)에 이어 삼성물산의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엘리엇이 '42만1천892+1주'를 더 확보하면 2대 주주로 도약한다.

엘리엇은 공시와 별도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제일모직[028260]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했을 뿐 아니라 합병 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아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 폴 싱어가 1977년 세운 엘리엇은 엘리엇어소시에이츠와 엘리엇인터내셔널 두 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며 전체 운용 자산은 260억 달러(약 29조원)에 달한다.

이번처럼 소액 주주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문제를 제기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 엘리엇이 자주 쓰는 투자 기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3년에는 미국 P&G가 독일 웰라를 인수하면서 제시한 주가가 부당하다면서 저지에 나서 수년간 법적 분쟁을 거쳐 주가를 올리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특히 작년에는 아르헨티나 채무 불이행 사태를 일으켜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엘리엇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계획안을 '불공정하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은 합병 계획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제일모직과 달리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계열사의 지분이 19%대에 그치는 상황이다. 3일 기준으로 외국인 지분은 32.11%에 달한다.

따라서 엘리엇을 비롯한 외국인·기관 주주들이 1조5천억원 규모의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합병 계획이 무산될 수 있다. 이는 삼성물산 보통주 지분 약 17%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합병 계획이 좌초됐을 때 주가 측면에서 반대한 주주들이 볼 수 있는 이익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합병 반대 세력의 결집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엘리엇이 실제로 합병을 무산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경영권 분쟁 이슈를 부각시켜 주가를 띄운 다음 차익을 얻으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른바 '먹튀'를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이다.

백광제 교보증권[030610] 연구원은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지금 상황에서 합병에 반대표를 던지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이런 이슈를 통해 주가가 오르면 향후 차익을 기대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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