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잠재성장률 계속 하락...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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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잠재성장률 계속 하락...이대로 괜찮나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1.08.2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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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뉴스1
사진출처:뉴스1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김진수 기자] '모든 가족이 나서서 일해도, 집안의 돈과 가재도구를 모두 끌어모아 가계를 꾸려도,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는다. 가족 중 쉬는 사람은 없다. 대체 문제가 뭘까.'

한 경제의 '기초 체력'으로 평가되는 잠재성장률이 우리나라에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경고가 국내외에서 잇따른다. 잠재성장률이란 모든 생산 요소를 활용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장치다.
 
잠재성장률이 낮아진 경제는 모든 가족 구성원이 최선을 다해 일해도 피로도(물가상승 등 부작용)만 늘어날 뿐, 실제 살림살이는 별반 나아지지 않는 가족처럼 된다고 볼 수 있다. 경제에 '역성장 구조'가 정착되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이후에도 풀어야 할 숙제다.
 
23일 한국은행 조사국에 따르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 5.0~5.2%에서 2006~2010년 4.1~4.2%, 2011~2015년 3.0~3.4%, 2016~2020년 2.7~2.8%, 2019~2020년 2.5~2.6%로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 기초 체력이 10년도 안 돼 반토막 난 것이다.
 
한은은 2010년 이후 잠재성장률 하락세를 해석하면서 △총요소 생산성 개선이 정체된 가운데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노동 투입)가 줄고 △투자(자본 투입)도 경제 성숙기 진입에 따라 둔화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잠재성장률은 통상 총요소 생산성과 노동 투입, 자본 투입으로 나눠서 본다.
 
최근 들어선 국외에서도 잠재성장률 하락 경고가 연달아 나온다.
 
영국계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이달 18일 한국 경제의 30년을 전망한 보고서에서 현 2.5% 수준인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30년이면 2.0%로 낮아지고, 2050년에는 1.5% 아래로 추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한국이 코로나 위기로부터 큰 상흔 없이 회복할 걸로 기대하나 장기적 전망은 그렇게 밝지 않다"며 "앞으로 생산성 개선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지만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상쇄할 정도는 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생산가능인구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5~64세 인구는 2017년 3757만명에서 2030년 3395만명으로 감소한 뒤 2067년에는 1784만명으로 2017년의 절반 아래(47.5% 수준)로 급감할 전망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 요인을 설명하면서 "유엔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이미 정점을 찍었으며, 2020년대 말까지 매년 0.5%씩 감소한다"고 주목했다.
 
요약하면 '일할 수 있는 인구'의 감소가 전반적인 노동시간 단축과 업무 혁신 등 생산성 개선 노력을 덮어 버린다는 뜻이다. 게다가 한국의 노동 생산성은 최근 빠르게 개선됐긴 했으나,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분발해야 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국제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지난달 우리나라의 내년도 잠재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3%로 0.2%포인트 낮추면서 우리나라에 충격을 안겼다.
 
국내 연구기관도 잇따라 유사한 분석을 내놓는 중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캐피털이코노믹스와 같은 날 공개한 분석에서 "최근 생산가능인구당 잠재성장률 하락이 더욱 가팔라졌다"며 "이를 방치하면 경제가 역성장 구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경연은 1981년~2019년 자료로 10년 단위 생산가능인구당 잠재성장률을 추정한 결과, 성장 잠재력 구성 요소 중 고용율을 제외한 총요소 생산성·자본스톡·노동시간이 모두 감소세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국금융연구원도 지난달 펴낸 '향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경로 추정' 보고서에서 "2019년 현재 잠재성장률은 2.4%로 추정되는데, 2021년을 기점으로 1%대에 진입하게 된다"며 "2030년에는 0.97%로 0%대를 기록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이미 2%대가 붕괴된 수준이며, 코로나 극복 이후에도 이르면 10년 안에 0%대의 극(極)저성장 구조에 놓인다는 얘기다. 금융연구원도 국내 잠재성장률 하락의 근본 원인으로 노동 증가율 감소를 지목했다.
 
문제는 저출산·고령화와 인구구조에 획기적 변화를 기대하긴 힘들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0명대인 한국은 출산율이 개선은커녕 매해 빠르게 악화하는 중이다. 더는 추락할 공간마저 없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미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기획재정부 요청에 따라 올해 6월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한 여성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인 합계출산율이 2010년 1.23명에서 지난해 0.84명으로 10년 만에 32% 급감했다. 세계 주요 32개국 중 가장 빠른 감소세로, 30%대는 우리가 유일하다.
 
캐피털이코노믹스도 "고질적인 저출산과 낮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확고한 사회 규범을 반영하는 터라 단기에 바꾸기 힘들다"며 "향후 수십년간 경제활동인구의 급감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산업 현장의 역동성(총요소 생산성)이라도 높여야 한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노동과 자본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투입 확대에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해서는 총요소 생산성을 제고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규제를 혁파해 기업 혁신을 유도하고, 세제 지원 강화로 연구개발(R&D)과 기술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도 잠재성장률 개선을 위해 △서비스 부문 생산성 제고 △우수한 교육 시스템과 연구개발(R&D) 능력 활용 △규제 혁신 등을 조언했다.
 
총요소 생산성이란 정량화할 수 있는 노동과 자본 요소를 제외하고 기술 혁신, 업무 방식, 노사 관계, 법·제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로 인해 재화 생산이 효율적으로 늘어나는 수준을 가리킨다. 요소 투입에 의해 설명되지 않고 남는 부분이라는 뜻에서 잔차(residual)라고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