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업계, 원유값 인상에 우유값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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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업계, 원유값 인상에 우유값 '갈팡질팡'
  • 김성현 기자
  • 승인 2021.08.2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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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우유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스1)
20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우유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스1)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김성현 기자]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유업계가 우윳값을 올리지도, 그렇다고 그냥 두기도 힘든 상황에 빠졌다. 

정부의 요청에도 낙농진흥회가 예정대로 원윳값 인상을 강행하면서 이들 업체들은 이미 인상된 원윳값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원유가격 결정체계 개편 논의에 착수한데다 '추석 물가잡기'에 나서고 있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윳값을 올릴 경우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는 점도 우윳값 인상을 망설이게 하고 있다. 

◇ 원윳값 리터당 21원 인상해 지급, 8월에만 수억원 부담 늘어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1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2.3%) 오른 '유대 조견표'를 유업체에 발송했다. 유업체들은 해당 조견표에 맞춰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공급받은 원유 가격을 이미 지불했다. 

반면 판매하는 우윳값을 당장 인상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체별로 8월 한달간 최소 수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한 유업체 관계자는 "우윳값을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새로운 위원회를 발족해 원유 가격 결정체계를 개편한다지만 당장 오른 원윳값을 업체들이 감당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유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원윳값이 오른 만큼 가격 인상 명분은 명확하다. 하지만 추석을 앞두고 정부가 물가안정에 적극 나서고 있어 우윳값 인상을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인상된 원윳값을 감당하기에는 유업체들 상황도 좋지 않다. 저출산 기조에 우유 소비가 대폭 줄었고 코로나19로 단체급식까지 줄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 우윳값 언제 얼마나 올리나…" 9월 10%대 초반 인상 예상" 

유업계는 우윳값을 '얼마나 언제' 올릴 것인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앞서 2018년 당시 원윳값이 4원 인상되자 유업체들은 우윳값을 3.6~4.5% 가량 올린 바 있다. 올해는 당시의 5배가 넘는 21원이 인상됐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최소 18%에서 최대 22.5% 인상 가능성이 열려있다.

하지만 우윳값 인상은 빵과 각종 과자류 등 유제품이 들어간 다른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정부의 물가 안정에 대한 의지와는 정반대 행보여서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한 자릿수 인상 혹은 최대 10% 초반대의 인상을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상 시기도 관건이다. 이미 오른 원윳값을 지불하고 있는 유업체로서는 손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가격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낙농산업 발전 위원회'를 구성하고 회의를 진행하는 등 우윳값 제도 손질을 예고한 상황이어서 곧바로 인상에 나서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유업계는 최소한 이번 달까지는 정부의 조치를 기다리는 모양새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유업체, 낙농관계자 간 최소한의 공감대를 형성한 뒤 가격을 올리는 것이 더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유업체 관계자는 "원윳값 인상과 구조를 둘러싼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쉽게 상황을 예단하기 쉽지 않다"며 "하루가 시급하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최소 9월이 돼야 인상을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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