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2년...월세 난민 속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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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2년...월세 난민 속출 위기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1.09.2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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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사진출처:뉴스1)
서울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사진출처:뉴스1)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김진수 기자] 금융당국의 전방위 대출 조이기로 인해 은행권의 실수요 전세대출마저 문턱이 높아지면서 무주택 서민들의 피해와 시장 혼란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내년엔 올해보다 전셋값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돼 당국이 전세대출을 규제에 포함할 경우 서민들이 반전세·월세로 내몰리는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내년 7월 임대차법 시행 2년이 도래하면 계약갱신청구권 만료로 신규 전세계약이 쏟아지게 된다. 새로운 갱신 물량은 전월세상한제(임대료 인상 폭 5% 제한)를 적용받지 않아 전셋값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29일부터 대환대출 취급을 한시적으로 제한하고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축소하기로 했다. 전세대출의 경우 보증금의 증액 금액만큼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증금 4억원 전세에 2억원 대출을 받은 상황에서 계약 갱신 후 보증금이 6억원으로 오른다면 지금까진 전셋값(6억원)의 80%인 4억8000만원에서 기존 대출을 뺀 2억8000만원까지 추가로 빌릴 수 있었다. 하지만 29일부터 한도가 조정되면 보증금 증액 범위(6억원-4억원)인 2억원까지만 추가 대출을 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 등의 대출 중단에 따른 '풍선효과'(대출수요가 비규제 은행으로 몰리는 것)로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잇따라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불과 열흘 전에도 전세대출·주담대의 한도를 줄이고 우대금리를 0.15%p 낮춘 바 있다. 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전년 말 대비 4.37%(이달 16일 기준)로 금융당국이 제시한 총량 관리 권고치(연 5~6%)에 근접한 상황이다.

 

세입자들은 전세대출을 중단하거나 제한하는 은행이 하나둘 늘어나자 불안해하고 있다.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엔 "정부가 정책 실패로 전셋값을 올려놓고 대출까지 막아버리면 어떻게 살라는 것이냐", "집값 급등으로 집도 못 사는데 이젠 전세도 못 구해 월세로 밀려나게 생겼다" 등의 비난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은행들은 그동안 주담대와 신용대출 등을 옥죄면서도 전세대출에는 별다른 규제를 가하지 않았다. 전세대출은 실수요자가 대부분이라 규제 시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1800조원을 넘어선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 은행별로 대출 총량을 관리하면서 그 안에 포함된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도 불가피해진 것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이달(16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작년 말보다 4.69% 늘어 증가율이 정부 권고치에 근접했다. 특히 전세대출이 14.74% 급증해 전반적인 증가세를 주도했다.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에 대해 더이상 손 놓을 수 없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전세대출이 본래 용도와 달리 투기에 악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보고 조만간 내놓을 대출 규제에 전세대출을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수요와 투기수요를 가려내기 어려운 데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민심 이반을 우려해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선에서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수요자들은 억울하기만 하다. 전셋값이 급등해 대출이 늘어난 것인데 당국이 책임을 떠넘기는 식으로 규제 구실을 만들면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정책 부작용으로 매물 부족이 심화하면서 전셋값은 최대 수억원씩 올랐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해 7월 4억원대(4억8511만원)에서 올해 7월 6억3483만원으로 1년 새 1억3562만원(27.2%)이나 뛰었다.

 

은행권에서는 올해보다 내년 전셋값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급격한 대출 규제는 서민 주거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며 규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년 7월 임대차법 시행 2년이 도래하면 계약갱신청구권 만료로 전월세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신규 전세계약이 쏟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미 전세대출 규제가 촘촘한 상황이어서 투기수요보다는 전셋값 급등이 전세대출 증가의 주된 이유"라며 "내년 전셋값이 더 오를 수 있는 상황에서 급격하게 돈줄을 죄면 서민 주거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어 규제를 검토하더라도 정책적인 기간을 충분히 둬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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