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 논란 휩싸인 면세점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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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점 논란 휩싸인 면세점 대전
  • 피터조 기자
  • 승인 2015.06.2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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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신라 "노 코멘트"

[코리아포스트=피터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국회 등의 문제제기를 바탕으로 면세점 신청기업의 독과점 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공정위는 조사결과를 관세청에 제출할 예정이어서 면세점 심사에 반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신규 면세점 서울 3곳(대기업 2곳·중소기업 1곳), 제주 1곳(중소기업 1곳) 등 총 4곳의 운영권 입찰에 기업 24곳이 신청한 가운데 면세점 업계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롯데와 호텔신라가 긴장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자회견

 독과점론의 핵심은 롯데와 호텔신라의 시장 지배가 지나치다는 점이다.실제 작년 매출규모로 보면 롯데면세점 소공점이 4조3천502억원(45.4%), 신라면세점 1조1천521억 원(26.5%), 롯데면세점 잠실점 4천820억원(11.1%), 동화면세점 2천919억원(6.7%), 워커힐 면세점 2천747억원(6.3%),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1천732억원(4.0%)으로 롯데(3곳)와 신라가 각각 60.5%, 26.5%를 차지했다.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는 동화면세점의 지분도 19.9%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면세점 업계에선 15년 만에 나온 서울 신규 면세점 2곳이 기존 지배적 사업자들이 차지하면 독과점 지배체제가 더 강화돼 신규 업체의 진입은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면세산업은 정부가 세금을 면제해주는 일종의 특혜산업의 성격을 갖고 있는데 특정 기업에게만 몰아준다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텔신라는 독과점론을 의식해 현대산업개발과의 합작법인이라는 우회로를 택했지만 이번 공정위 조사로 인해 타격을 받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호텔신라와 롯데는 감독기관인 공정위의 독과점 조사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 면세업은 여러 업체가 진입했다가 일부는 도태됐고 일부는 생존한 것을 두고 독과점 운운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는 게 호텔신라와 롯데의 입장이다. 롯데는 이번 신규 면세점 입찰은 차치하고라도 연말에 소공점 등에 대한 재입찰이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말을 더욱 아끼고 있다.  자칫 독과점 논란 수렁에 빠져들 경우 주력인 소공점 '사수'마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업계는 관세청이 합작법인의 평가 기준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는 데 촉각을 곤두세운다. 합작법인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단독 법인 또는 합작법인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서다. 관세청은 ▲특허보세구역 관리역량(250점) ▲지속가능성 및 재무건정성 등 경영능력(30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 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150점) ▲기업이익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150점) 등과 그에 맞는 세부 사항을 담은 평가 기준을 내놨다.

관세청은 그러나 "신설법인은 과거 실적이 없다면 모기업의 관련 실적을 제출하면 된다"고 할 뿐 모기업 어디를,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해선 묵묵부답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무지표로 볼 때 합작법인의 여건이 달라 평가기준에 따른 점수가 달라질 수 있어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HDC신라도 호텔신라(50%), 현대산업개발(25%), 현대아이파크몰(25%) 등이 합작사 3곳의 사정이 균일하지 않다.  이 가운데 현대아이파크몰의 부채비율은 작년 기준으로 627.8%에 달해 다른 2곳과 차이가 크다. 가장 점수 비중이 큰 경영능력 평가는 자기자본비율·부채비율 이자보상배율 등이 주요 평가 대상인데 어떤 기준을 들이대느냐에 따라 점수가 달라진다.  기부금 실적과 신용등급 평가, 기업의 사회환원 실적 평가도 마찬가지다.

면세점 업계는 정부가 신규 면세점 개설 취지에 맞게 최적 수요지를 선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투자와 고용 창출로 관광산업을 발전시키고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곳을 선택할 것이라는 기대인 셈이다. 명동, 동대문, 용산, 여의도, 강남을 입점 후보지로 내건 각 기업은 나름의 최적 수요지론을 강조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1호점을 통째로 면세점 후보지로 내건 신세계그룹은 '면세점 명동타운'을 강조하고 있다. 남대문 시장 부근에 신세계 면세점을 내면 기존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시너지를 명동 전체가 면세타운이 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한다.

SK네트웍스와 롯데는 외국인 개별관광객의 명소가 된 동대문의 부활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동대문 케레스타를 면세점 후보지로 정한 SK네트웍스는 "동대문 지역발전을 위한 투자계획과 상생방안을 구체화해 동대문을 아시아의 브로드웨이로 발전시키겠다"는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냈다. 이외에 강남구 삼성동 소재 무역센터점을 후보지로 정한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강남구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600만명으로 서울 방문 외국인 관광객의 53%에 달했다면서 이를 감안한 신규 면세점 결정을 요구하고 있다. 컨벤션센터와 특급호텔 3곳·카지노·코엑스몰·백화점 등 각종 인프라에 성형외과·피부과 병원이 밀집한 의료관광 여건, 도심공항터미널 등을 갖춘 강남이야말로 고품격 라이프 스타일 면세점을 운영할 적격지라는 것이다.

 

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 HDC신라면세점 공식 출범

HDC신라는 전자상가와 연계한 용산 아이파크몰 면세점은 용산 지역 경제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화는 황금색 '여의도 63빌딩'을 면세점 후보지로 정하고 여의도 부흥을 외치고 있다.그러나 명동과 동대문을 후보지로 정한 기업들로선 관광버스 주차난으로 인한 교통 혼잡이 풀어야 할 숙제다. 신세계그룹 등은 단체 관광객 중심 면세점 운영에서 벗어나 다양한 국적의 구매력 높은 개별 관광객 수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면서도 차량흐름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관광버스 주차장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관세청은 지난 1일 입찰서를 낸 총 24곳을 대상으로 지난 5일부터 제출 서류를 바탕으로 입찰 자격 여부를 검토한데 이어 현장 실사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은 민간전문가와 관계부처 공무원이 공동 참여하는 심사위원회를 꾸려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관세청은 그러나 각 기업의 로비 가능성을 우려해 심사위원에 대해선 공개를 꺼리고 있다. 심사위는 조만간 각 사업자의 프레젠테이션(발표)를 듣고 토의를 벌여 최적임 기업을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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