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만나본 뮤지컬 '아리랑'…"한국 창작뮤지컬의 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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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만나본 뮤지컬 '아리랑'…"한국 창작뮤지컬의 정점"
  • 피터 조 기자
  • 승인 2015.06.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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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창작 뮤지컬 제작 능력이 어느 수준에 도달하는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지난 22일 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아리랑' 쇼케이스는 3년여의 준비 끝에 다음달 11일 막을 올리는 창작 뮤지컬 '아리랑'을 미리 만나보는 동시에 국내 뮤지컬 제작 수준이 어느 수준에 도달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쇼케이스는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아리랑'의 뮤지컬화를 추진한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에서 이런 대형 창작 뮤지컬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두세군데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아리랑이) 한국 창작 뮤지컬의 정점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관객들의 응원을 당부했다.

박 대표를 뒤이어 고선웅 연출을 시작으로 서범석, 안재욱, 김우형, 카이, 윤공주, 임혜영, 김성녀, 이소연, 이창희, 김병희 등 주역을 포함해 40여명의 배우들이 등장해 무대를 꽉 채웠다.

이들은 각자 맡은 역할을 짧게 소개한 뒤 곧바로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에 돌입했다.

고선웅 연출이 배경을 묘사하는 지문을 읽으면 곧바로 해당 장면에 등장하는 배우들이 무대 앞으로 나오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대사를 주고받거나 뮤지컬 넘버를 부르는 방식이었다.

배우들은 1시간여동안 '진달래와 사랑', '탁탁', '쌀알의 기억', '꽃이여', '풀이 눕는다', '어떻게든' 등의 제목이 붙은 20여곡을 선보였다.

이 작품의 러닝타임이 2시간 40여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 정도로 압축한 무대인 셈이다.

'화선 김홍도', '황진이' 등의 뮤지컬 넘버를 만들고 한국뮤지컬대상 음악상, 대한민국 작곡상 등을 수상한 작곡가 김대성이 만든 곡들은 그가 지난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음악과 클래식이 섞이면서도 아리랑이 그 중심에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 수긍이 가는 스타일이었다.

이 작품의 시작과 끝 부분에 등장해 극에 아련함을 남기는 '진달래와 사랑'이나 극 중 반복 등장하며 이 작품의 메시지를 전하는 '풀이 눕는다' 등의 곡은 한번 듣고도 멜로디가 귀에 남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주연급 배우들의 고른 가창력도 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옥비 역을 맡은 이소연 배우는 국립창극단 출신답게 극 중간중간 한서린 창을 선보여 관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김성녀, 서범석 등 이미 이름만으로 연기력을 보장하는 배우들은 별다른 의상이나 무대장치 없이 일부 대사만으로도 관객들을 극으로 이끌어냈다.

또한 악역에 해당하는 양치성 역을 맡은 김우형과 카이는 둘 다 기대 이상의 연기력과 가창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날 선보인 장면들이 하이라이트였다고는 하나 전체적으로 웅장한 느낌의 곡들이 계속되면서 다소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12권에 이르는 소설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었겠지만 등장인물이 수십여명에 달해 책을 사전에 읽지 않은 독자가 뮤지컬의 흐름을 과연 따라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들었다.

그러나 공들여 준비한 티가 역력한 쇼케이스에 관객들은 다음달 공연될 작품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한편 박 대표는 쇼케이스에서 "당연히 망하리라 생각하고 시작했다"고 밝혔으나 이날 행사장에는 1천여명이 몰려들어 우리 손으로 만든 창작 뮤지컬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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