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판매 ‘직원사찰 문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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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판매 ‘직원사찰 문건’ 논란
  • 브라이언 홍
  • 승인 2022.09.20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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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분 100%를 가진 자회사 삼성전자판매사의 노사협의회 사원대표가 직원들의 개인성향과 가족관계 등을 파악해 문건으로 관리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건은 노사협의회 사원대표들이 인수인계하며 공유했다. 삼성전자는 회사에서 지시하거나 관여하지 않았고, 이 문건과 전혀 무관하다. 개인직원의 일탈이라고 해명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전국 금속노조 삼성전자 판매지회(이하 노조)를 통해 입수한 문건에는 삼성전자판매사 직원 80여명에 대한 개인정보가 담겼다. 삼성전자판매사는 지역 권역에 따라 7개팀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 문건에는 ‘3에 포함된 한 도시의 직원 전체 명단이 들어가 있다. 작성자는 노사협의회 5팀 사원대표로, 조직개편이 있던 지난해 여름 이 문건을 3팀 사원대표에 넘겼다. 노사협의회 팀 사원대표는 지난해 노조가 생기기 전까지 사측과 임금협의를 진행해왔다.

지난해 문건을 전달받은 3팀 사원대표는 올여름 새로 선출된 대표에게 이를 다시 넘겼다. 문건을 전달한 이메일에는 절대 보안 유지해주세요라고 적었다. 삼성전자 관계자은 조직을 개편하면서 후임자가 요청해 처음 작성했다고 파악했다. 인사팀 요청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엑셀파일로 정리된 문건에는 부서와 성명, 직급, 사번, 특이사항, 가족사항(삼성전자판매사 관련), 개인성향, 연고, 복귀희망 등의 구체적인 정보와 함께 가정사까지 기록돼 있었다. “고과관리 필요함” “타인에 대한 배려가 0점으로 장사를 아주 잘함” “꼰대(?) 이미지가 강해 직원들과 잘 지내지 못함등 인사평도 담겼다. 직원들의 개인성향을 배째라’ ‘이기적등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한 직원에 대해선 강성으로 호불호가 갈리나, 동생들은 굉장히 신뢰한다면서 키맨이라고 적었다. “배우자가 의부증 심하다” “최근 배우자와 사이가 좋지 않다등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정보도 있었다.

문건을 폭로한 삼성전자판매사 직원은 기자에게 회사가 그동안 직원들을 이런식으로 이용했구나 하는 생각에 고민 끝에 폭로하기로 했다. 다른 지역도 있을 것이란 의심이 든다왜 회사가 개인사에 대한 정보까지 필요하고 주관적인 관찰이 문서로 만들어 져 관리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직원들을 감시·평가하고 비공식적으로 정리된 문건이 어떻게 활용됐는지 회사는 명백히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김세현 금속노조 전략조직부장은 회사가 수집할 이유가 전혀 없는 정보로, 전 직원에 조직적인 사찰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이것은 인간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범죄행위라고 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 판매지회는 문건 작성·공유자를 형사 고소·고발하는 등 법적 소송제기와 인권위원회 진정제기 등을 검토 중이다. 또 사측의 조직적 개입여부에 대한 철저한 수사도 요구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문건 자체는 당연히 잘못됐고 건넨 것 자체도 문제가 있다. 하지만 회사의 지시나 관여는 전혀 없었다개인이 참고하려고 작성했다고 파악했다. 개인직원의 일탈이라고 해명했다.

다른 지역에서 유사사례가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이 지역뿐이다. 저희도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 중이다라며 또 회사는 이 문건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인사고과 등에 활용된 것 아니냐는 의심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조사를 진행해 문제가 있는 직원은 그에 맞는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오랫동안 무노조경영을 해왔던 삼성은 노조설립 예방목적으로 상시적으로 직원들의 성향을 분석해왔다. 2018년 삼성전자서비스·삼성에버랜드 노조와해 수사과정에서, 삼성 미래전략실과 계열사 임직원들이 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 문제인력을 관리한다는 명분으로, 개인정보를 수집·관리한 사실이 드러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수집된 개인정보의 내용이나 양식이 현재 공개된 문건과 비슷하다.

특히 삼성은 노사협의회를 무노조 전략우군으로 삼아 관리해오기도 했다. 2012년 삼성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보면 노사협의회가 대표성이 있어야 노조 설립을 저지할 수 있는 명분과 논리적 근거를 확보할 수 있고, 노조 설립 시 대항마로 활용” “유사시 친사 노조로 전환할 수 있도록 마인드 및 역량 제고라고 적혀 있다. 2011년 삼성전자의 노사전략에는 근로자위원을 전략적으로 선출한 뒤 비노조 신념화·조직관리 중요성에 대한 특별교육을 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문건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작성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출처=경향신문
사진출처=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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