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지주회사 전환 앞두고 주가 내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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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지주회사 전환 앞두고 주가 내리막
  • 브라이언 홍
  • 승인 2022.09.2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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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백화점은 전 거래일 대비 0.86% 내린 57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14일 이후 16일 하루를 뺀 4거래일 동안 하락세다. 이 기간 주가는 6.61% 떨어졌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은 공시에서 주력 계열사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인적분할해 투자부문(지주회사)과 사업부문(사업회사)으로 분할키로 했다.

현대백화점은 신설법인 현대백화점홀딩스(23.24%)와 존속법인 현대백화점(76.76%)으로 인적분할한다. 현대백화점홀딩스는 지주사로, 현대백화점과 한무쇼핑을 자회사로 두게 된다. 존속법인 현대백화점은 지누스와 면세점을 그대로 보유한다.

현대백화점 측은 "우수한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현대백화점과 한무쇼핑을 축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적분할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한무쇼핑은 무역점, 킨텍스점, 김포아울렛, 남양주아울렛 등 우량 점포를 보유한 현대백화점과 무역협회의 합작법인이다. 지난해 영업현금흐름이 2100억원, 이익잉여금은 15977억원에 달한다.

지주사 전환에 대한 주주들의 여론은 좋지 않다. 주주들을 위해서라면 현대백화점홀딩스가 현금자산을 많이 가져가면서 면세점과 지누스를 보유하고 현대백화점과 한무쇼핑을 합병한 후 사업회사로 만드는 인적분할을 실시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주사가 한무쇼핑을 가져간다는 것은 막대한 현금자산을 다른 사업에 사용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이다.

현대백화점 주주 A씨는 "지주사가 면세점과 지누스를 갖고 같은 업종인 백화점과 한무쇼핑을 합병해 사업회사로 분할했으면 주가는 우상향했을 것"이라면서 "업계 4등으로 한동안 적자를 보일 면세점과 터무니없는 고가 인수로 막대한 부채 상환부담을 가진 지누스를 현대백화점 아래에 둔다는 것은 현대백화점의 수익으로 면세점 적자를 메우고 지누스의 인수 부채를 상환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증권가는 현대백화점의 주가 하락에 대해 실망 매물이 나온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 현대백화점 분할 및 지주사 전환에 대해 보고서를 낸 7개의 증권사 가운데 4곳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알짜배기' 사업이 빠진 현대백화점의 주가가 유지될지 미지수라는 관측이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의 지주사 설립에 대한 명확한 명분이 부족하고, 구체적인 주주가치 제고 정책이 없다"면서 "지주사 설립 공시는 투자심리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주사 전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있다. 단기 악재는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호재라고 평가한다. 경영 효율화 제고는 물론 그룹의 배당정책 개선 기대감도 커져서다.

현대백화점이 추진하려는 지주회사 전환 로드맵을 단순화하면 이렇다.

현재 현대백화점그룹의 지배구조는 정지선 회장현대백화점지누스, 현대백화점면세점, 현대쇼핑, 한무쇼핑등이다. 정지선 회장은 2분기 말 기준으로 현대백화점 지분 17.09%를 들고 있어 지배력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인적분할을 통해 존속회사 현대백화점과 신설회사 현대백화점홀딩스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현대백화점홀딩스는 기존 자사주 6.6%만큼 현대백화점 지분을 가지게 된다.

정지선 회장현대백화점홀딩스(17.09%)현대백화점(6.6%)’의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자사주의 마법은 다음 단계에서 극대화된다.

정지선 회장은 현대백화점홀딩스를 최정점으로 하는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인적분할 이후 갖게 되는 현대백화점 지분 전량(17.09%)을 현대백화점홀딩스로 현물출자한 뒤 현대백화점홀딩스가 발행할 신주를 확보하게 된다.

현대백화점홀딩스와 현대백화점 주식의 교환 비율을 11이라고 가정한다면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홀딩스 지분 34.18%를 보유하게 된다.

현대백화점홀딩스는 정 회장에게서 출자받은 현대백화점 지분 17.09%에다가 자사주 6.6%를 합해 현대백화점 지분을 23.69%까지 늘릴 수 있다.

정지선 회장현대백화점홀딩스(34.18%)현대백화점(23.69%)지누스, 현대백화점면세점의 구도는 이렇게 완성된다.

정 회장의 현대백화점홀딩스 지배력이 단숨에 30%대로 높아지는 것은 물론 자사주 덕분에 지주회사의 사업회사 장악력도 커지게 되는 셈이다.

사실 이런 방법은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기업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재벌들이 많이 사용해온 방법이다. 범현대가인 현대중공업그룹도 이 과정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자사주의 마법은 항상 논란을 불러왔다는 점이다. 법인이 영업활동을 통해 애써 벌어들인 현금을 활용해 자사주를 사들인 것은 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여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목적으로만 자사주가 활용된다면 나머지 소액주주들의 이익은 침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사진출처=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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