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 돈 마구 찍어내는데 규제 법령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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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이 돈 마구 찍어내는데 규제 법령이 없다?"
  • 정택근기자
  • 승인 2015.10.0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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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상품권 종합 규제 필요"
"연 10조∼11조원 발행 추산…불법거래 악용 우려" 

 

▲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

[코리아포스트  정택근기자]  모바일 부문의 가세로 상품권 발행 시장 규모가 연간 10조∼11조원 규모로 커졌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규제하는 법규가 미흡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현금처럼 통용되는 상품권이 돈세탁이나 리베이트 제공 같은 불법거래에 악용되는 걸 막으려면 관련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 일각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5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에게 제출한 '상품권 불법 유통거래 제한 필요성 관련 조사' 보고서에서 "상품권은 고액권 발급이 가능한 데다 거래시 서명이 의무화돼 있는 수표와 달리 사용자 추적이 쉽지 않아 불법자금으로 유통될 여지가 크다"며 "상품권에 대한 종합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1999년 상품권법이 폐지되면서 1만원권 이상을 발행할 때 인지세를 내는 것을 빼면 당국의 감독을 사실상 받지 않아 상품권의 실제 유통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다.

한국조폐공사를 통해 발행한 상품권 규모는 2009년 3조3천800억원, 2011년 4조7천800억원, 2013년 8조2천900억원으로 급증세를 이어가다가 지난해 6조8천900억원으로 하락했다.

이는 백화점·대형마트의 발행 규모가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정유사 상품권은 2013년 3천531억원에서 지난해 4천613억원으로 늘었고, 전통시장 상품권도 6천43억원에서 7천192억원으로 불어났다.

여기에 새로운 결제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는 모바일 상품권과 인터넷 상품권(사이버 머니) 및 선불카드 발행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상황임에도 5만원권 화폐보다 액면이 훨씬 큰 50만원권, 100만원권짜리 고액 상품권을 누가 사들이고 어떻게 쓰이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고액 상품권이 기업 비자금 조성이나 뇌물수수 수단 등 불투명한 자금 거래 용도로 쓰일 여지가 많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상품권은 인지세만 내면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고 시중에서 현금처럼 사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백화점이 사실상 돈을 찍어내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1만원권 미만 상품권은 인지세가 붙지 않아 '검은돈'으로 세탁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급전이 필요한 개인이나 기업들이 신용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하고서 수수료를 뗀 뒤 되팔아 현금을 확보하는 '상품권 깡'이 대표적인 불투명 거래로 꼽힌다.

백화점 인근 구둣방 등에서 판매되는 할인 상품권은 이런 과정을 거친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되는 상품권 관련 소비자 피해는 연평균 2천여 건에 달한다. 하지만 피해 구제까지 이어진 경우는 2010년 3.3%, 2011년 10.4%, 2012년 4.7%, 2013년 5.9%에 불과했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일본은 2009년 제정한 '자금결제에 관한 법률'로 상품권을 포괄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도 각 주에서 상품권 규제 규정을 운영하고 있다.

임동춘 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장은 "우리나라는 상품권에 관한 규제가 미흡한 실정이기 때문에 일본, 미국, 캐나다처럼 규제 근거를 법률에 최소한으로라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현재 총 10여 개의 상품권 관련 법률이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각 부처에 흩어져 혼선의 우려가 있다"며 "보다 효율적이고 통합된 방식의 상품권 관련 법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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