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PP타결> 경쟁국 일본 부상…산업계 이해득실 계산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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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PP타결> 경쟁국 일본 부상…산업계 이해득실 계산 분주
  • 피터조 기자
  • 승인 2015.10.0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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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피터조 기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지난 5일 타결되면서 우리 산업계 및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아직 상세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섣부른 예측을 어렵게 하지만 우리 산업계의 최대 관심은 일본에 집중돼 있다.

5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위치한 리츠칼튼 호텔에서 마이클 프로먼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운데)를 포함한 12개국 무역·통상 장관들이 세계 최대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마치고 핵심쟁점들을 일괄 타결했다 발표하고 있다. 이번 협정에 참여한 국가들은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멕시코, 페루, 칠레, 일본,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다.

일본의 경제 발전 단계를 모방하고 따라온 결과 전자, 석유, 자동차, 기계 등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은 대부분 일본과 겹친다.  TPP로 인한 영향을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다. 우리나라는 이미 TPP 12개 회원국 중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과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상태다. 특히 미국과의 FTA로 일본에 앞서 최대 시장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번 TPP 타결로 우리나라는 미국은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 시장을 놓고 일본과 치열한 경쟁에 돌입하게 됐다.

다만 TPP가 양자 간 FTA에 비해 양허 수준이 높지 않은데다 우리나라가 이미 동시다발적 FTA 전략을 통해 통상 분야에서 한발 앞서 나가고 있는 만큼 실제 타격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자동차·부품소재 경쟁력 약화 우려

한일 간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자동차, 그중에서도 부품업종은 이번 TPP 타결에 따라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다.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TPP 발효 즉시 일본산 자동차 부품의 2.5% 관세가 철폐되기 때문에 우리 자동차 부품업계는 일본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릴까봐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의 한 관계자는 6일 "일본산 부품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면 일본 업체와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아직 심각하다고 보진 않지만 어느 정도는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일본 부품업체들은 도요타, 혼다 같은 일본 메이커들에 많이 납품하고 있는데 가격이 10% 정도면 모를까 2.5% 떨어진다고 큰 타격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장기적으로 봐야할텐데 수준 높은 기술력으로 품질을 안정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산 승용차가 미국에 수입될 때 적용되는 관세는 25년 뒤에 철폐되므로 완성차업체는 당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TPP가 발효되면 일본에서 조달하는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기 때문에 미국 내 공장을 가진 일본 완성차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개선된다"고 분석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도요타 등 일본 완성차업체가 부품을 더 싸게 공급받아 원가를 낮춰 경쟁력이 높아지면 미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TPP 발효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다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 자동차의 관세는 내년에 완전히 철폐되고 환율도 우호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크게 신경쓸 것이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 섬유업종 TPP 가입 여부따라 이해 엇갈려

역시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섬유업종의 경우 속내가 좀 더 복잡하다. 우리나라의 TPP 가입 여부에 따라 기업 전략이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8위의 섬유 수출국이자 기술력은 세계 4위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에만 159억달러의 수출을 기록했다.

아직 상세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섬유의류의 경우 TPP 타결로 관세가 대부분 철폐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TPP 회원국들은 섬유 제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유지하고 있다.

합성 섬유 직물은 일본이 5.3∼6.6%, 미국 8.5∼14.9%, 면직물은 일본 3.7∼5.6%, 미국 6.5∼15.5%에 달한다. 관세 철폐로 섬유의류 수출 강국인 베트남 등이 최대 수혜국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섬유의류 업종에서 가장 중요한 원산지 규정은 미국의 요구대로 원사기준(Yarn Forward)이 채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역내 회원국에서 생산된 원사를 재료로 해 의류를 생산해야만 관세 철폐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다.

섬유업계는 우리 정부가 TPP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TPP 회원국인 베트남이나 인건비 경쟁력이 있는 말레이시아 등지로 원사 생산공장을 이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베트남보다 인건비는 다소 높지만 지리적으로 북미, 남미와 가까운 멕시코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 이 경우 섬유 수출 감소와 함께 국내 산업공동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가 TPP에 가입할 경우에는 섬유의류 업종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품질이 낮은 베트남산 원단 대신 원사기준 하에서도 원산지 인정이 가능한 고품질의 한국산 원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 석유화학업계 영향 제한적…'느긋'

석유화학업계는 이번 TPP 타결에 따른 영향을 한 걸음 떨어져서 관람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기본적으로 석유제품은 세계 각국이 이미 0% 수준의 관세를 적용할 정도로 프리 트레이딩 시장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화학제품의 경우에도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이 TPP에 참여하지 않는데다 우리나라가 이미 미국이나 호주 등 주요 대상국들과 FTA를 체결한 만큼 느긋한 입장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화학업체마다 주력 생산제품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전체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이 TPP에 가입하지 않은 만큼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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