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특정후보 음해 문자…선거법 적용 '갸우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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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특정후보 음해 문자…선거법 적용 '갸우뚱'
  • 제임스김 기자
  • 승인 2016.03.2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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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비방 신종수법 등장에 경찰, 공직선거법 적용 부담

[코리아포스트 제임스김 기자] 개인이 특정 후보를 음해하는 문자를 다량 발송하면 공직선거법에 걸릴까. 문자서비스(SMS)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법적으로 허용되면서 법을 교묘히 악용한 사례가 울산에서 처음 적발돼 경찰이 처리에 고심하고 있다.

28일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한 총선 후보가 자신을 음해하는 문자 서비스가 유권자의 휴대전화로 발송되고 있다며 발신자를 추적해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해 달라고 고발했다. 문자 메시지에는 자신을 '시민'이라고 밝힌 발신자가 공개편지 형태로 3차례에 걸쳐 특정 후보의 '재산 형성 의혹' 등을 제기하며 음해하는 내용을 담았다. 발신자는 문자 마지막 부분에 '20통 이하로 선거법을 지켜서 보낸다'고 명시했다.

경찰은 문자 메시지에 찍힌 발신자 번호로 전화했지만 '통화중' 신호만 계속 울렸다. 경찰이 발신자의 전화번호를 추적하는 등 정식 수사를 벌이려면 공직선거법 저촉 여부를 먼저 판단해야 하는 데 그게 쉽지 않다고 한다. 개인이 특정 후보를 상대로 음해성 편지글을 보낸 것을 처벌할 명확한 규정이 공직선거법에는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로선 발신 번호가 유령 번호로 나타나 처벌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다만, 후보자가 발신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는 있지만 이미지를 살펴야 하는 후보 입장에선 고민스러운 부문이다.

대량 문자 메시지 발송 횟수를 제한한 공직선거법 제59조를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 이 조항은 컴퓨터 등을 이용해 자동 동보 통신 방법으로 문자 메시지를 대량 발신하는 횟수를 5회까지로 제한했다. 그러나 매회 20통 이하의 발송은 자동 동보 통신에 해당하지 않아 언제든지 홍보가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발신자는 이 조항을 피하기 위해 20통씩 제한적으로 발송되는 문자 전용 전화기를 이용해 특정 후보 비방 문자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문자 전용 전화기란 컴퓨터와 연결해 매회 20통씩 무한정 다수에게 문자를 발송하도록 프로그래밍한 전화기다.

이 전화기는 대부분의 선거사무실에서 정식 SNS 선거운동용으로 사용한다. 대량으로 문자를 발송할 때는 컴퓨터를 사용하지만, 그 외에는 이 문자전용 전화기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컴퓨터나 휴대전화로는 20통 이하씩 나눠 발송하기 번거롭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을 적용하기가 모호하지만, 후보를 비방·음해한 내용이 있어서 수사 여부를 검찰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총선 후보 측 관계자는 "SNS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신종 수법이 등장한 것 같다"라며 "개인이 특정 후보를 악의적으로 비방하는 내용의 문자를 마구잡이로 발송하지 못하도록 공직선거법으로 처벌하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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