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PB상품, 품질은?” 품질관리 도마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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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PB상품, 품질은?” 품질관리 도마위에
  • 김정미 기자
  • 승인 2016.04.19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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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사 1차 책임

[코리아포스트 김정미 기자] 대형마트나 편의점의 PB(자체브랜드) 상품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량이 늘어나며 품질관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PB 상품은 대기업 계열 유통사들이 자사 이름을 걸고 판매하기 때문에 소비자 신뢰도가 높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까지 합세하면서 PB 상품의 비중과 매출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철저한 품질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시장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PB 품질검증 시스템 신뢰할 수 있나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로부터 공급받은 상품에 자체 상표를 부착해 파는 제품인 PB는 나날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대체로 일반 브랜드 상품보다 저렴하고 특정 유통업체에서만 판매되기에 고객 유입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가 PB 생산•기획 단계에서 제품을 의뢰하면 제조업체는 대형마트에 해당 상품의 품질이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연구 결과 등의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대형마트 품질관리팀에서는 제조업체가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해당 제품의 품질을 판단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외부 연구소 등에 자체적으로 품질 분석을 의뢰하거나 생산공장을 방문하기도 한다.

그러나 제조업체가 특정 분야의 상품을 제조하는 것과 달리 대형마트는 식품, 의류, 세제, 생활용품 등 다양한 분야의 PB 상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품질 관리를 제조업체에 의존하기 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PB 상품 가운데 식품은 대형마트의 주력분야이다 보니 검증하기 쉬운 편이지만 가습기 살균제 같은 생활화학제품의 안전 문제는 전문성이 있는 제조업체의 규모나 인지도를 보고 신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점 때문에 PB 상품의 안전성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은 2014년 10월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생활화학용품에 유해성분이 다량 포함돼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대형마트와 제조업체에 품질 관리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당시 대형마트 PB 주방매트, 변기시트, 욕실화 등 플라스틱 생활용품 25개와 주방세제, 세탁세제, 방향제 등 생활화학용품 22개를 조사한 결과 플라스틱 생활용품에서는 납•카드뮴 등 중금속과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가, 생활화학용품에서는 알레르기 유발 향 성분이 검출됐다.

또한 2011∼2012년 홈플러스 PB 고춧가루와 배추김치 등에서는 식중독균이 검출돼 판매 금지 및 회수 조치가 내려졌고, 2012년에는 이마트 PB 참기름에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과다 검출돼 판매 중지 및 회수 조치됐다. 2010년에는 롯데마트 PB 콩사탕에 금속성 이물이 들어가 해당 제품의 유통과 판매가 중단된 바 있다.

소비자 권익보호단체인 컨슈머리서치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대형마트 브랜드에 대한 기대치 때문에 PB 상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형유통업체의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다"며 "PB 상품의 품질 관련 규정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 PB 책임소재 조항 없어…사안 따라 제조사도 책임

PB 상품을 둘러싼 소비자 피해에 대해 명확하게 책임 소재를 명시한 법적 조항은 없다.

그러나 업계와 법조계에서는 제조물책임법 등에 따라 기본적으로 PB 상품을 판매하는 대형마트 등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제조사와 유통사에 모두 책임이 있고 사안에 따라 한쪽에 더 큰 잘못이 있을 수 있지만, 소비자에게는 1차적으로 판매처인 유통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제조물책임법에서 '제조업자'의 정의에는 제조물에 성명•상호•상표 또는 그 밖에 식별 가능한 기호 등을 사용해 자신을 제조물 제조•가공•수입업자로 표시하거나 오인하게 할 수 있는 표시를 한 업자가 포함된다.

한국유통법학회장인 최영홍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PB 제품은 제조사가 따로 있다고 해도 자사 상표를 부착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당연히 판매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소비자에게 대형마트 등이 보상하되 내부적으로 제조사와 책임을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들도 PB 상품으로 인한 피해 발생 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소비자는 유통사와 제조사 양측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일차적으로 판매처에 책임이 있다"며 "지금까지도 PB 제품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책임을 회피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PB 상품이라고 해도 제조업체 역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제조상의 문제여도 유통업체가 제품을 검증하기 때문에 무조건 제조업체 책임으로 보기 어렵고 유통상 발생한 문제에서도 제조업체가 자유로울 수는 없다"며 "결국 함께 기획•생산한 제품이기 때문에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큰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분쟁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PB 제품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제기돼 왔지만 이번 사건처럼 법정으로까지 간 사례는 이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PB 상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반적으로 제조상 하자일 때는 제조업체, 유통상 문제일 때는 유통업체가 책임을 질 가능성이 크지만 사안과 계약 조건 등에 따라 책임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한편 이림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PB 제품을 만든 제조사와 함께 판매사에도 책임이 있다"며 "그러나 보상 범위도 넓고 피해가 광범위해 법률적으로 다툴 여지는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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