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남아도는데 치즈는 외국산만…낙농업계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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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남아도는데 치즈는 외국산만…낙농업계 이중고
  • 원아름 기자
  • 승인 2016.05.31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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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원아름 기자] 판매를 하지 못해 남아도는 우유의 양이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대안으로 떠오른 치즈 등 유가공품 시장마저 외국산에 점령당하면서 낙농업계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 '하얀 보약'은 옛말…우유 남아돌아

31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유가공업체가 쓰고 남은 원유를 보관 목적으로 말린 분유 재고를 원유로 환산한 양은 24만4천146t이다.

지난 2014년 11월 원유로 환산한 분유 재고가 처음으로 20만t을 넘어선 뒤 16개월째 매달 20만t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예전 같지 않은 우유 소비량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국내 1인당 연간 흰 우유 소비량은 2000년 30.8㎏에서 2015년 26.6㎏으로 13.6% 감소했다.

한때는 우유가 '하얀 보약'이라고 불리며 영양의 보고로 주목을 받았지만 우유 말고도 영양분이 풍족한 식품이 많아진데다 저출산까지 맞물린 탓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13년 말부터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젖소 도태 사업을 시행하는 등 원유 감산 정책을 시행했지만 워낙 소비량이 줄어 분유 재고 해소에는 효과가 미미하다.

◇ '유일한 대안' 치즈도 수입산이 점령

남아도는 분유를 소진하는 가장 확실하면서도 사실상 유일한 방법은 치즈 등 유가공품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서구화된 식생활과 외식업계 성장 등에 힘입어 치즈 소비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낙농진흥회가 집계한 지난해 국민 1인당 연간 치즈 소비량은 2.6kg로, 1kg 수준이던 2000년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통계를 들여다보면, 실질적으로 늘어난 건 수입 치즈 소비량뿐이라는 게 문제다.

2010년 국내산 치즈 생산량은 2만7천404t에서 2015년 2만3천188t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수입산 치즈는 6만971t에서 11만1천521t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치즈 시장에서 외국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82.8%이나 된다.

국내 치즈 생산량은 사실상 정체 수준인데, 수입산 비중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유업계 관계자는 "국산 원유가 수입산보다 3배 이상 비싸다"며 "가뜩이나 업계가 어려운데 굳이 비싼 국산 원유를 치즈 원료로 가져다 쓸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 "한우처럼 '국산 치즈' 인지도·충성도 높아져야"

원유 가격이 비싸지만 무작정 원유 가격을 낮추는 건 당장 실현 가능한 대안이 되기 어렵다.

국산 원유는 생산비와 소비자물가를 반영한 공식에 따라 연 1회 원유 가격을 정하는 원유가격 연동제로 권유의 기본 가격을 책정하고 있어서다.

제도적인 지원을 통해 국산 원유와 상대적으로 싼 수입원유 간 가격 차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허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발표한 '한국농촌물가안정을 위한 축산물과 축산식품 유통체계 구축 연구' 보고서에서 낙농가로부터 우유제조업체들이 할당량만큼 원유를 의무적으로 사도록 하는 원유 쿼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쿼터제를 통해 치즈와 발효유 등 유가공품에 국산 원유 이용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국산 유가공품에 대한 소비자 충성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명품 치즈'를 개발하고 인지도를 높이는 게 시급하다는 주장도 있다.

낙농업계 관계자는 "보통 대부분 식품은 국산이 더 맛있고 품질도 좋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와인 즐기는 사람들만 해도 수입산 치즈를 더 선호하는 게 현실"이라며 "한우가 수입 쇠고기보다 2배 이상 비싼데도 수요가 많은 것처럼, 국산 치즈에 대한 인식부터 개선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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