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아동인권침해 보고서 놓고 사우디-인권단체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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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아동인권침해 보고서 놓고 사우디-인권단체 격돌
  • 박병욱 기자
  • 승인 2016.06.0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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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박병욱 기자] 예멘 내전에 개입한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국제동맹군을 유엔의 '아동 인권침해국 명단'에서 제외한 결정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유엔은 이 명단에 반발하는 사우디와의 공동 조사를 위한 한시적 조치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국제인권단체들은 "유엔이 사우디에 굴복한 것"이라며 거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발단은 지난 2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명의로 발표된 유엔의 연례보고서였다.

      

유엔은 이 보고서를 통해 내전을 겪는 예멘에서 지난해 1천953명의 아동·청소년이 사망하거나 다친 것으로 집계했다. 이는 전년도보다 6배 늘어난 규모다.

사망·부상자의 60% 정도는 국제동맹군의 공격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지난해 예멘의 학교·병원에 대한 공격이 전년도보다 두 배 증가한 101건에 달했으며, 이 중 48%를 동맹군의 공격으로 간주됐다.

 

사우디는 이 보고서에 즉각 반발했다. 틀리고 부정확한 정보에 근거하고 있는 보고서라며 즉각 수정을 요구했다. 압달라 알-무알리미 유엔 주재 사우디 대사는 "사상자 수는 훨씬 적다"고 주장했다.

사우디는 나아가 이 보고서에 기재된 공격 사례들과 사상자 규모에 대해 유엔과 사우디가 공동 조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반 사무총장은 6일 스테판 두자릭 대변인의 발표를 통해 이 같은 제안을 수용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이 보고서를 검토하는 8월 이전에 공동 검토를 마치자는 요지였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관계자는 사무총장실이 사우디의 반발에 굴복한 것이라면서 이는 '정치적 조작'이라고 비판했다.

국제앰네스티 유엔 사무소도 성명을 내고 "이는 수치스러운 영합"이라면서 "유엔이 압력에 굴복해 이미 발간된 보고서를 고치려는 것은 전례가 없다"고 가세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두자릭 대변인은 7일에도 "이는 유엔의 방침을 뒤집는 것이 아니다. 검토 내용을 보고 (아동인권침해국) 명단에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동맹군이 명단에서 빠지는 것은 조사가 끝나는 오는 8월까지의 한시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예멘 내전은 시아파 후티 반군이 작년 2월 압드라무 만수르 하디 정부를 전복하고, 이에 맞서 사우디가 이끄는 동맹군이 정권 재건을 돕기 위해 반군을 공격하면서 본격화했다.

이 내전으로 지금까지 6천4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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