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특별수사단 첫 타깃은 '혈세낭비 부실' 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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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특별수사단 첫 타깃은 '혈세낭비 부실' 대기업
  • 김영목 기자
  • 승인 2016.06.0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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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 책임자 규명·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 전망
막대한 공적자금 지원받고도 부실…방만경영 손본다

[코리아포스트 김영목 기자]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폐지된 이후 대형 부정부패 비리 수사의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설치된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특수단)이 출범 5개월 만에 8일 수사에 착수했다.

첫 수사 대상은 최근 조선업 구조조정 논란의 한복판에 선 대우조선해양이다. 정부가 이미 수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혈세를 투입했지만 부실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중증 부실' 기업이다. 최근에는 수년에 걸친 경영진의 '성과 부풀리기' 분식회계 및 방만경영, 도덕적 해이 논란까지 벌어졌다.

특수단의 첫 수사 대상 선정은 대규모 예산 낭비를 초래하는 비리에 초점을 맞추겠다던 출범 일성과 맥이 닿는다. 검찰 안팎에선 대형 국책사업이나 공기업·공공기관 비리가 타깃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대우조선은 조선분야 대기업이면서도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여서 '공익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우조선은 대우그룹 해체로 2000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당시 2조9천억원의 공적자금을 받아 기사회생했다. 업계에 따르면 1987년부터 지금까지 공적자금과 국책은행 자금 6조5천억원이 지원됐다.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됐지만 회사 경영은 갈수록 더 나빠졌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7천308.5%에 달했고 지난 3년간 적자는 4조4천58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주가 급감하자 저가 수주 경쟁이 벌어졌고 부실은 더욱 심화됐다. 경영진은 단기 실적과 연임에 급급해 부실을 숨기기 위해 회계를 조작하는 분식회계를 서슴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번 수사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한 조선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정부의 정책 추진과도 맞물려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가 된 기업의 곪은 환부를 신속하게 도려내 국가경제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조선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규모 실업자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경영진의 비리와 정관계 유착 비리를 척결하지 않고는 실직사태에 따른 분노와 불만을 해소하기 힘들 것이란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우조선은 세계적인 조선경기 불황 속에 무리한 경영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도 분식회계를 통해 이를 감춰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기업은 2014년 4천710억원의 흑자를 냈다고 장부에 기록해 공시했다. 그러나 작년 5월 새 사장이 취임하면서 이전 경영진 시절의 부실을 털어내며 5조5천억원의 적자를 작년도 재무제표에 기록했다.

이 가운데 2조원가량은 2013년과 2014년도 재무에 반영됐어야 할 부실액수로 꼽혔다. 금융당국은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규모가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단 수사는 이처럼 누적된 손실이 한꺼번에 반영되는 '회계 절벽'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고의적분식회계가 있었는지, 책임자가 누구인지 가려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특수단은 지난 수개월 간의 내사를 통해 부실의 주요 책임자로 꼽히는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을 비롯해 전 경영진의 비리 혐의를 일부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단은 일단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의혹과 경영진의 회사 경영 관련 비리 등을 규명하기 위한 증거 확보 차원"이라고 이날 압수수색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버금가는 위상과 규모를 갖춘 특수단의 첫 타깃이 된 만큼 수사 범위가 단순히 회사 비리쪽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원래 기업을 겨냥한 검찰 특별수사의 목적이 기업의 투명 경영을 보장해 주주와 투자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기업과 유착된 공직자 등의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대우조선이 장기간 부실을 감추고 대표이사가 연임하는 과정에서 금융감독당국을 비롯한 정·관계 쪽과 유착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따라서 검찰 수사는 대주주인 산업은행, 공적자금 및 국책은행 자금 투입을 결정한 정책 당국, 연임 결정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정관계 인사 등을 대상으로 뻗어나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조선업의 방만 경영이 비단 대우조선에만 한정돼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이번 수사가 조선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도 주목하고 있다. 동시에 조선업과 마찬가지로 최대위기에 봉착한 해운업계의 부실경영 문제에 대한 수사 가능성에도 촉각을 세우는 모습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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