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기업중역 40% "이민가고파…정부가 서방제재보다 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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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기업중역 40% "이민가고파…정부가 서방제재보다 해악"
  • 피터조 기자
  • 승인 2016.06.0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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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코리아포스트 피터조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경제 침체와 사회 곳곳의 강압적인 분위기에 러시아를 떠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타임스가 9일(현지시간) 전했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러시아 기업가 빅토르 리셴코(45)는 사업과 삶의 질, 미래에 대한 전망 때문에 이민을 결정했다며 "이제 러시아는 사업하기에 좋은 곳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를 떠나 이민을 간 사람은 34만 명으로, 2011년보다 10배나 늘었다.        

모스크바 카네기 센터의 정치 전문가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는 실제 수치는 더 높을 것이라며 "두뇌유출이 상당한 수준이며 병적인 현상의 전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규모가 큰 투자회사에서 중역으로 일하던 블라디미르 아슈르코프 씨는 2014년 러시아를 떠나 영국 런던에 살고 있다. 그는 야당 인사를 후원했다가 크렘린에 미운털이 박혔다.

그는 "과거 국제 시장에서 자본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것들도 요즘의 환경에서는 의미를 가질 수 없다"며 "반대 목소리를 탄압하고 시민의 자유를 억누르는 사회 전반의 부정적인 분위기 때문에 그것들마저 악화했다"고 말했다.

최근 헤드헌팅 업체에서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 중역의 40% 이상이 이민을 가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러시아를 떠나 이민을 하고 싶은 나라로 미국과 독일, 영국이었다.

한 응답자는 이민을 가고 싶은 이유로 '더 투명한 사법 체제'를 꼽았다.

익명을 요구한 이 응답자는 "러시아 정부가 생각해 내는 것들은 유럽연합이나 미국의 제재보다 러시아 기업에 더 해를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러시아를 등진 유명 인사로는 푸틴 대통령에 반대하는 야권 지도자를 공개 지지한 이후 당국의 수사를 받은 경제학자 세르게이 구리예프가 있다.

암호화 메신저 텔레그램의 개발자 파벨 두로프도 사용자들의 데이터 정보 내용을 제공하라는 정부의 요구를 거부하고 러시아를 떠났다.

그는 텔레그램을 만든 것도 러시아 정보기관이 접근할 수 없는 의사소통 수단을 개발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힌 바 있다.

미하일이라고만 밝힌 기업가는 "서방 국가에서의 삶이 더 낫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민을 할 수 있는 재력이 있어도 실행에 옮기기는 어렵다"며 "그래서 자녀를 영국이나 프랑스에 보내 언어를 배우도록 한다. 그게 미래를 위한 우리의 투자"라고 타임스에 말했다.

러시아의 인구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러시아의 인구·이주·지역개발연구소는 러시아가 자살과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사망자 수 증가를 막기 위해 긴급한 대응을 하지 않으면 2050년에는 인구가 1억4천350만 명에서 8천만 명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 텔레그램 개발자 파벨 두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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