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출장 구설부터 정치자금 의혹까지…도쿄지사 결국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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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출장 구설부터 정치자금 의혹까지…도쿄지사 결국 사퇴
  • 김형대 기자
  • 승인 2016.06.15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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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사가 2016년 5월 13일 도쿄도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코리아포스트 김형대 기자]돈 문제 때문에 최근 일본 정계를 시끄럽게 한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사가 한 달 넘게 이어진 논란 끝에 결국 낙마했다.

마스조에 지사가 결국 사임에 이른 일련의 논란의 발단은 호화출장이었다.

2014년 2월에 취임한 마스조에 지사는 8차례의 국외 출장에 약 2억1천300만 엔(약 23억6천436만원)을 쓴 것으로 올해 4월 확인됐다.

      

도쿄도(東京都) 의회 공산당 의원단이 공개한 자료로 이런 사실이 밝혀지자 마스조에 지사 측은 현지에서 귀빈을 초청하는 등 필요 때문에 회의실이 딸린 스위트룸 등을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등 그리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겼다.

마스조에 지사는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주말 관용차를 이용해 약 1년간 주말마다 온천 휴양지에 있는 별장을 오고 간 사실이 주간지 '주간문춘'(週刊文春)의 보도로 드러나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샀다.

하지만 그는 관용차는 '움직이는 지사실'이라며 관용차를 이용한 것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5월 초에 같은 주간지가 마스조에 지사의 정치자금 사용에 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여기에는 마스조에 지사가 지사 취임 전에 지바에 있는 호텔에서 회의비 명목으로 약 37만 엔(약 411만원)을 정치자금에서 지출했는데 이는 사실상 가족 여행 숙박비로 보인다는 의혹이 포함됐다.

또 그가 미술품 구매나 사적인 식사 등에 정치자금을 사용하고 심지어 자신의 저서를 사들이는 데도 정치자금을 썼다는 내용이 폭로됐다.

이에 마스조에 지사는 검사 출신인 모리모토 데쓰야(森本哲也) 변호사에게 자신의 정치자금 사용 의혹을 조사하게 했다.

모리모토 변호사는 '정치자금 사용에 부적절한 부분이 있으나 불법은 아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대응은 '자체 조사로 면죄부를 준다'는 지적을 샀고 여론을 오히려 자극했다.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호화출장 문제부터 정치자금 부적절 사용 등 일련의 문제가 연일 뉴스나 각종 시사·오락성 프로그램의 소재가 됐다.

이달 7일부터 도쿄도 의회는 원내교섭단체 대표질의, 일반질의 등의 형식으로 연일 관련 문제를 추궁했다.

마스조에 지사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문제점에 제대로 대응하고 싶다'며 알맹이 없는 답변을 반복했고 갈수록 상황은 악화했다.

결국 공산당 등이 중심이 돼 마스조에 지사에 대한 불신임안을 꺼내 들었고 공명당까지 가세했다.

2014년 2월 선거 때 마스조에 지사를 지지했던 자민당은 도지사 교체 구상에 소극적이었으나 다음 달 10일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마스조에 지사를 둘러싼 문제가 악재로 부상하자 15일 오전 결국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마스조에 지사는 불신임안에 맞서 도의회를 해산할 수 있으나 선거로 새로 구성된 도 의회가 다시 불신임안을 가결하면 결국 직을 상실한다.

그는 각계의 압박과 설득에도 전날까지는 사직을 거부했다.

14일 열린 도쿄도 의회 운영위원회 이사회에서 마스조에 지사는 "불신임안이 가결되면 사직하거나 해산하는 선택밖에 없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눈앞에 두고 혼란을 부르는 것은 국익에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마스조에 지사는 "아이의 일을 생각하면 한 달 전이나 지금이나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참아 온 것은 리우 올림픽에서 도쿄가 웃음거리가 되기 때문"이라며 눈물을 흘리며 시간을 달라고 호소했다.

자민당까지 등을 돌리자 더는 버틸 수 없게 된 마스조에 지사를 결국 사퇴를 선택했다.

마스조에 지사가 낙마함에 따라 2020년 도쿄올림픽은 또 한 번의 악재를 만났다.

주경기장 건설 비용 증가에 따른 설계 백지화, 엠블럼 표절 파동에 이어 사령탑 교체가 불가피해 준비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4년 임기인 도지사를 뽑는 선거가 올해에 이어 2020년에 치러질 전망인데 그 시기가 도쿄올림픽 개최 시점과 맞물릴 가능성이 있다.

앞서 마스조에 지사는 도쿄에 제2 한국학교를 만들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 부지를 제공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계약 등 필요한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가 물러나게 돼 제2 한국학교 설립은 불투명한 상황에 놓일 것으로 우려된다.

마스조에 지사의 전임자인 이노세 나오키(猪瀨直樹) 전 도쿄지사는 일본 최대 의료법인인 도쿠슈카이(德洲會)그룹 측으로부터 도지사 선거 직전 5천만 엔(약 5억5천509만원)을 부정하게 받았다는 의혹에 사퇴했다.

일본 수도인 도쿄는 수장이 연달아 돈 문제로 사퇴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 마스조에 요이치 도지사(왼쪽)가 2016년 6월 14일 도쿄도 청사 복도를 걸어가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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