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양성소 이스라엘의 창조경제…벤처기업 넘쳐나
상태바
벤처 양성소 이스라엘의 창조경제…벤처기업 넘쳐나
  • 피터조 기자
  • 승인 2016.06.15 14: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리아포스트 피터조 기자] "이스라엘 국민은 국가도 창업했습니다."

14일(현지시간) 사물인터넷(Iot) 벤처 '뉴라'의 데니스 비체브스키(34) 전략팀장은 이스라엘의 경제 수도인 텔아비브 한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상상을 실현해 온 나라가 이스라엘"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말처럼 이스라엘에는 방울토마토, USB, 캡슐 내시경, 세류 관개를 넘어 영화 속 투명망토 소재까지 상상력을 실현한 벤처들이 넘쳐난다.

1948년 우리나라처럼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땅에서 나라를 세웠지만, 경제 성장 중심에는 대기업이 아닌 소규모 벤처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스라엘에는 매년 첨단 벤처 기업 약 500곳이 문을 열면서 '창업국가'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IT산업 규모는 전체 국민총생산(GDP) 3천62억 달러(약 357조 292억 원)의 약 12%에 이른다.

지난 5월 기준 미국 나스닥 상장업체는 81곳으로 미국,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뉴욕·런던 증권거래소에도 각각 8곳, 13곳 업체가 상장했다.

◇ 특수부대 전역 후 보안전문가로 성장

이스라엘군 복무 기간 쌓은 경험은 벤처의 중요 자산으로 꼽힌다.

지난 9일 텔아비브 북부 무인자동차 보안업체 아르고스(ARGUS) 사무실.

마케팅 책임자인 요니 하일브론(41) 씨는 "무인자동차는 해킹에 노출돼 있다"며 "우리는 군 경험을 바탕으로 발생 가능한 1억 가지 공격과 방어법을 이미 분석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우리'는 특수 정보부대 8200 출신 대원들이다.

지금도 영토 분쟁 등을 겪는 팔레스타인, 주변 중동 국가들과의 충돌은 이스라엘 방위군의 안보 기술을 발달시켰다.

이 중 정보부대 8200은 IT산업 인재 양성소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이들은 전역하며 군이 개발한 기술을 자연스럽게 민간 분야에 응용시켰다.

전역자들이 창업해 이뤄낸 벤처 수익은 약 60억 달러(6조 9천960억 원)로 추산됐다. 나스닥 상장사인 방화벽업체 체크포인트(Checkpoint) 역시 이 부대 출신 대원들이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전역 후에 예비군까지 같이하는 대원들은 사회, 직장에서 업계동료이자 조언가가 된다.

아르고스 기업도 3년 전 8200 출신 부대원 4명이 시작해 직원 수가 45명으로 늘었다. 직원 대부분은 8200 부대 출신이다.

회사는 투자사인 벤처캐피탈로부터 3천만 달러(약 349억8천만 원)를 투자받았다. 미국 실리콘 밸리, 독일 슈투트가르트, 일본 도쿄 등에 5개 국외지사를 두게 됐다.

이들은 무인자동차가 시판될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프로그램을 계속 보완, 강화할 계획이다.

◇ 자유로운 사무실 분위기…애완견과 함께 코딩도

   
 

2009년 창업한 무료 화상통화 애플리케이션 업체 라운즈(Rounds)는 11살 된 애완견 한 마리도 회사의 구성원으로 간주하고 있다.

텔아비브 사로나 공원에 있는 라운즈 사무실에선 자유로움과 동시에 강한 책임감을 엿볼 수 있다.

우선 건물 2∼3층에 있는 사무실은 마치 평범한 카페에 와 있는 듯한 편한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30대들이 만든 젊은 회사답게 회의 때는 누구나 편하게 의견을 제시한다. 이런 대담한 모습은 히브리어로 '후츠파'(Chutzpah)라 불리는 이스라엘인 특유의 자유로운 태도이기도 하다.

출퇴근 시간도 개인에 따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근무환경이 유연하다고 해도 업무 강도가 약한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출신인 책임개발자 홍경수(45) 씨는 "일하기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동시에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회사"라고 말했다.

나타샤 샤인 지르켈(32) 마케팅 총괄책임자는 "36살인 CEO는 낙하산 특수 부대 출신"이라며 "군대에서 배운 모험심과 지도력이 사회에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운즈는 창업 이래 이용자 2천500만 명, 투자금 2천200만 달러(약 256억5천200만 원)를 끌어모았다. 투자자 중엔 삼성도 포함됐다.

◇ 이민국에서 '창조경제'의 나라로 재탄생

지중해 동부 사막 지대에서 건국된 이스라엘이 이민국에서 창조경제의 본보기 국가로 거듭나기에는 정부의 역할도 컸다.

1990년대 태동한 벤처 생태계에서 민간기업의 아이디어와 기술만으로 세계 이목을 끌기에는 한계가 따랐다.

작은 벤처 스스로 자금을 마련해 해외에 진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스라엘 경제부 산하 '수석과학관실'(OCS)이 벤처 인프라 구축에 앞장섰다. 1991년 발족한 수석과학관실은 우리나라 미래창조과학부에 해당한다.

수석과학관실은 이스라엘 창업자금 체계를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창업자금 지원을 심사하고 집행하는데, 성공 가능성은 평가 조건에 들어있지 않다.

초기 수석과학관실은 외국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요즈마'라는 벤처펀드도 키워냈다. 요즈마는 히브리어로 혁신을 뜻한다.

드보라 쉐카베즈 한국-이스라엘 산업연구개발재단 이스라엘 매니저는 "이스라엘은 내수가 작아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며 "수석과학관실은 선봉에 나서 투자금을 지원하고 위험부담을 감소시켰다"고 전했다.

 

광고업체 마토미의 최고기술경영자 이도 폴락(47) 씨도 "벤처 기업이 혼자 해외로 눈을 돌리기란 쉽지 않다"며 정부의 지원과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몸집을 불려 나갈 때마다 국가가 미리 닦아둔 길이 보여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2007년 창업한 마토미는 런던 증권거래소 상장업체다. 지난해에는 2억7천만 달러(약 3천169억8천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평균 4년이면 외국 자본에 기업을 팔아넘기는 다른 벤처들과 달리 마토미는 매년 벤처 2곳 이상을 인수 합병을 벌이고 있다. 미국, 유럽에 이어 최근 우리나라에도 지사를 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