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포스트 피터조 기자]미국의 유럽 미사일 방어(MD) 시스템 구축 강행으로 러시아와 미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21일(현지시간) 자체 MD 요격 미사일 실험을 실시하며 대응에 나섰다.
러시아 국방부 공보실은 이날 "러시아 공중·우주군 소속 미사일 방어(MD) 부대가 오전 7시(모스크바 시간) 카자흐스탄의 사리샤간 훈련장에서 MD 시스템에 포함되는 근거리 요격 미사일 발사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공보실은 "이번 실험의 목적이 실전 배치된 요격 미사일의 성능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발사된 미사일이 정해진 시간에 가상의 목표물을 명중시키면서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MD 시스템은 가상 적의 핵미사일 공격 위협을 무력화하고 대응 핵공격 가능성을 높이며 국가 및 군(軍) 기간 통제시설의 안전도를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국방부는 덧붙였다.
국방부는 그러나 이날 실험한 미사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상세한 언급을 피했다.
이번 실험은 미국이 최근 루마니아 배치 MD 시스템을 본격 가동하고 폴란드에 또 다른 MD 시스템을 건설하는 작업에 착수하는 등 유럽 MD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실시됐다.
러시아는 그동안 미국의 유럽 MD 구축에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7일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연례 국제경제포럼에서 "우리는 (유럽 MD에) 대응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이 방어 조치임에도 또다시 러시아의 공세에 대한 비난이 나올 것이 뻔하지만 안보를 확고히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달 중순 유럽 MD 계획의 하나로 구축해온 루마니아 내 요격 미사일 기지가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옛 소련 시절 건설된 루마니아 데베셀루 기지에 미국의 유럽 MD 체계에 포함되는 SM-3 요격 미사일과 이지스 레이더 시스템 등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에도 2018년 전력화를 목표로 또 다른 MD 기지가 건설되고 있다.
미국은 루마니아와 폴란드 MD 기지 외에도 스페인에 배치된 미군 구축함의 요격 미사일, 덴마크와 네덜란드 함정에 설치될 레이더 시스템, 터키에 설치될 조기경보시스템, 독일의 지휘통제센터 등을 통합된 유럽 MD 시스템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미국은 그동안 이란 등 '불량국가'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유럽 MD 시스템 구축을 계속해 왔다.
러시아는 그러나 미국의 유럽 MD가 자국을 겨냥한 것으로 자국 핵전력의 상대적 약화를 초래한다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유럽 MD 문제는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미국과 러시아 관계를 악화시킨 최대 이슈였다.
MD 시스템을 둘러싼 러시아와 미국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양측의 군사적 대립이 한층 격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