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포스트 박병욱 기자] "파독 광부에 대해 들어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자세히는 알지 못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한국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르하르트 브라운 주르완다 독일 부대사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시내 중심가 센추리 시네마에서 열린 한국 영화 축제에서 '국제시장'을 관람한 뒤 이렇게 말했다.
이날 행사는 현지 4G 네트워크 상품 및 한국 영화 홍보를 위해 KT 르완다 네트워크와 주르완다 한국 대사관이 공동 개최했다.
르완다 정부 관계자와 르완다 주재 각국 외교단, 일반 시민 등 500여명이 참석해 국내 영화 '국제시장' '타워' '스파이' 등을 관람하고 현지 태권도팀의 무술 시범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 봉사단원의 국악 공연을 즐겼다.
참석자들은 특히 6·25전쟁과 전후 한국 사회의 발전을 다룬 영화 국제시장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르완다 감사원에서 근무하는 리처드 하키지마나는 "영화 속에 그려진 개인의 삶을 통해 한국이 전쟁을 겪은 뒤 어떻게 발전했는지 배웠다.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의 야히아 마루피 대통령실 외교 고문관도 "한국의 발전 경험이 매우 놀랍다"면서 "전쟁의 비극과 평화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르완다에서 한국 영화가 상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주르완다 대사관은 매달 첫째 주 금요일에 한국 영화 상영회를 연다. 1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진행하고 있는 상영회에는 매번 10∼20명씩 꾸준히 발걸음을 한다.
박용민 주르완다 대사는 "문화를 통해 접근하면 사람들이 한국을 더 친근하게 여긴다"면서 "이것이 바로 문화의 힘이자 공공 외교의 요체"라고 말했다.
주르완다 대사관의 '소프트 외교'는 영화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대사관은 지난달 말부터 한 달 동안 밀 콜린 호텔에서 국내 현대미술 작가 오영숙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오는 8월에는 키갈리 공공도서관에 '한국 코너'를 개설해 한국이나 한국어 관련 책, 미디어 자료, 공예품 등을 비치할 예정이다. 외국 코너로는 프랑스에 이어 두 번째다.
요즘은 9월 초 키갈리에서 개최하는 태권도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르완다에 한국 대사관을 재개설하면서 시작한 주르완다 대사 배 태권도 대회는 매년 케냐, 우간다 등 인접국 선수들까지 200∼300명이 참가하는 동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태권도 대회로 떠올랐다.
한편, 주르완다 대사관이 우리 문화만 일방적으로 전파하는 것은 아니다. 대사관은 1년째 르완다의 가수, 화가, 디자이너 등 다양한 예술가를 인터뷰하고 이 내용을 공식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하고 있다.
박 대사는 "문화의 흐름은 항상 양방향이 돼야 한다"며 "문화가 시장을 파고드는 수단이 아닌, 멀리 떨어진 두 나라 국민의 삶을 각각 더 윤택하게 만들고 서로 더 가까이 느끼도록 하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