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대고 코 푸는 중국…브렉시트 틈타 위안화 평가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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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안대고 코 푸는 중국…브렉시트 틈타 위안화 평가절하
  • 박병욱 기자
  • 승인 2016.07.0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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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박병욱 기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글로벌 외환시장이 출렁이는 현 상황의 최대 수혜자는 중국 외환 당국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브렉시트로 달러가 강세를 띠고 다른 통화 가치는 추락하는 사이 중국 당국이 시장의 패닉이나 자본유출 걱정 없이 위안화 가치를 야금야금 절하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8일 보도했다.

이날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센터에 따르면 위안화의 기준환율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일인 지난달 23일 달러당 6.5658위안에서 이날 6.6853위안으로 보름 만에 1.8% 올랐다.
기준환율은 2010년 11월 이후 5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위안화 기준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고시 위안화 가치가 그만큼 절하됐다는 의미다.

중국은 지난해 8월과 올해 1월에도 고시 위안값을 각각 3%, 1.9% 내렸지만, 시장의 요동을 피하지는 못했다.

위안화 가치가 대폭 절하될 때마다 증시가 폭락하거나 유명 헤지펀드들이 일제히 위안화 하락에 베팅하면서 외환보유액을 헐어 환율 방어 전쟁을 벌여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종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날 발표된 중국의 6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3조2천100억 달러로 전달보다 200억 달러 늘어났다. 이는 감소를 점쳤던 시장의 전망을 한참 웃도는 것이다.

현재 시장의 관심이 브렉시트 이후 유럽 금융시스템의 붕괴 가능성에 쏠려있는 데다가 중국 외환당국의 환율 결정 시스템이 이전보다 투명해졌다는 믿음이 생기면서 이 같은 결과를 낳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중국 정부가 자금 유출 관련 규제를 강화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위안화 절하 움직임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면 중국 국민과 기업들은 달러 등 외화를 사들이려고 들 것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UOB 카이 히안 홀딩스의 주차오핑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 하락을 계속 용인한다면 자본유출을 통제하는데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지금부터도 외화 사재기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국민을 상대로 벌인 파이낸셜타임스(FT)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외화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이 지난 1월에는 53.8%였지만 6월에는 49.8%로 하락했다.

규제가 없더라도 외환을 보유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은 41.4%에서 28.1%로 떨어졌다.

기업들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중국 장쑤(江蘇)성에서 직물을 수출업체를 운영하는 쉬펑은 "요즘처럼 위안화 가치가 내리는 상황에서 달러를 팔기보다는 들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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