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진 성장동력…경제 체질개혁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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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해진 성장동력…경제 체질개혁 시급
  • 김수아 기자
  • 승인 2016.07.1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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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김수아 기자] 한국 기업은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1위 품목 8개를 차지했다. 삼성의 스마트폰과 반도체 D램, 현대중공업의 조선 같은 품목으로, 그 수는 전년과 같았다.

중국 기업의 1위 품목은 8개로 우리와 같았지만 전년의 6개보다 2개 늘었다. 일본은 9개에서 11개로 2개 증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조사한 이 결과는 우리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반면 중국은 약진하고 일본은 더 전진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셈이다.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개인의 경쟁력이 없고 기업의 경쟁력이 없으니 결국 나라 전체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활력을 되찾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고속성장을 구가하던 우리 경제는 1990년대 이후 서서히 제동이 걸려 2010년대 들어서는 평균 3% 상승에도 못 미치는 저성장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우리 경제가 체질을 구조적으로 개혁해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되는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

◇ 요원한 국민소득 3만달러…주력산업 중국에 내주고 '새 엔진' 발굴 요원

우리 경제의 지난해 성장률(2.6%)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여개 회원국 중 12위에 그쳤다.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은 2006년 이후 9년 만이다.

경제가 성장해야 '파이의 크기'가 커지는데 예전만 못하다 보니 선진국과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GNI) 잠정치는 2만7천340달러로 전년(2만8천71달러)에 비해 뒷걸음질 쳤다. 2006년 2만달러에 진입하면서 선진국의 꿈에 부풀었으나 이후 10년 가까이 3만달러 시대를 열지 못하고 있다. 일본과 독일은 2만달러에서 3만달러 진입을 각각 5년만에 이뤄냈다

최근 우리 경제가 탄력을 받지 못하는 큰 원인은 수출 부진에 있다. 한국 경제성장의 동력이던 수출은 저유가의 여파가 닥친 지난해 초부터 힘을 잃기 시작해 6월까지 역대 최장인 18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 부진은 기본적으로 저유가와 세계 경기 둔화 등에 따른 세계 교역 규모가 대폭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동차와 전기·전자, 철강, 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약해지는 가운데 이를 대신할만한 신성장산업을 육성하지 못한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수출 부진은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대외경쟁력 약화에도 기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0년 이후 우리 경제의 10대 산업 구성을 살펴보면 정보기술(IT), 수송기계, 철강, 화학 등 산업이 주류를 이루며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세계가 디지털경제를 넘어 공유경제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우리는 기존의 전통 제조업에 치중하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그마저도 가격 경쟁력에 기술력도 갖춘 중국에 속속 추월을 허용하는 반면 우리가 자랑할만한 '새 엔진'은 내놓지 못했다.

특정 산업군에 의존도가 높으면 이들 산업이 부진할 경우 위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 최근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조선업과 철강업이 대표적이다.

KDI 정규철 연구위원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망한 산업을 발전시켜야 하는데 부실기업에 대한 지원이 계속되면서 생산자원이 유망한 산업 쪽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며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어 노동 자원이 유망한 기업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 고용 활력 잃고 서비스업 육성도 표류

수출 부진은 제조업 생산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고용과 소비, 투자 등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

수출이 어려워지자 기업들은 설비투자를 줄이고 있다. 제조업 신규채용(전년동월비)은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청년층 실업률은 지난해 10.1%, 올해 1∼5월 10.0% 등 두 자릿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부족한 자본력과 기술, 자원 등을 노동력으로 대체하면서 '노동집약적 성장'을 이뤄온 한국형 성장 모델이 한계에 부딪힌 모습이다.

OECD가 최근 공개한 '2016년 고용동향'은 이같은 우려가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OECD는 우리나라의 올해 고용 증가율(전년 대비)이 1.2%로 OECD 평균(1.5%)을 밑돌 것으로 전망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선진국처럼 서비스경제화를 하나의 돌파구로 삼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연례행사처럼 서비스육성책을 내놓았지만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데는 실패했다.

전체 고용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기준 OECD 평균이 72.9%, 주요 7개국(G7)은 76.6%에 달하지만 우리는 70%에도 못 미친다. 1인당 노동생산성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의료와 금융, 교육, 노동 등의 분야에서 정작 필요한 개혁은 하지 못하고 변죽만 올렸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발표된 서비스발전 전략도 과거 정책을 반복적으로 나열하는 수준이었다"면서 "결국 과거의 정책이 추동력을 갖지 못했다는 점을 반증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 "한국경제 변곡점에…시스템 개혁에 성패 달려"

우리 경제가 최근의 어려움을 넘어서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개혁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련해야 한다,

통상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는 한 나라가 더 도약하느냐, 후퇴하느냐의 변곡점 역할을 한다.

KDI 정규철 연구위원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 정도가 되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위기를 넘겨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경제가 정체되거나 고꾸라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2015년 기준 5만2천888달러), 홍콩(4만2천390달러), 미국(5만5천805달러), 독일(4만997달러) 등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마련하는데 성공해 위기를 넘어섰다. 반면 일본(3만2천486달러), 이탈리아(2만9천867달러) 등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교훈 삼아 시급한 현안인 구조조정의 위기를 잘 넘기면서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경제의 성장 둔화는 사이클의 문제가 아니라 잠재력 자체가 낮아졌다는 데 있다"며 "앞으로 수출이 더 안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내수와 서비스에서 더 과감하고 중장기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규철 연구위원은 "정부가 시스템을 만들어준다는 측면에서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게 중요하다"면서 "서비스업은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는 쪽 때문에 정치적으로 풀기 쉽지 않지만 늦으면 늦을수록 경쟁력이 약화하는 만큼 하루빨리 규제를 철폐하고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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