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北노동자, 3만원 벌어도 2만원 상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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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北노동자, 3만원 벌어도 2만원 상납해야"
  • 김형대 기자
  • 승인 2016.07.1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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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김형대 기자] '외화벌이' 일꾼으로 몽골에 파견된 북한의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고된 노동은 물론 임금 상납에다 체불의 고통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다.

9일 오전 찾아간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의 한 대학 캠퍼스 공사현장에서는 북한에서 파견된 외화벌이 노동자들이 무더위 속에서 땀을 흘리며 힘든 노동을 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건설공사 간부는 이들이 캠퍼스 건물 공사현장에서 미장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담배를 피우고 공사현장으로 복귀하는 북한 노동자 2명

    

보수는 하루에 작업면적 1㎡당 몽골화폐로 5천 투그릭(약 2천800원) 정도를 받는다고 했다.

일감에 따라 적으면 하루에 5만 투그릭(약 2만8천원), 많으면 10만 투그릭 이상도 벌지만, 인력 송출회사에 4만 투그릭(2만2천원)을 상납해야 하므로 일이 적을 때는 본인들은 고생만 하고 정작 돈은 못 버는 구조라고 했다.

캠퍼스 밖에서 어렵게 만난 북한 노동자 2명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남짓으로 젊어 보였다. 청바지 차림으로 여느 젊은이와 다름없어 보였지만 얼굴에는 고생한 흔적과 다소 불안해하는 표정이 묻어나왔다.

몽골에 온 지 얼마나 됐느냐는 질문에 1명이 처음에는 "3년 됐다"고 답변했지만, 기자의 신분을 캐물으며 한국인이란 사실을 확인하고서는 "우리는 필요한 말만 하지 남쪽 사람과 할 이야기가 없다. 우리는 이런(인터뷰 같은) 것 안 한다"며 극도의 경계감을 드러내며 자리를 떴다.

이들은 이내 캠퍼스로 다시 들어가 담배를 한 대 피운 뒤에 현장으로 들어가 일을 계속했다.

▲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곳으로 추정되는 울란바토르 건설현장

 

이 간부는 "북한 노동자들이 손기술이 좋아 일을 잘하기 때문에 자주 일을 맡기지만 몽골 업체들로부터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떼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좀 친해진 북한 노동자들이 다른 업체에서 일할 때 못 받은 월급 좀 받아줄 수 없겠느냐는 부탁을 자주 합니다. 이래저래 알아는 봐주지만 쉽게 받아내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몽골의 건설 경기가 매우 나빠 공사가 중단되거나 업체가 문을 닫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8일과 9일 돌아본 울란바토르 시에는 한창 올라가던 건물 주변에 사람과 차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이른바 '유령공사' 현장이 많이 눈에 띄었다.

현지 소식통과 전문가들이 북한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곳이라고 지목한 현장의 상당수도 예외가 아니었다.

 

450여명에 달하는 군인 신분의 북한 노동자들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남강건설 공사현장으로 추정되는 곳 역시 공사가 진척되거나 노동자들이 오가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북한인권정보센터에 따르면 현재 이들처럼 몽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는 몽골에만 2천명 정도이며 대부분 수도 울란바토르에 집중돼 있다.

건설 노동자들이 1천500여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운데 봉제공장 여공(100명 이상), 식당종업원 등 서비스업(40∼50명), 탄광 광부(50여명), 의사, 태권도 전공 교수 등 소수의 특수직군도 있다고 한다.

이 센터는 최근 발간한 자료집에서 북한 노동자들로부터 "건설현장에서 인건비만 1억8천만 투그릭(약 1억원)이 체불됐다", "(개인적으로) 3천만 투그릭(약 1천700만원)을 못 받았다", "제일 힘든 것이 노임을 못 받는 것"이란 등의 증언이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노동자들은 북한과 몽골과의 협약에 따라 비자를 받아 나오긴 하지만, 몽골 내 최저임금과 노동법의 보장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어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인구 300만명의 빈국인 몽골로서는 한국 등 외국으로 돈벌이에 나선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그 빈자리를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숙련된 기술을 가진 북한 노동자들이 채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연간 5천명으로 알려진 '쿼터'를 몽골의 경기 불황 등과 맞물려 오히려 절반 정도밖에 채우지 못하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자들은 관리자 등 소수를 제외하고는 몽골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데다, 열악한 공사현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 현지인들과 거의 접촉도 없다고 한다.

국제노동기구(ILO)도 몽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과 인권실태에 우려를 나타내며 개선을 촉구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북한의 해외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과 인권실태는 최근 미국 국무부가 최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핵심인사들을 인권제재 대상에 올린 조치와 맞물려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국무부의 북한 인권제재가 발표된 7일 몽골에서 일하는 외화벌이 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집중 조명하는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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